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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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월간원예
  • 승인 2020.02.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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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북서풍의 한파가 겨울 내내 기성을 부렸으나 간간히 불어오는 봄바람의 따뜻한 손길은 겨울잠을 자던 이른 봄꽃들에게 일어날 준비를 하라고 노크를 한다. 봄의 전령사와 같은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들은 내기라도 하는 듯! 앞을 다투어 꽃을 피워낸다. 그러다보니 늦은 강설에 묻히기도 하고 추위에 일부 꽃들은 동해 피해를 보기도 한다. 

 

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바람꽃Aenemone의 어원은 그리스어 ‘Anemos’ 에서 온 것으로 ‘바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는 아네모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꽃의 여신 이였던 플로라에게는 시중을 들던 아네모네라는 시녀가 있었다. 아네모네는 시녀들 중 가장 아름답고 마음이 따듯한 여인이였다.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와 아네모네는 둘만의 은밀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실은 얼마 못가서 제피로스의 아내 플로라가 눈치 채었으며 질투심에 둘 사이를 갈라놓을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제피로스의 눈에서 멀어지게 하고자 아네모네를 먼 포모누의 궁전으로 쫓아버리게 된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둘의 사랑은 결코 끊을 수가 없었으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플로라는 아네모네를 한 송이의 꽃으로 만들어 버려 제피로스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제피로스는 사랑했던 아네모네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해마다 봄이 오면 따뜻한 바람을 보내어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로 약 200여종이 전 세계에 흩어져 분포하고 있다. 흔히 원예시장에서 아네모네라 불리는 종은 비교적 온난한 기후대에서 자라던 종을 꽃이 크고 아름답게 계량하여 판매되고 있는 종으로 노지에서는 월동하기 힘든 종이다. 이번호에서는 한반도에 자생하고 있는 바람꽃들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쌀쌀한 기온 속에서도 굳건하게 꽃을 피워내는 자생수종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식물종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람꽃종류는 현재 18종이 등록되어있으며 미등록, 미확인종을 포함한다면 종수는 좀 더 늘어날 것이다. 바람꽃으로 부르는 종은 현재 5속으로 아네모네속Anemone, 칼리안데멈속Callianthemum, 에네미온속Enemion, 에란티스속Eranthis,  이소피룸속Isopyrum등으로 구분된다. 아네모네속은 약 12종으로 바이칼바람꽃Anemone glabrata, 홀아비바람꽃Anemone koraiensis, 바람꽃Anemone narcissiflora, 외대바람꽃Anemone nikoensis, 쌍동바람꽃Anemone rossii, 회리바람꽃Anemone reflexa, 들바람꽃Anemone amurensis, 가래바람꽃Anemone dichotoma, 숲바람꽃Anemone umbrosa, 국화바람꽃Anemone pseudoaltaica, 꿩의바람꽃Anemone raddeana, 세바람꽃Anemone stolonifera등이 이에 해당되며, 칼리안데멈속엔 매화바람꽃Callianthemum insigne 1종, 에란티스속에는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변산바람꽃Eranthis byunsanensis, 풍도바람꽃Eranthis pungdoensis 3종, Enemion속에는 나도바람꽃 1종, Isopyrum속에는 만주바람꽃Isopyrum manshuricum 1종으로 나누어진다.
바람꽃 중에서도 가장 빨리 개화하는 수종으로는 에란티스속으로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이 대표적인 수종이다. 변산바람꽃은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지방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종으로 이른 지역에서는 2월경부터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변산지역에서 처음 확인되어 명명된 종으로 단정한 흰 꽃잎 중앙에 연보라색의 수술과 연녹색의 깔대기모양을 하고 있는 암술이 다른 바람꽃에 비해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어 쉽게 구분된다. 서해지역의 풍도에는 암술이 더욱 넓은 깔대기모양으로 변형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를 풍도바람꽃으로 명명하고 있으며 변산바람꽃의 변이종으로 구분한다. 내륙지방에서는 너도바람꽃이 제일 먼저 개화하기 시작하는 데 빠른 곳은 3월 중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4월까지는 언제든 눈이 올 수 있는 시기로 이맘때 설중 바람꽃의 대표적인 수종은 바로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이라 할 수 있다.

 

숲바람꽃
숲바람꽃

한반도에서 고산지역이나 위도가 높은 이북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수종들로는 긴털바람꽃, 가래바람꽃, 바이칼바람꽃, 바람꽃 등이 해당하는데, 긴털바람꽃Anemone narcissiflora var. crinita은 아직까지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등재되지 않은 종으로 큰바람꽃, 조선바람꽃등으로 불려지기도 하며 바람꽃에 비해 꽃줄기를 비롯한 식물체 전체가 긴 잔털로 덮여 있으며, 꽃받침잎 상부에서 산방형으로 3~5정도로 분지되어 개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로 위도가 높은 지역이나 백두산고산지역에서 주로 분포하고 있어 보기 드문 종이라 할 수 있다. 가래바람꽃은 다른 바람꽃에 비해 초장이 크고 무리지어 자라는 특성이 있으며 비교적 빛이 잘 드는 곳에서 생육한다. 식물체의 크기에 비해 꽃은 크지 않으며 줄기 끝에 외대로 꽃을 피우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지가 함께 자라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백두대간의 산 정상부에서나 관찰할 수 있는 바람꽃은 자생지에서 보통 5~6월경에 꽃을 피우는 데 전초의 중앙에서 신장된 꽃대에서 산방형으로 많은 꽃이 분지 되어 순차적으로 개화하며 식물체의 세력이 매우 강건해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람꽃의 이름을 살펴보면 재미난 것이 많다. 보통 꽃의 모양이나 자생지의 위치 또는 지역명등을 붙여서 쓰는 경우가 많다. 꽃의 모양이나 형태를 보고 붙은 바람꽃에는 꿩의바람꽃, 외대바람꽃, 쌍동바람꽃. 홀아비바람꽃, 회리바람꽃, 긴털바람꽃, 가래바람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 쌍동바람꽃은 꽃받침잎 상부에서 두 개의 꽃대가 동시에 꽃을 피운다. 그 모습이 쌍둥이를 연상해서 그리 붙여진 것 같다. 반면 외대바람꽃과 홀아비바람꽃도 있는 데 쌍동바람꽃과 크기나 성상이 유사하지만 한 송이의 꽃만을 피운다. 쌍동바람꽃의 자생지는 온대 중북부에 위치하고 있어 남한에서는 강원도 이북에서 산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쌍동바람꽃의 수술이 백색 또는 미색을 하고 있다면 홀아비바람꽃은 노란색으로 수술자루도 좀 더 가늘어진다. 경기, 강원도 숲속 또는 계곡 가장자리에 크게 군락을 이루고 있어 5~6월경에 쉽게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일반적으로 바람꽃의 꽃잎은 기본 5장정도로 구성되어 있다면 꿩의 바람꽃은 꽃잎이 8~13장 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꽃잎이 가늘고 긴 편이다. 분포지도 폭넓어 전국의 산속이나 계곡주변 돌틈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이름에서 보듯 꽃의 핀 모습이 꿩의 목덜미의 깃털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의 모양이 일반적이지 않은 회리바람꽃은 수술과 암술이 둥근 공 형태로 되어있다. 언 듯 보면 바람꽃이 지는 모습으로 착각할 수 있는 데 사실은 다른 바람꽃과 같이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이이 뒤로 말려 있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꽃의 모양이 회오리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바람꽃이 자라는 위치와 지역을 고려해 명명된 수종으로는 숲바람꽃, 들바람꽃, 만주바람꽃, 남방바람꽃, 바이칼바람꽃등을 들 수 있다. 들바람꽃과 숲바람꽃도 유사하여 잘 구분이 안되는 데 꽃받침이 타원형이고 잎 뒷면에 드문드문 솜털이 있는 것이 숲바람꽃이고, 꽃받침이 길쭉하고 잎 뒷면에 솜털이 빽빽하면 들바람꽃으로 구분한다. 자생지에서 살펴보면 독립개체로 드물게 분포하는 게 들바람꽃이라면 숲바람꽃은 계곡주변에 군락을 잘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람꽃
바람꽃

바이칼바람꽃은 한반도에서는 백두산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종으로 지면에서 성엽과 꽃대가 함께 출연하는 특징이 있다. 곧게 자란 꽃대 상부에 꽃받침잎이 꽃줄기를 감싸고 있으며 외대의 흰 꽃을 피우며 근생엽의 잎자루에 퍼진 털이 있고, 꽃받침잎 끝이 원형이다. 
에란티스속에 너도바람꽃이 있다면 에네미온속에는 나도바람꽃이 있다. 다른 바람꽃에 비해 경생엽이 크고 풍성하며 줄기 상단에 산방형으로 여러 개의 꽃을 동시에 피워 단정한 느낌을 준다. 남방바람꽃Anemone flaccida은 아직 국가식물종검색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은 종으로 꽃잎 바깥쪽에는 짙은 보라색을 안쪽에 흰색 바탕의 꽃잎에 옅은 보라색이 들어 있다. 소개한 것 외에도 만주바람꽃, 세바람꽃, 태백바람꽃등 이 있으며, 유사종으로 모데미풀도 바람꽃이 한참 피어나는 시기에 함께 볼 수 있는 수종이다.
봄바람과 함께 조용히 찾아오는 바람꽃은 남풍이 점차 더 따뜻한 공기를 몰고 오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바람과 함께 왔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바람꽃!! 제피로스가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아네모네의 순수하고도 고귀한 아름다움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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