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이, 연탄으로 난방비 걱정 날려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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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오이, 연탄으로 난방비 걱정 날려버렸죠~
  • 이설희
  • 승인 2020.01.31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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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 이상완, 박종열 대표

84장의 연탄. 이상완, 박종렬 대표가 하루 하우스 난방에 쓰는 연탄의 개수이다. 논산의 총 세 농가만이 하고 있다는 연탄보일러. 목적은 유류비 절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오이의 품질까지 좋아져 매해 억대 매출을 기록하는 중이라는 이상완, 박종렬 대표. 햇빛이 쨍한 겨울날, 사이좋은 두 부부가 운영하는 충남 논산의 오이농장을 찾았다.

 

2006년은 부부에게 꽤 뜻 깊었다. 대전에서 문구·팬시 사업을 하던 이상완 대표와 일반 회사에 다니던 박종렬 대표가 귀농을 결심한 해이기 때문이다. 박종렬 대표 아버님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이상완 대표가 하던 문구 사업의 미래 시장성에 대한 고민과 맞물리면서 귀농이라는 큰 결단을 내리게 했다. 아버지의 땅과 농대 졸업장이라는 한줄기 빛은 현재 그들에게 지금의 삶의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결심이 서더라고요. 사실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저는 아버지가 크게 농사를 지으신 분이라 보면서 컸는데 정말 고되고 힘들어 보였거든요. 도시에서 사업을 하느라 제가 농대를 졸업한 것도 잊고 있었는데 장인이 돌아가시고 남겨주신 땅을 보니 농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인 박종렬 대표는 남편의 귀농 후 몇 달간은 회사에 다녔지만, 결국 남편의 농사일을 함께하게 되었다.
“남편이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안 했지만 저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회사 일보다 마음이 편해 보이더라고요. 하우스에 쉴 수 있는 제 방을 만들어 준다기에 시작했죠. 몇 년은 요령이 없어 몸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요.”
아침 7시경 수확을 시작해 한 박스 당 10kg, 매일 30~40박스, 1년에 총 6천 박스가 가락시장으로 보내진다. 평균 가격은 10kg에 2만 원 정도, 시장에서 그날그날 책정이 된다.
“작년에 처음으로 수입지출 명세를 뽑아서 정리해 봤는데 출하 금액이 1억 2천만 원이 나오더라고요. 이쪽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편입니다.”
매출이 높은 것도 기뻐할 일이지만 이 대표의 가장 큰 자부심은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난 오이에 있다.

연탄의 활용으로 난방비의 부담을 줄이면서 오이의 생육을 탄탄히 하고, 타버린 연탄은 천연비료로 쓰이는데, 이는 산성토양을 중화시키고 뿌리 흡착에 도움을 준다고. 연탄재로 비료를 대신하면서 얻는 비용절감은 덤이다.
연탄의 활용으로 난방비의 부담을 줄이면서 오이의 생육을 탄탄히 하고, 타버린 연탄은 천연비료로 쓰이는데, 이는 산성토양을 중화시키고 뿌리 흡착에 도움을 준다고. 연탄재로 비료를 대신하면서 얻는 비용절감은 덤이다.

연탄보일러로 유류비 절감
오이 더 튼튼해지는 효과

총 4동으로 이루어진 4600m2(1400평) 하우스는 연탄보일러와 함께 보온이 되는 부직포 덮개로 따듯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낮에는 최고 28도, 밤에도 평균 10~11도를 유지하며 6월부터 10월까지 휴지기인 4개월을 제외하고는 매일 농사에 땀을 흘리는 두 대표다.
“어느 해 기름 값이 굉장히 높았어요. 연료비 지출을 어떻게 아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게 연탄보일러였습니다. 설치도 다 제 손으로 직접 했는데 돌이켜보니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현재 논산에 연탄보일러로 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는 총 세 곳. 이 세 농가의 매출이 비슷하게 나온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언.
“귀찮고 힘들지 않냐 물으시는데 하루 한 번 교체하거든요. 연탄이 84장 들어가는데 십여 분 투자해서 오이가 튼튼해진다면 마다할 것이 없죠.”
쓰인 연탄재는 주변의 밭에 비료로 뿌려진다. 실제 연탄재의 경우 광물 성분이 많아 산성토양을 중화시키고 뿌리 흡착에 도움을 주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해 천연비료로 손색이 없다고.
“농사지으려면 만능이 되어야 해요. 공부도 해야 하는데 몸도 놀릴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농사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보러 많이 와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사실 비법이라면 관심과 정성이 전부인데 그 중에서도 땅 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제가 ‘흙’이라는 책을 읽은 후 가슴에 새긴 구절이 있는데 ‘흙 안에 방을 만들어라’입니다. 흙 공간 공간마다 퇴비, 유기물, 볏짚, 나뭇잎 등등 다양한 비료를 투입해서 각각의 방을 만들라는 거죠.”
실제 이 대표는 매해 하우스 한 동에 2t의 볏짚을 투입하며 흙 속 방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다.
“6월부터 10월, 휴지기 동안 옥수수 같은 타 작물을 심어 갈아엎는 작업도 병행합니다. 흙을 일구는 것이 기본이고 그다음은 뿌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거죠. 미생물도 잘 이용해야 하고, 병해 예방도 필수고, 그런 것들이 쌓여 농사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것 같아요.”
현재 13 농가로 이루어진 오이 작목반 외 논산기술센터 오이 연구회에도 소속되어 있는 이 대표. 그는 터전이 아닌 곳에서 농사를 시작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경청하는 자세에 있다고 말한다.
“오이 농사 시작할 때 전국 오이 농가를 다니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일단 다 수렴하면서 스스로 트레이닝을 해나갔죠. 사회생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듣는 게 익숙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공부를 했습니다. 많이 듣다 보니 대학 때 배운 것들도 생각나면서 저도 모르게 배운 대로 대답하고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농사가 체질인 것 같아요.”

 

이상완, 박종렬 대표는 지난 2006년 이 곳 충남 논산시로 귀농하면서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어느덧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오이를 재배하면서 이제는 베테랑 농업인이 되었다. 재배 품종은 농우바이오의 ‘스마일 백다다기’
이상완, 박종렬 대표는 지난 2006년 이 곳 충남 논산시로 귀농하면서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어느덧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오이를 재배하면서 이제는 베테랑 농업인이 되었다. 재배 품종은 농우바이오의 ‘스마일 백다다기’

귀농 후회 없어
상생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행복

귀농한 지 14년, 이제 선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부부 모두 농사일이 몸에 익었지만 최근 흐린 하늘과 변덕스러운 기후는 두 대표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줄기의 상태가 중요한데 햇빛을 못 보는 게 가장 걱정입니다. 오이의 경우 겨울에 가격이 좋은 만큼 품질 좋은 오이를 내놓고 싶은데 날씨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요.”
오전에 시장 출하를 마치고 오후 시간은 소소하게 작물 관리를 하며 부부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는 두 대표. 웃음꽃이 피어나는 하우스는 작목반 동료들과 오이 연구회 회원은 물론 퇴직 후 농사를 준비하는 예비 귀농인의 방문도 넘쳐난다.
“남편과 제가 분업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십 년이 넘어가는데도 농사가 재미있기만 해요. 귀농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재배기술에 관한 건 전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큰 어려움 없이 정착을 잘하게 되면 저희는 좋은 이웃이 늘어나는 거고, 서로 도우며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귀농을 한 건 아닌데 내려와서 지내다 보니 이웃들 그리고 내가 기른 농산물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게 행복한 삶임을 다분히 느끼고 있어요.”
귀농이 체질이라는 남편과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다는 아내. 내내 끊이지 않던 그들의 따사로운 웃음처럼 하우스 하늘 위에도 반짝반짝한 빛이 듬뿍 내리쬐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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