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공주 주말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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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주 주말농장
  • 월간원예
  • 승인 2013.01.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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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공주 주말농장

주말농장


신선한 채소를 스스로 가꾸다
정의공주 주말농장


세종대왕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총명하기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름에서 풍기는 깊은 뜻을 딴 정의공주 주말농장은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해 정의공주묘와 거리 또한 가깝다. 조용하고 깨끗한 북한산 자락에서 유기농 채소를 스스로 가꾸며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힐링의 장소다.

 


6611m²(2,000평) 규모인 정의공주 주말농장은 9.9m²(3평) 1구좌를 기준으로 한다. 각자 원하는 만큼 구역을 분양 받을 수 있다. 1년 기준 구좌 당 13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한 가족이 먹고도 남을 싱싱한 채소를 키우게 된다. 현재 정의공주 주말농장에는 420여 명의 회원이 자신의 힘으로 채소 기르는 재미를 맛보고 있다. 직접 키운 채소가 푸른 싹을 틔우고 맛있는 반찬이 되어 밥상에 오르면 그만큼 유익하고 보람찬 순간이 또 있을까. 주말농장은 콘크리트 바닥 위를 걷고 흙을 만질 일이 없는 도시인들이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농장을 운영하는 이광순 대표는 50여 가지의 모종과 씨앗을 판매하고 채소 재배에 미숙한 회원들에게는 키우는 방법까지 아낌없는 교육도 하고 있다. 농장의 전반적인 관리는 이 대표가 맡고 있지만 파종을 하고 수확을 하는 과정은 온전히 분양받은 회원의 몫이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농장을 찾아와 자신의 채소를 살피는 회원들이 줄을 이었다. 곳곳에 배추와 무가 탐스럽게 익어 있는 농장 한 켠에는 즉석에서 김장까지 해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속재료만 챙겨오면 수확한 배추를 그 자리에서 씻고 절여 맛있는 김장김치 담그기가 가능하다.
이 대표는 15년 간 주말농장을 꾸려왔다. 따라서 수년 간 인연을 맺어온 회원도 상당수다. 처음 문을 열었던 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주말농장을 이용하고 있는 회원도 있다고 하니 그 매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밭을 관리하러 방문한 여성 회원은 “여기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치를 담궜더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며 이 대표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농장 운영자와 고객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친구가 되는 점이 바로 주말농장의 또 다른 묘미일 것이다. 
정의공주 주말농장에는 특별한 회원도 있다. 북서울 농협에서 일부 구좌를 분양 받아 직접 관리하면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고객들에게 선물하는 것인데 벌써 5년여의 시간동안 진행해 온 일이다. 신선한 채소는 주는 사람의 정성과 받는 사람의 고마움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선물이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는 분명한 목표도 있었다. “외국 영화 속에서 농사꾼은 가든파티를 즐기거나 근사한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는 고달프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젊은이들에게 “농사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은 생각이다. 그래서 이곳은 포근함과 아기자기함으로 무장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집에 놀러온 것처럼 정겹고 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농장 곳곳에 다양한 식물을 심어 분위기를 연출했다. 돌나물, 딸기, 한련화, 땅두릅, 꽈리 등 알록달록하고 먹을 수도 있는 열매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휴식 공간을 둘러싼 수세미, 호박 넝쿨도 인상적이다.
엄마아빠를 따라 농장에 놀러온 아이들은 이삭이 무거워 고개 숙인 벼를 보고 쌀을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시원한 향이 나는 허브 박하를 보며 식물의 다양함을 몸소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삽, 물 조리개 등 농기구가 진열되어 있는 공간 옆에는 조리실과 수도시설이 함께 구비되어 있다. 작업을 마친 뒤에는 수확한 채소를 곁들여 맛있는 식사를 한다면 두 배로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농약을 치지 않기에 벌레 먹은 자국도 곧잘 눈에 띄지만 직접 키운 채소라는 뿌듯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 대표는 “농사라는 것을 잘 모르던 회원이 우연히 주말농장을 경험하고는 귀농한 경우도 있다”며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새로운 씨앗이 나오면 회원들에게 보급하면서 운영에 힘쓰고 있는 그녀의 목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텃밭 가꾸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바로 ‘방학 숙제’다. 교과 과정에는 없지만 농업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며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농업을 ‘숙제’라는 타이틀을 이용해서라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한편으로는 농업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취재/조병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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