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농정 전환의 핵심은 농업직불제의 개편과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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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농정 전환의 핵심은 농업직불제의 개편과 강화
  • 월간원예
  • 승인 2019.12.0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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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임정빈 교수
임정빈 교수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임정빈 교수

세계적인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농업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1995년 출범한 WTO 체제와 2000년대들어 주요국과의 FTA체결로 인해 이제는 식품위생 및 동식물 검역에 문제가 없는 한 누구나 농산물을 수출입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무역질서체제는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자원이용의 효율성 증대, 시장접근 기회의 확대 및 경제 효율성 제고를 통해 세계 경제발전과 각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한다고 믿어진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농업은 여타 산업부문과 달리 농업 특유의 다양한 비시장적 공익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폭적인 무역자유화나 시장개방이 어려운 분야이다. 농업분야가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하게 인식되는지는 2001년 시작된 WTO DDA 협상이 거의 20년 가까이 표류하다 선진국과 개도국, 그리고 수출국과 수입국간 첨예한 대립으로 좌초된 핵심 원인이 바로 농업분야라는 측면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모든 국가에 있어 농업은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토양보전 및 수자원함양, 환경 및 생태의 보전, 경관 및 문화의 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의 균형발전 등 다양한 형태의 공익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EU, 스위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도 농업이 발휘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아직도 국민들이 먹고 사는 기초적 생존문제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농업을 단지 식량을 공급하는 부문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업생산 활동이 국민에게 식량공급이라는 고유의 기능이외에 부수적으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 왔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이 창출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는 경쟁논리에 입각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급격히 상실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와 같이 농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식량순수입국의 경우에 국내 농업생산 활동의 위축은 지금까지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를 통해 부수적으로 수행되어 온 홍수조절, 지하수 함양, 대기정화 및 환경보호,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 전통문화보전, 생물다양성유지,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사회 및 정치안정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감소시킬 것이다. 

 

농가소득 및 경영위험 대응하는 안전망 장치 강화해야 
이에 우선적으로 농업강국과의 FTA 체결 등으로 농가의 경영 및 수익조건이 약화되는 추세에서 농가의 경영위험을 축소시키고 한국농업의 지속성 제고를 위해서는 농가소득 및 경영위험에 대응하는 안전망 장치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농가의 경영 및 소득 안정망 대책 마련도 없이 농업부문이 축소되고 농촌사회가 붕괴된다면 농업활동과 농촌사회의 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많은 사회적 순기능이 없어질 것이며, 향후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사회 및 경제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일정수준의 농업생산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가격 및 소득 안전망 장치의 구축과 함께 농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EU, 스위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농업생산 활동으로 창출되는 토양, 수자원 등 환경보전, 생물다양성유지, 경관 및 문화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농업에 대한 직접지원을 확대 및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당초 선진국에서 농업직불제는 1990년대 초반 높은 농산물 관세장벽과 가격지지 감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농가 수입감소 위험에 대응하는 경영 및 소득안정형 직불제에 초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환경 및 생태, 경관보전, 생물자원보전, 식량안보, 지역의 균형발전 등을 목적으로 한 공익형 농업직불제로 분화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농업직불제 통해 농업 공익적 가치 확산
이렇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농업직불제가 농정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러한 농업직불제가 일정수준의 농업생산 활동을 통해 농가에 대한 소득지지 또는 경영안정에도 기여하고, 동시에 토양, 수질, 대기의 질 개선, 농촌경관 형성 및 전통문화보전, 지역농업과 농촌경제의 활력 회복 등 다양한 공익적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들은 농업직불제를 단지 농가소득 보전이라는 측면에서의 농정수단에 그치지 않고, 농업직불제를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진국에서 농업직불제 시행의 근거로 공익형을 강조하는 것은 농업활동을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생태 및 경관보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농업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농업과 농촌지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도 내포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직불제가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수단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농업·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 확산에 이바지하도록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 
다행히 2019년 9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현행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여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공익형 직불 농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높게 평가된다. 현행 쌀 중심의 직불제를 논·밭 구분 없이 통합하고, 공익형으로 개편하여 농가의 소득안정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산을 도모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현행 쌀 중심·대농 편중의 농업직불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도록 농업직불제를 공익형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식량안보, 환경 및 생태보호, 경관보전 등 농업과 농촌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여를 보상하기 위해 공익형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공익적 가치 기여 보상하는 측면 강조
사실 공익형 직불제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요구 증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고, 국민과 함께하는 선진 농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대표적 정책수단이다.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는 농정수단의 선진화 차원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의 농업과 농촌을 만들기 위한 농정목표 달성차원에서도 공익형 직불제 중심으로 농정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을 위한 법률안의 취지와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 쌀 변동직불제 폐지를 전제로 하다 보니 농가 소득 안정과 농업의 공익기능 확산이라는 목적이 혼재되어 있다. 즉 농가의 소득 안정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모양새인데, 이러다 둘 다 놓칠까 걱정이다. 정부와 국회가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 방향을 발표한 이후 농민들과 농업단체들이 주요 품목에 대한 농업경영 및 소득 안정 대책 없이 공익형 직불제로 전환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진국의 농업직접지불제는 농가의 소득 및 경영안정이라는 농업정책의 핵심적 목적 달성을 위해 농업생산자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불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업과 농촌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다원적 기능 혹은 공익적 가치에 대한 기여를 보상하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도 농업직불제 시행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촌발전 방향에 부합하는 큰 틀 하에서 농업직불제 개편을 도모해야 한다. 이래야만 정부의 농업직불제 개편 움직임을 최근 쌀 가격하락으로 급증한 쌀 변동직불금 관련 재정지출의 축소를 위한 꼼수라고 바라보는 농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농업직불제 개편은 단순히 재정지출의 절감이나 농가에 대한 소득이나 가격을 보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농업과 농촌의 지속적 발전, 더 나아가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라는 안목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농업직불금이라는 용어에 대해 “퍼주기식지원금”, “피해보상금”, “밑바진 독에 물붓기” 등의 비판적 견해가 많으므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기여의 대가, 정당한 보상의 성격인 공익형 직불제의 경우 앞으로는 아예 사업 혹은 프로그램별 장려금, 보전/유지 기여금 등의 새로운 긍정적 용어를 개발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농업직불금이라는 용어에 대해 “퍼주기식지원금”, “피해보상금”, “밑바진 독에 물붓기” 등의 비판적 견해가 많으므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기여의 대가, 정당한 보상의 성격인 공익형 직불제의 경우 앞으로는 아예 사업 혹은 프로그램별 장려금, 보전/유지 기여금 등의 새로운 긍정적 용어를 개발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소득 및 경영 안정형 직불제’
‘공익형 직불제’로 구분해야

향후 농업직불제는 한국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근본적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농업직불제 시행의 목적으로 주요 작물에 대한 소득 및 경영 안정, 그리고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 확산이라는 목표을 명확히 설정하고, 현행 농업직불제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편 및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농업직불제를 목적에 따라 “소득 및 경영 안정형 직불제”와 “공익형 직불제”로 구분하여 시행하고, 중앙정부, 지방정부, 수혜를 받는 농업생산자 등 주체별 역할과 기능을 확실히 설정하여 정책효과를 제고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둘째, 소득 및 경영안정형 직불제는 현행 쌀 변동직불과 FTA 피해보전직불을 통합하여 운영하고, 정책대상품목을 쌀 이외 주요 농작물로 확대하면서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셋째, 공익형 농업직불제는 현행 논과 밭의 고정 직불을 “기본지불”로 하고, 환경, 생태, 경관 등의 보전과 유지를 위한 “특정목적형 가산지불”로 정비한다1).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환경, 생태, 경관, 문화 등의 보전 및 유지 활동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공익형 직불제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논·밭을 대상으로 하는 고정직불을 ‘기본지불’로 통합하여 기초적인 환경 및 생태보전적 영농활동을 전제로 지급하고, 환경. 생태, 경관, 문화, 공동체 보전 및 유지 등 다른 공익적 목적에 따라 농가의 추가적인 이행조건 준수를 전제로 ‘가산지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공익형 직불을 개편해 나간다. 가산지불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수요에 따라 현행 조건불리, 친환경, 경관직불제 등을 포함하여, 생태 및 생물다양성 보전, 이산화탄소 감축, 지력증진, 농업자원 및 환경보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별농가, 마을 혹은 지역단위 형태로 추가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농업직불제 개편과 강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속에 농업직불제  예산의 확충이 필요하다. 농업직불제는 정부재정을 통해 농가를 지원하는 제도로서 직불제를 확충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농업직불제는 소비자부담형 가격지지정책이 축소 혹은 폐지되는 대신 납세자부담형 정책수단으로의 전환과정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특히 공익형 직불은 농업과 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는 측면을 비농업계와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모쪼록 2020년이 우리 농가의 소득과 경영 안정망 장치가 강화되어 농업생산활동이 보장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기반이 되는 공익형 농업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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