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그림이 있는 정원”
상태바
자연과 문화가 함께하는 “그림이 있는 정원”
  • 월간원예
  • 승인 2005.08.02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정(父情)이 만든 수목원
해가 뉘엿뉘엿 서서히 넘어갈 무렵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버지와 휠체어에 몸을 맡긴 전신마비의 아들이 함께 산책에 나선다.
금송, 적송, 해송 등 전통의 솔밭길을 지나 하늘매발톱, 벌개미취 등 야생화 꽃길을 돌아 이번에는 연못정원, 그리고 악산에 물길을 내 폭포며 구름다리를 만들고 계곡을 낸 뒤 그 틈에 만든 산책로를 따라 노년의 아버지와 아들은 나무, 풀, 꽃 등 자연과 그림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기에 어머니는 수목원 전체에 아름다운 음악 선율을 내 보내 두 부자의 재미있는 대화에 끼어든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위치한 ‘그림이 있는 정원(Gallery in the garden)’ 수목원(원장 임진호)의 저녁 풍경이다.
3만여 평의 수목원 곳곳에는 장애인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큰 아이가 18년 전에 대학교 야유회에서 사고를 당했지요. 경추(목뼈)가 부러져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나중에 우리 부부가 죽은 다음에도 살 수 있게 해 줘야 하는데…. 답답하면 나와서 바람도 쐬고…”
“그래도 요즘은 구필(口筆) 화가로 성공해 가고 있는 형재(임 원장의 큰아들)의 모습을 볼 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요.”
임진호 원장의 눈빛이 촉촉해졌다.
‘그림이 있는 정원’ 수목원의 산책길은 모두 휠체어로 다닐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흙길이면 더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저 아이를 생각해서 이렇게 만들었죠.”
수목원의 화장실에도 어김없이 장애인 전용시설이 마련돼 있고 나지막한 계단 옆에는 반드시 완만한 휠체어 도로가 설치돼 있다.
모두가 아들에 대한 임 원장의 따뜻한 배려다.
“장애인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와서 바람도 쐬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또 “어린이들이 많이 와 들꽃, 나무, 풀 등을 관찰하고 체험 학습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임 원장은 또 아들이 그림에 전념할 수 있는 작업실과 많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Gallery)을 마련했다.
현재 60여 평의 전시장에는 아들 형재 씨의 작품은 물론 지역 작가들의 유화, 수채화 등의 40여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들은 매년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작품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나무·풀 자연을 사랑한 임진호 원장
‘그림이 있는 정원’ 수목원은 올 2월 개원한 국내 9번째의 사립수목원이다.
하지만 이 수목원을 조성되기까지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젊은 시절부터 전통칠기 사업을 했던 임 원장은 지난 1975년부터 단지 취미삼아 ‘고향에 꽃과 나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을 벌였다.
처음에 아카시아와 칡넝쿨 등 잡목 투성이었던 산을 임 회장은 그저 삽과 괭이로 캐고 다듬고 일구기 시작했다.
조경에 대해 백지상태였던 임 원장은 주먹구구식으로 돌을 옮기고 그곳에 꽃과 나무를 심었다.
또 7~8톤이나 되는 돌을 중장비를 들여 수백 개나 캐내고 좋은 나무가 있다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 나무를 구해다 심었다.
처음에는 옮겨 심은 꽃과 나무가 모두 매말라 죽는 등 시행착오도 많았다. 물론 돈도 많이 들고 모아뒀던 돈을 다 투자했다.
가족들의 반대도 무척 심했다. 심지어 인근의 친구와 친척들은 “아 저런 악산에 무슨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드느냐”며 ‘미친 놈’이란 소리도 들었다. 특히 임 원장은 우리 전통의 소나무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전국의 좋은 소나무라고 하는 소나무는 모두 높은 값을 주어서라도 구해다 심었기에 빚도 많이 졌다. 하지만 현재 ‘그림이 있는 정원’ 수목원에는 아름답고 수려한 우리 전통의 200~300년 된 소나무들이 즐비한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다.
본격적으로 수목원을 조성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9년 전. 큰 아들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부정(父情)에서였다.
임 원장은 그 후 새벽이며 밤을 가리지 않고 수목원에 매달렸다. 그 결과 현재의 ‘그림이 있는 정원’이 탄생했다. 수목원의 나무, 꽃, 돌 심지어 잡초까지도 그에게는 모두 자식이요 사랑이다.

수목원의 부대시설
카페테리아 ‘메이’ mei
수목원에는 카페테리아 ‘메이’라는 편안한 휴식과 더불어 깔끔한 미각으로 마련된 식사와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즐거움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더 갤러리 the gallery
더 갤러리는 사계절 전시되어 있는 구필화가의 작품을 비롯, 지역작가들의 작품들을 유치함으로써 전시활동에 도움을 주며 모든 관람 손님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문화공간이다.

전통가구전시관 furniture gallery
전통가구 전시관에서는 전통 옻칠가구의 전시로 옻칠가구 색조의 고유한 멋과 단아함을 감상할 수 있으며 자연 소재의 이용으로 살아 있는 나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wonye@hortitimes.com
문의:041-641-147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