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화상병, 사후관리보다 예방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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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 화상병, 사후관리보다 예방에 총력
  • 월간원예
  • 승인 202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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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유지와 해충 방제가 관건

화상병 이란?
배, 사과 등 주로 인과류 과수에 큰 피해를 주는 화상병(火傷病·사진)은 Erwinia amylovora로 불리는 세균에 의해서 발병되는데 일반적으로 벌이나 나비와 같은 방화 곤충의 몸에 묻어있는 세균이 곤충의 활동에 의하여 기주 식물의 꽃으로 전달되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의 암술 주두에서 시작된 병은 가지로 퍼지며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말라죽는 병징을 보이는데 이로 인하여 병의 명칭(Fire blight)이 유래되었다. 
화상병과 같은 세균병은 발병 및 확산 속도가 빨라서 단기간에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세균의 억제는 주로 항생물질에 의해서만 나타날 뿐 일반적인 농약(유기합성제제)을 사용할 경우에는 좋은 방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시중에는 항생제가 포함된 제제도 일부 판매되고 있지만 항생제의 특성상 특정 병원균만을 공격하기 어려워 항생제 살포 시 유해한 세균 뿐 만 아니라 유익한 세균까지 모두 없애버리게 된다. 생태계는 곤충을 포함한 동·식물과 미생물이 공존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서 하나의 축인 미생물계가 교란될 경우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부작용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항생제의 사용에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내 농가에서의 발병 현황
현재 국내에서 발병한 화상병은 자연 발병 또는 곤충에 의한 전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발병한 장소를 토대로 역학조사를 해 본 결과 연천·파주 지역의 산발적인 발병과는 다르게 천안·안성의 배 농가나 충주의 사과 농가의 경우에는 주 발생지역과 인접한 과원에서 동시적으로 발병이 보고되어 적화·적과 작업단 등 사람에 의한 근거리 전파로 추정되고 있다. 화상병과 같은 세균병은 곤충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지만 식물체의 상처처럼 연약한 부위에는 더욱 쉽게 감염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화상병 발생 방지를 위한 예방법
현재 우리나라에서 화상병은 공적 방제 대상으로 지정되어 발병된 과원은 매몰시켜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발병되기 전에 지속적인 예방적 관리를 통하여 화상병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배관리는 화상병 감수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질소비료의 과다 사용과 늦재배는 나무의 질소 사용량 및 영양 생장을 촉진시켜 웃자람을 유도하므로 화상병 감염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수세가 강한 나무는 이듬해 과도한 영양생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겨울철 강전정을 피해야 하며 매년 정기적으로 전정회수를 조절하여 수세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좋다. 
화상병은 기주 범위가 넓어서 과원 주변의 방치된 과수 또는 관상식물이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매미충, 진딧물과 같은 흡즙성 해충에 의해서도 전염되므로 피해가 염려된다면 주기적인 해충 방제와 과원 정리가 필요하다. 생육기에 실시하는 전지·전정 시 유의할 점은 착과량을 높이기 위한 여름 전정이 신초의 발생을 유도하여 화상병 감수성을 높이기 때문에 여름 전정 시기는 가지 말단의 눈이 경화되는 8월 중순까지 늦추는 것이 좋다. 생육기에는 세균의 증식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시기이므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병반을 관찰하며 과감하게 실시하며 전정 이후에도 도포제나 페인트로 표시하여 발병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좋다. 간혹 전정 부위에서 병반이 발생할 수 있으나 대개 이는 자연적으로 수복되며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화상병은 사후 관리보다 방지가 최우선 돼야 한다.
화상병은 사후 관리보다 방지가 최우선 돼야 한다.

화상병 발생 시 대책과 주의할 점
2년생 가지 또는 더 묵은 가지에 화상병 의심 병반이 관찰될 경우 즉각적으로 신고하여 검사를 받아 조치를 취해야 하며 화상병이 아닐 경우에도 기타 세균이 침투하여 확산되었을 가능성을 것을 고려하여 병반을 기준으로 하부 30cm 이상 깊게 전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정시 잘라진 가지가 넘어지며 건강한 나무를 가해하면 나무의 상처를 통해 세균병이 감염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또한 전정 시 유사 병징이 있는 부위에 장비를 직접적으로 접촉시켜 전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독되지 않은 전정 장비를 사용해도 좋지만 전정에 미숙하거나 장비의 오염으로 인한 전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70% 에탄올 또는 락스에 전정 도구를 5분 정도 담가서 소독하거나 골고루 분무하여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전정 이후에는 잘라진 가지들과 부산물들을 모아서 별도로 폐기하거나 소각하여 잠재적인 위험성을 막는 것이 좋다. 화상병은 국내 과수 분야에서 처음 발병한 검역대상 병해로서 피해가 심각하고 확산이 빠르지만 국내 연구결과가 부족하여 현장대응 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의 빠른 대처로 2019년부터 방제기술 개발 및 저항성 품종 육성 등 관련 대응이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화상병과 같이 전염위험성이 높은 병해는 개인 또는 소규모의 대응만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취약지점에서 발생한 피해가 의도치 않게 다수의 농가로 퍼지기 쉬우므로 산업의 안정적인 영위를 위해 관계 기관을 포함한 우리 농업인들 모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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