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에 비상하는 제비꽃!
상태바
춘삼월에 비상하는 제비꽃!
  • 월간원예
  • 승인 2020.03.04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용진 박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 관리실장
장백제비꽃 - 남백두산
장백제비꽃 - 남백두산

얼었던 대지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춘삼월! 아직은 자연의 푸르름과 봄꽃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기다. 겨울동안 대자연 녹색의 갈망이 절정을 찍을 때 즈음이면 그것에 대한 조그만 보상이라도 해주려는 듯 황량한 산과 들에 보랏빛의 조그만 제비꽃들이 일제히 여기저기서 꽃을 피운다. 
요즘은 보기 힘든 철새이지만 이맘때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제비가 날개를 펼치고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제비꽃. 아마도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제비꽃은 제비꽃과 제비꽃속에 해당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한국을 비롯하여 시베리아동부, 중국 등지에 분포하며 한국의 산과 들에 약58종정도가 분포하고 있다. 제비꽃 품종들은 이른 봄 잦은 서리와 낮은 온도에 강한 수종이라 원예적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현재 초봄에 가장 많이 식재되는 수종으로는 삼색제비꽃Viola tricolar으로부터 분화된 다양한 품종들을 이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세기부터 자생하는 제비꽃을 개량하여 정원과 화단을 장식하는 데 주요 소재로 사용해 왔다. 그리스도교가 성행했을 당시엔 장미, 백합과 함께 성모에게 헌화하는 데 이용되었을 정도로 제비꽃은 성스런 식물중 하나로 애용되었다. 장미는 아름다움을, 백합은 위엄을, 제비꽃은 성실과 겸손의 의미를 담은 꽃으로 헌화에 이용되어왔다. 
국내 자생하는 제비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도심이나 주택가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제비꽃 종에는 제비꽃Viola mandshurica, 호제비꽃Viola yedoensis, 흰제비꽃Viola patrinii, 콩제비꽃Viola verecunda 등을 들을 수 있는 데 외관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을 비교해 보자면 제비꽃은 흰색바탕의 꽃잎에 연한 보라색빛의 꽃이 피고 꽃 중심부가 좀 더 짙은 보라색을 띠며 피는데 꽃색은 자생지환경에 따라 변이가 심한편이다. 호제비꽃은 선명한 보라색의 꽃잎을 가지고 있으며 잎 뒷면이 자색을 띄는 특징이 있다. 흰제비꽃은 순백색의 꽃을 피우며 꽃잎에 맥이 전혀 없다. 졸방제비꽃은 저지대의 습지나 개울가주변에 자생하며 잎은 심장형이고 흰색의 꽃이 피고 순판에 자주색의 줄이 들어가 있다. 

 

졸방제비꽃
졸방제비꽃

자생환경이 주로 산지의 반음지나 계곡주변 등에서 주로 자생하는 수종들로는 고깔제비꽃Viola rossii, 금강제비꽃Viola diamantiaca, 알록제비꽃Viola variegata, 남산제비꽃Viola albida var. chaerophylloides, 태백제비꽃Viola albida, 털제비꽃Viola phalacrocarpa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깔제비꽃은 잎 밑부분이 고깔처럼 안쪽으로 말려있는 특징이 있으며, 금강제비꽃은 잎이 심장형이고 순백색의 꽃잎이 있으며 순판에 해당하는 꽃잎 중앙부에 방사형으로 선명한 선이 있다. 알록제비꽃은 잎 전면에 잿빛과 녹색이 번갈아가며 있어 얼룩처럼 보이며 잎 뒷면의 자주빛을 띠는 특징을 가진다. 남산제비꽃은 잎이 가늘게 갈라져 다른 종과 쉽게 구분되며  태백제비꽃은 잎이 심장형으로 다른 종에 비해 월등히 넓은 광엽으로 자라는 특징을 하고 있다. 털제비꽃은 잎자루와 꽃자루 등에 잔털이 밀생하고 있는 잎은 장타원형을 모습을 하고 있다.


산지에서도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곳의 반음지 조건에서 주로 자라는 제비꽃 종류에는 노랑제비꽃Viola orientalis과 장백제비꽃Viola biflora 이 있다. 다른 수종들은 대부분 보라색과 흰색, 분홍색으로 피어나지만 이 두 종은 꽃이 노란색으로 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노랑제비꽃은 보통 해발800m정도 되는 지역에서부터 확인되는 데, 잎은 장타원형을 하고 있으며 꽃잎의 부판과 주판이 나비의 날개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판과 부판의 중앙에 설판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비상하는 나비의 형상을 하고 있다. 장백제비꽃은 노랑제비꽃과 달리 잎이 둥근 원형이고 꽃잎의 부판이 뒤로 많이 젖혀지는 특징이 있어 구분된다.

 

제비꽃
제비꽃

선제비꽃Viola raddeana과 왕제비꽃Viola websteri은 다른 수종에 비해 자생지 분포가 지극히 적은 종들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에 해당한다. 두 종 모두 직립하며 자라고 키가 40~60cm정도 자라는 데 선제비꽃의 특징으로 잎은 삼각상 피침형으로 밑이 심장형이고 잎자루 윗부분에 날개가 있어 왕제비꽃과 구분 되며 주로 습지나 물가주변의 갈대, 물억새 같은 정수식물 주변에 함께 자라고 있어 관찰하기가 쉽지 않은 종이며 필자도 아직 자생지를 직접 보지 못한 식물이다. 왕제비꽃은 주로산지의 반음지 조건에서 자라는 종으로 낙엽활엽수림 하부에서 주로 자생하며 선제비꽃보다도 초장이 큰 편이며 잎자루가 따로 없고 잎은 장타원형으로 중간부위가 가장 넓다. 
위에 소개된 종들 외에도 다양한 제비꽃품종들이 국내에 자생하고 있으며 자생종으로써의 가치도 우수할 뿐 아니라 삼색제비꽃처럼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종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알록제비꽃, 남산제비꽃등 꽃과 잎의 무늬 잎의 세엽으로 갈라지는 모습들이 관상가치가 매우 우수하므로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하면 우수한 신 품종들이 많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영웅으로 불리는 나폴레옹은 꽃 중에서 제비꽃을 가장 좋아하였다한다. 젊은 군인 시절 제비꽃 소대장으로 불릴 만큼 제비꽃에 대한 사랑이 별났으며 1814년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에  점령당하고 3월경 엘바섬에 유배되었을 때에도 ‘제비꽃이 필 무렵 다시 돌아 갈 것이다’ 는 말을 남길 정도로 제비꽃과 인연이 남달랐으며 그의 첫 아내였던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좋아하는 제비꽃을 함께 좋아했으나 나폴레옹과 이혼한 후에는 제비꽃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이 유배 중에 ‘제비꽃이 필 무렵이면 돌아갈 것이다’라는 재기의 희망을 가졌던 것처럼 춘삼월에 피어나는 제비꽃은 긴 겨울의 끝과 새봄의 시작을 알리며 봄이 멀지 않음을 전하는 전령사 역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