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지 문화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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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지 문화수목원
  • 월간원예
  • 승인 2005.11.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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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은유, 벽초지 문화수목원에 가다
어디서부터 추억은 시작되는가. 추측하건데 옛 애인이 ‘기다릴 필요 없어요’ 또박또박 적어준 빛바랜 편지라든가, 지난달 이미 납부한 연체고지서영수증이 철지난 옷자락에서 펄럭일 때, 혹 누군가와 함께 걷던 수목원 즈음에서 애틋한 추억 몇 개는 피어난다.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귓가에 맴도는 노래 한 구절에도, 반쯤 열린 차창 너머로 훅-불어오는 바람의 파동에서도,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추억은 슬쩍슬쩍 얼굴을 내민다.
여행의 첫 경유지였던 누군가를 문득 떠오르게 된다면 사색할 수 있는 공간, 벽초지 문화수목원에서 당신의 주파수를 맞춰 보라.
파문, 추억을 추억하다
누굴 애타게 찾는 것처럼 울어대는 벌레들, 여전해요. 그대와 거닐었던 그날. 우리 사진 속의 그 나무들은 많이 자랐네. 나 정말 편한 맘으로 찾아온 수목원에서. 윤종신의 노래 ‘수목원에서’ 일부분이다.
추억을 추억한다는 것은 늘 아프다, 혹독하다, 아련하다,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기억하게 된다. 집으로 가는 차선을 벗어나 노랫말이 그대로 묻어나는 ‘벽초지 문화수목원’으로 방향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로 승화된 공감각적 공간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벽, 초, 그리고 지를 예술적 형태로 승화시킨 수목원으로서 자연의 느낌인 ‘푸르름’이 각종 문화 공간과 어우러진 곳이다. 1965년부터 부지확보는 물론, 지리산 주목, 큰벗나무, 수양버들 등을 포함한 각종 희귀, 멸종위기식물, 자생식물, 100여 종이 넘는 수생식물 및 외래종을 지형에 맞게 식재했다.
자연이 가져다 주는 생태계 본연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창조력에서부터 시작되는 문화의 발단을 근거로 올 9월 9일 오픈했다. 평소에 꽃과 나무를 비롯 정원 조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한 서양화가 '정정수' 화백의 열정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와 자연에 순응하는 아름다움을 스케치했단다.
벽초지 문화수목원의 박정원 대표는 “자연과 문화의 접목을 찾는 이들에게 보고, 느끼는 즐거움과 동시에 배움의 기쁨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지속적인 자연보존 및 연구, 개선활동으로 적극적 문화 활동을 위해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새로운 느낌의 수목원을 제공할 것이며 자연 보존의 역할만이 아닌 여러 종류의 예술 문화전시회 및 음악회, 세미나 등 문화교육적 요소들을 결합시켜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를 한층 높인 곳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저, 호수와 나무들 사이
벽초지 문화수목원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고품격 수목원이다. 성인 6천 원, 청소년 5천 원, 어린이는 4천 원으로 기존의 수목원에 비해 관람비가 비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잠시 머물러 본다면 오직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파련정과 무심교, 연화원에서 머문 당신은 혹 신라시대를 살아온 과거의 인물이라는 착각이 들는지도.
누군가를 추억하고자 벽초지를 들렀다면 버들길, 오색길, 나래길, 고운길, 단풍길 등을 걸어보면 어떨까. 마음이 답답하다면 파련정이나 무심교를 찾아가 호수와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연인과 왔다면 BCJ Place의 레스토랑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가족들과 함께 왔다면 BCJ Private Club 펜션에서 바비큐, 노래방, 풀장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기에도 충분하다.
또한 이곳은 자연에 어우러진 각종 문화적 활동지로 예술전시회, 소규모 음악회, 야외웨딩, 사교적 모임, 개인 행사, 회사 워크샵, 국제회의 등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식물1과, 식물2과, 시설과가 있어 온실, 육묘, 옥외, 식재, 조경, 미화, 설비에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며 정기적으로 나무, 야생화 등 식물들의 상태를 파악,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등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불편함이 없도록 베거나 묶어주는 형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체리가 익어 갈 무렵
체리가 익을 무렵이면 나뭇잎 그늘에 떨어지고 산호색 추억들은 미소로 돌아온다. 모든 것들이 농익는 계절, 벽초지 문화수목원을 찾게 된다면 파튤라 달팽이가 있는지 한번 주위를 살펴보라. 세계에서 10마리 밖에 없다지만, 혹시 그 열 마리 중 한 마리는 벽초지의 호수가에서 2년에 한번 피는 꽃을 먹고 있을는지도.
김미경기자 wonye@hortitimes.com
문의 : 031-957-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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