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으로 시골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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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으로 시골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다
  • 이지우 기자
  • 승인 201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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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산울림곶감영농조합 김영자 대표

전북 완주군 경천면은 예로부터 감나무가 많이 자랐지만 이를 감 그대로 팔거나, 함께 나눠먹을 뿐이지 이를 소득창출의 일환으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서 경천면으로 이주하게 된 김영자 대표는 마을의 경제 먹거리가 마땅치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조금씩 마른 땅을 일궈나갔다.

 

김영자 대표는 경천면 마을에서 곶감을 마을사업으로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역 백화점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곶감을 양산하는 마을이 된 것이다.
김영자 대표는 경천면 마을에서 곶감을 마을사업으로 일으킨 장본인이다. 지역 백화점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곶감을 양산하는 마을이 된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감을 재배해 곶감을 만들어 온 김영자 대표. 먹거리가 부족한 겨울을 앞두고 나무에 걸린 감을 싸릿대를 꽂아 말려 간식으로 즐기던 것에서 유래한 ‘곶감’은 이 곳 완주군 경천면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마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유일하게 겨우내 곶감을 만들어서 팔았지, 사실 그 전에는 집에서 먹기 위해 소소하게 만들었을 뿐 이것을 본격적으로 팔아보자 하고 만든 것은 제가 아마 처음일거예요. 이곳이 지금은 곶감마을이 되었지만 당시엔 이걸 팔아서 돈을 벌어보자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제가 시집 온지 벌써 37년이나 됐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죠.” 김영자 대표는 당시 인근 백화점에 곶감이 팔리는 것을 보고 집에서 직접 만든 곶감을 가지고 무작정 찾아갔다. 백화점 직원이 김영자 대표의 품질 높은 곶감에 반해 당자에 납품을 요청했지만 문제는 물량이었다. 인근에서 키우던 몇 안 되는 감나무에서 생산한 곶감으로는 백화점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왕 시작한 일 끝을 보자는 생각에 인근에서 생산하는 모든 곶감을 수매하기 시작했다.

“먼저 백화점에 피해를 주기 싫었어요. 나를 믿고 납품을 요청했던 직원에게 신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이왕 시작한 일인데 끝을 보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마을 모든 집을 수소문해서 물량을 싹 끌어 모았죠. 그렇게 백화점에다 마을에서 나는 곶감을 전부 납품하기 시작했어요.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마을의 감나무에 감이 전멸하다시피 했죠.”
김영자 대표는 그렇게 곶감을 마을의 주요 사업으로 이끌었다. 백화점 입장에선 일반 바이어가 가져오는 곶감보다 훨씬 고품질에 납품 단가도 낮으니 그는 한마디로 복덩이였다. 그러나 정작 김영자 대표에겐 팔리는 만큼의 큰 이익이 돌아오진 않았다고. 경영의 경험이 극히 부족한 탓이었다.
“신나게 곶감을 팔았는데 그게 계속될수록 손에 남는 이익은 크지 않았어요. 백화점에선 좋아했지만 저는 마을 사람들에게 곶감 대금을 나눠주고 나니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시피 했죠. 신용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손익계산에는 눈이 어두웠던 거죠. 그렇게 첫 번째 경험을 하고, 어느새 소문이 나서 서울의 양재동 하나로마트까지 진출하게 되었지만 점점 경영상의 문제가 불거진 거죠.”

 

수확한 감은 1차로 저온창고에서 보관하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깎는 작업을 통해 곶감과 말랭이로 가공된다.
수확한 감은 1차로 저온창고에서 보관하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 깎는 작업을 통해 곶감과 말랭이로 가공된다.

 

직거래로 전환
이익창출을 극대화하다

현재 산울림곶감영농조합은 생산량의 약 50% 이상을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매해 곶감 출하시기가 오면 단골손님의 전화 주문이 빗발친다고. 신용을 최우선해 온 김영자 대표의 철학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2007년 법인을 만든 이유도 좀 더 규모화를 통해 직거래를 통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였죠. 마을에 곶감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곶감마을로 선정되기도 했고, 이제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납품 위주보다 택배를 통한 직거래 판매를 많이 하고 있어요. 매해 잊지 않고 주문을 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전보다 훨씬 경영이 좋아졌죠.”
직거래 판매를 제외한 물량은 기존 바이어와 농협으로 납품하고 있다. 납품의 경우 사실상 단가가 직거래 대비 낮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보기는 힘든 구조라고. 그래서 그는 소포장이나 고급화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게 소포장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작은 패키지 아니겠어요? 곶감이나 아이스홍시 같은 간식을 편의점에서 손쉽게 사먹는다든지, 혹은 선물용 고급 포장을 통해 엄선한 곶감만을 드리는 고가 상품을 고려중이죠. 같은 상품을 어떤 기획으로 팔아야 하는지 늘 고민입니다.”

 

 

곶감은 종합비타민
수험생에게 적극 추천

곶감은 예로부터 건강을 담은 간식으로 불렸다. 특히 비타민C와 A가 가득해 비타민 섭취가 부족한 이들에게 많이 권장되기도 한다. 곶감을 먹을 때 느껴지는 떪은 맛은 타닌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 타닌은 혈관을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영자 대표는 특히 집중력이 필요한 수험생에 당이 부족하지 않도록 보충해주는 천연당분으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한다.
“한자리에 앉아서 매일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이렇게 좋은 간식이 또 어디 있겠어요? 우리 학생들이게 부족한 비타민과 두뇌 회전을 돕는 건강한 당분에 맛까지 좋으니까요. 얼마 전 수능을 보는 학생들에게 찹쌀떡을 많이들 선물하던데 곶감 역시 보슬보슬 하얀 가루가 예쁘고 쫄깃한 식감이 선물용으로도 적격입니다.”
올해 감 수확이 풍년이라 지난해 대비 곶감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김영자 대표는 향후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 소포장 패키지를 통해 시장에서 다양한 루트로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포장 패키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적인 업무와 디자인 작업을 모두 농가에서 처리해야하는 현실이 장애물이라며 이러한 일을 기관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면 농가 소득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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