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자기 동화책 출판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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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보자기 동화책 출판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 월간원예
  • 승인 2012.06.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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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다니는 정원 “한때 농사짓던 농사꾼”

 


맨발로 다니는 정원 “한때 농사짓던 농사꾼”


도심 속에서 텃밭을 꾸미며 사는 것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장소선택의 어려움보다 바쁜 시간 속에 사는 도시민의 삶이 더 큰 장애물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텃밭을 꾸미며 살고 있는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씨를 만났다.
마침 독일에서 온 신부 일행을 안내하고 집 앞 길상사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효재 씨가 가장 아낀다는 ‘만화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꽂혀있는 만화책들 중에 ‘들장미 소녀 캔디’도 있다. 만화를 굉장히 좋아한단다.
한복디자이너로 불리는 것보다 라이프스타일리스트로 불리우는 것이 적당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효재 씨는 미리 준비한 빈대떡으로 요기를 하라는 친절함을 보여줬다.


다양한 직함과 왕성한 활동
최근 어린이 동화책을 출판한 이효재 씨는 한복디자이너, 보자기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리스트, 방송인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지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부르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다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홈쇼핑을 보았는지 할머니가 ‘이불장사’라고 하는가 하면 노트를 꺼내서 사인을 해달라 하는 미술선생도 있다. 내가 만약 어렸다면 폼 나는 근사한 호칭이 좋겠지. 하지만 오십이 넘어서 누가 날 어떻게 봐 주는가 하는 것은 이미 관심이 없다. 단지 오늘 열심히 살았나 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표현했다.
옛말에 ‘소가 먹는 건 다 먹을 수 있다’라고 하듯이 촬영하러 다니면서 눈에 띄는 것은 가지고 와서 심는다.
원래 있던 잔디를 아이들 머리 밀듯이 깎아내고 텃밭을 만들었다. 비료를 주기 위해 동네 한약방에서 한약찌꺼기 가져다가 퇴비를 만들었다. 가져온 한약을 태워서 퇴비로 뿌려주기도 해야 하고 현재 규모의 텃밭을 가꾸려면 일손이 두 사람 몫은 되어야 한다. 한번은 둥굴레를 캐다가 여러 곳에 심었는데 그중 원래 있던 곳과 환경이 비슷한 단풍나무 그늘이 제일 잘 맞는지 생육에 지장이 없다.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동화책 출판
최근 이효재 씨는 동화책을 출판했다. 어린이가 볼 수 있는 보자기 책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문화를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내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가장 기쁠 때가 책을 만들기 위해 구상하고 글을 쓸 때인데 이런 나를 보고 직원들은 돈 버는데 신경 좀 쓰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각자 재능이 틀리듯이 복잡하고 번잡한 것을 너무 싫어하는 나에게 돈 버는 일은 적성이 맞지 않는다”며 어린이 동화책 출판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만약 바쁘게 사는 것을 좋아했으면 강남의 큰 백화점 앞 건물에 살았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책 쓰고 강의하고 한복을 만드니까 몇몇 지자체에서 연락이 왔다. 작가 이외수 선생처럼 산골에 가서 에코시티를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 온 것이다. 올해 안에 지역이 정해지면 현재의 집처럼 환경을 해치지 않고 공사비는 적게 들면서 한국문화를 담는 도시를 만들고 싶어 한다. 물론 자연과 가깝고 관광객이 와서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씨는 방송을 통해 유명해졌는데 “어쩌다 사는 것이 알려진 것뿐이지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옛날에도 지금과 똑같이 살았는데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 뿐이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앞서 말한 에코시티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한다. 이 도시는 ‘효재’의 철학이 들어간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씨는 항상 지금처럼 사는 것에 감사하며 기도하고 산다며 “난 항상 열심히 사는 개미로 살았지 베짱이로 살아 본적이 없다. 나를 촛불이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다. 항상 성냥개비로 살았다”며 ‘효재’로 사는 철학에 대해 말한다.

 

영국의 시골에서 한국농업을 느껴
방송 촬영차 영국을 갔는데 농민들이 잘 살아 부러웠다. 그곳의 농부를 보니까 일단 위생적이고 과학적이었다. 우리의 시골 할머니하고는 집안시설이나 손님을 대하는 적극성이 달랐다. 이씨는 굉장히 과학적이다. 요리를 할 때마다 온도까지 계산한다. 그러지 않으면 발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디슨이 99번을 실패한 것이 아니라 99번을 실험한 것이다. 한국 사람이 그걸 실패라고 규정짓는데 에디슨은 실패하지 않았다”며 일례로 고구마를 찔 때에도 정확한 시간 데이터를 지켜서 만들 것을 주문한다.
양복을 입고 온 손님들이 고구마 먹을 때 손에 물기가 묻으면 휴지를 써야 하고 이는 결국 환경오염을 부른다는 것이다. 특히 옷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옷에 이물질이 묻으면 비싼 원단을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삶을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 “평균 연령 100살을 바라보는 현시점에서 60살 이후 40년을 더 사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돌아보면 5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안성 산골짜기에서 왕복 5시간을 출퇴근하면서 도라지, 작약 각 8,200`㎡(2,500평)씩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출퇴근하는 일기가 책으로 나왔는데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10만 권이 팔리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며 우리나라의 중장년층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핵심을 짚었다.
이효재 씨는 검정고무신을 신고 비비추를 한 움큼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효재라는 본인의 이름을 따서 붙인 집 정원에서 지인들과 삼겹살 파티를 자주 한다. 물론 텃밭에서 딴 고추며 상추 등이 식탁에 올라온다. 문자를 보낼 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안 한다. ‘안녕 안 하면 어쩔 건데’라는 실용성과 솔직성이 배인 행동이다. 하지만 느릴 것 같은 이효재 씨는 수십 번의 실험데이터로 준비한 겉절이로 손님대접을 하는 치밀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텃밭을 가꾸는 손길에도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뜻이 담겨 있다.


취재/윤장한 기자·사진/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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