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커리 단일품목으로 고소득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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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커리 단일품목으로 고소득의 길을 찾다
  • 월간원예
  • 승인 202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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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장갑진 대표

1982년부터 37년, 장갑진 대표가 치커리와 함께한 여정이다. 온전히 치커리만 재배한 지는 이제 18년, 그렇게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어오는 동안 어느덧 시장에서 치커리 하면 장갑진 대표를 떠올릴 정도로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양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는 장갑진 대표. 그가 운영하는 이천의 하우스를 찾아 그만의 농사 철학을 들어본다.

 

장갑진 대표

경기도 하남에 마련한 6611㎡(2000평)의 하우스가 시작이었다. 사우디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로 오래 일한 장갑진 대표는 방산 업체에 스카우트 되어 한국에 들어왔다가 친구의 시설 하우스를 보고 농업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어요. 처음에는 하남에서 상추, 오이, 가지 등등 여러 가지를 재배했습니다. 그러나 이천으로 옮겨와서 규모도 넓히고 치커리만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수막으로 관리되는 장 대표의 하우스는 보통 7~8℃를 유지하고 한 겨울에도 4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난방을 한다. 총면적은 2ha(8000평)로 40동의 하우스가 있다. 시설 작물은 모두 치커리. 시장에서 치커리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싱싱한 잎들이 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남들보다 잘한다는 말은 듣죠. 하지만 저도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재배를 시작하고 4년 뒤에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더라고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연구하다 토양에서 답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토양에 매출의 2~3%, 약 3000만 원 정도를 투자했죠. 처음엔 조금 큰 금액일 수 있지만 튼튼하고 양분이 가득한 토양으로 신선하고 질 좋은 작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하다 보면 토양 스스로 자생력이 생기기 때문에 금액도 줄어듭니다.”
쌀겨와 함께 유산균 원균을 투입하고 땅을 발효시키는 것이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장 대표의 비법. 이렇게 건강한 땅의 양분을 먹고 자란 치커리는 봄, 가을 가장 크고 건강하게 자란다.

 

현재 총면적 2ha(8000평), 40동의 하우스에서 치커리 단일품목만 재배하고 있다. 재배·토양 관리에 있어 단일품목 재배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크다고.
현재 총면적 2ha(8000평), 40동의 하우스에서 치커리 단일품목만 재배하고 있다. 재배·토양 관리에 있어 단일품목 재배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크다고.

실패도 중요한 경험
땅은 거짓말하지 않아

토양 관리에 대한 노력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시와 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토양개량과 유산균 실험 등의 다양한 시범사업도 참여한 지 5년 이상이 되었다는 장 대표는 흥망성쇠를 떠나 토양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는 열정을 내비쳤다.
“시범사업이란 건 말 그대로 시범이기 때문에 100% 성공보장이 없고, 오류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해보는 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해요. 농가의 소득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잖아요.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어서 시나 기술센터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제안이 와도 성실하게 참여할 생각입니다.”
휴경 또한 장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농사 1년 중 4분의 1, 3개월가량을 휴경을 통해 땅을 쉬게 해주는 것. 그것이 장 대표가 38년의 농사 인생 중 가장 크게 얻은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휴경과 윤작이 정말 중요합니다. 땅을 혹사하면 안돼요. 저는 치커리로만 이름을 쌓았기 때문에 윤작을 못 했는데, 미생물이나 그 어떤 영양제보다 토양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윤작이라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장 대표는 토양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년 중 3개월 이상을 휴지기를 가져 땅을 쉬고 해주고, 쌀겨와 유산균을 활용해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인다고.
 

새로운 도전 두렵지 않아
토양에 기인하는 농업인 될 것

현재 한 동에 661㎡(200평), 총 2.6ha(8000평) 규모의 하우스를 운영 중인 장 대표의 오전 일과는 수확한 치커리를 가락시장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매일 오전에 시장으로 보내는 치커리는 한 박스 2kg에 6000~8000원으로 가격은 연중 고정이다. 하루 보통 350~360박스 정도가 나가는데 이렇게 시장으로 납품되는 치커리는 수확량의 4분의 3, 나머지는 유기농 치커리로 재배되며 친환경 급식소와 미래원 등에 납품된다.
“가격이 고정된 것에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시장 가격이 비싸든 싸든 그래도 꾸준한 수입이 있다는 것이 농부로서는 큰 안심이죠. 농산물 가격의 불안전성만큼 무서운 게 없거든요. 유기농 납품의 경우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어요. 인건비가 충족될 정도로만 납품하고 나머지는 다 가락시장으로 보냅니다.” 땅에 대한 노력, 그리고 정성이 농사의 답이라는 장 대표는 시설 위주로만 돌아가는 정부의 지원 사업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과잉생산으로 수요공급체계가 맞지 않아져 많은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물가, 인건비 등 모든 것이 상승하는데 농산물은 그렇지 않아요. 농가의 자생력을 키워줄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농가 모두 성실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 벌면서 보람을 느끼는 삶이 되어야죠.”

 

장갑진 대표의 치커리 농장에는 매일 오전 2kg 박스로 350~360개 치커리가 출하된다. 일부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치커리로 친환경 급식소와 미래원 등에 납품된다.
장갑진 대표의 치커리 농장에는 매일 오전 2kg 박스로 350~360개 치커리가 출하된다. 일부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치커리로 친환경 급식소와 미래원 등에 납품된다.

연 매출은 5억 원, 순이익은 2억 원으로 이제는 안정기에 들어선 것 같다는 장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물의 품목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뒤처지지 말자. 뒤에 있지 말고,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 되자. 이게 제가 가진 삶의 신념이에요.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건, 현재 보이는 산물들이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농사라는 게, 사계절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직업이에요. 물론 이제 좀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나태해질 수는 없죠. 저는 윤작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만약 작물을 바꾼다면 윤작이 가능한 십자화과를 해보고 싶습니다. 양채류도 고민하고 있고요. 한다면 치커리 다 접고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죠.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제 농사 철학이자 인생철학이에요.”
상농은 흙을 가꾸고, 중농은 곡식을 가꾸고, 하농은 잡초를 가꾼다는 옛말을 늘 생각한다는 장 대표. 농사를 처음 시작했던 그 날처럼 장 대표는 오늘도 내일도 모든 하우스의 작물들과 눈인사를 하며 성실하고 보람 있게 하루하루를 가득 채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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