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 맞은 무안 노지 시금치 친환경 기술에 맛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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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 맞은 무안 노지 시금치 친환경 기술에 맛을 더하다
  • 이지우 기자
  • 승인 2020.03.03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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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박석철 대표

전남 무안에서 20년째 시금치를 재배 중인 박석철 대표는 2년 전부터 친환경 재배로 농법을 전환했다. 약 660㎡(200평)의 하우스 한 동을 포함, 총 6600㎡(2000평)의 노지에서 자라는 시금치는 무안의 비옥한 황토에서 해풍을 견디며 단단한 잎과 높은 당도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국내 대표 겨울 채소인 시금치는 남해, 전남, 포항이 3대 주산지로 산지마다 품종과 재배 방식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무안의 경우 월동 시금치라고도 불리는 재래종이 주를 이루는데 보통 동양계 종자로 저온에 강하고 0도 이하에서도 냉해를 입지 않는다. 설령 냉해를 입어 잎이 죽는 현상이 나타나도 그 뿌리는 살아남아 기온이 상승하면 다시 새잎을 돋는데, 깊게는 30cm까지 자라는 시금치 뿌리의 특성 때문이다. 
12월 가장 많은 수확량이 나오는 무안의 노지 시금치는 타 작물과 비교해 재배가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생육 적정 온도는 15~20도 지만 겨울 작물이기 때문에 서늘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며 한겨울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낮아져도 수확에 무리가 없다. 
“수확이 다 끝난 2월이면 초벌로 갈아엎기 작업을 합니다. 그 후 종자를 뿌리고 트랙터를 이용해 얇게 판을 잡으며 흙을 덮습니다. 비결이라면 초벌로 얇게 흙을 덮은 후 다시 한 번 사람 손으로 세밀하게 다시 덮어주기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보온 덮개나 갈기 등을 이용해 직접 덮어주면 발아율이 훨씬 올라갑니다.”
트랙터로만 작업을 할 경우 효율은 올라가지만, 흙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작물이 균일하게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박석철 대표의 설명이다.
“발아 후 싹이 올라오고 기온이 상승하면 벌레가 잎을 먹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기에 맞게 친환경 제초제를 살포해야 합니다. 작물의 생장 초기에는 매일 기온과 해충 분포 등을 살피며 추가 작업 여부를 결정하죠.”
시금치의 경우 토양을 중성화(pH7) 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토양에 산성 성분이 강하면 시금치 잎에 황화현상이 생기고 생육이 중단되기 때문에 30㎡(10평)를 기준으로 친환경 석회질 비료를 3~4kg 정도 살포하면 토양을 중성화 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토양의 pH는 토양의 수소이온동도를 측정한 값으로 3∼9의 범위를 가지며 보통 중성pH7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산성토양, 높으면 염기성토양이라 한다. 식물마다 선호하는 산도의 토양이 다르고, 병, 해충도 잘못된 pH농도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토양산도를 잘 파악해야한다. 
겨울 시금치는 생장 기간이 지나도 더 크게 성장하지 않고 잎만 두꺼워지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이 기간을 두고 수확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농사라는 것은 적정 시기가 있기 때문에 가격을 떠나 12월 한 달 동안 대부분 수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박 대표다.

 

전남 무안의 비옥한 황토에서 해풍을 견디며 자란 시금치는 단단한 잎과 높은 당도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전남 무안의 비옥한 황토에서 해풍을 견디며 자란 시금치는 단단한 잎과 높은 당도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친환경 재배로 차별화
작년부터 시작된 무안군의 친환경 재배사업은 농촌에서의 무분별한 약제사용을 방지하고 약을 올바른 곳에 제대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현재 친환경 인증사업자대상 의무교육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구상을 해 나가고 있는 무안군은 최근 농업인들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미생물 배양센터를 건립을 추진하며 친환경 농산물 인증 면적 확대는 물론 기존 농약과 비료 사용을 최대 20%까지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전남 무안군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면적도 유기와 무농약을 포함 지난 3년 간 30% 이상 상승했다. 
19명의 재배농이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는 무안 노지 시금치는 기름지고 부드러운 황토에서 자라 당도가 뛰어나고 씹는 맛도 우수해 타 지역 시금치보다 선호도가 높다.
“심는 시기는 보통 추석을 기준으로 10일 전후입니다. 수확은 11월에서 12월이 가장 많고 파종이 늦으면 1월까지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농가에 따라 수확이 최대 한 달까지도 차이가 난다는 무안의 시금치는 1년에 1번 재배가 주를 이루지만 간혹 여름 시금치를 생산하기도 한다.
“총평수 중 10%만 여름에 잠깐 수확하기도 합니다. 가격이 가장 좋은 시기이지만 햇볕이 뜨거우면 작물이 고사하고, 폭우가 내리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커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시금치는 노지에서 10kg 박스로 담아 서울로 올려 보낸다. 당일 경매 가격은 매일 다르지만 최근 시세는 10kg 기준 1만2천 원~1만3천 원 선. 가격이 좋을 때는 1만8천 원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최근 따뜻한 기후의 영향으로 지난 해 부터 가격이 평년보다 20% 이상 하락하고 있어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시금치는 노지에서 수확 후 10kg 박스에 담아 같은 작목반 시금치끼리 모은 후 소집상이 서울로 가져간다. 매일 경매가가 다르지만 최근 시세는 10kg 기준 1만2천원~1만3천원 선.
시금치는 노지에서 수확 후 10kg 박스에 담아 같은 작목반 시금치끼리 모은 후 소집상이 서울로 가져간다. 매일 경매가가 다르지만 최근 시세는 10kg 기준 1만2천원~1만3천원 선.

소득증가를 위한 브랜드화 필요
무안의 시금치 농가들은 마을 사업으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세척부터 소포장 공정까지 모든 작업을 규격화해 무안군 시금치를 브랜드화 하는 것을 올해 목표로 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무안과 멀지 않은 곳에서 재배되는 신안의 시금치 ‘섬초’는 1996년 상표 등록을 시작해 매년 80억 이상의 농가 소득을 올려주며 신안의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시금치 재배 농가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는 만큼 마을 총소득을 상승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박 대표는 최근 작물 풍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낮아진 농산물 가격 시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친환경 사업이 진행되며 비교적 값이 비싼 친환경 약제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 실제 지난해 전남 지역의 겨울 주요 농작물이 과잉재배 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졌다. 
“마을에서 20 농가 정도가 시금치 재배를 하고 있는데 밭에서 수확한 시금치를 집하장에서 모아 세척 후 소포장 작업, 서울에 보내기까지의 과정을 일원화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목표는 마을 전체 소득을 올리는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무안군의 시금치를 브랜드화 하여 소비시장에 굳건히 자리 잡는 것이죠. 농사라는 게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함께 하면 좀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테니까요.”
농업인으로서 안심하고 오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는 박 대표의 염원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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