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은 이제 ‘이미지 경매’로 탈바꿈 준비
상태바
도매시장은 이제 ‘이미지 경매’로 탈바꿈 준비
  • 이설희
  • 승인 2020.03.04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성욱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건설계획팀

이미지 경매는 농산물을 경매장에 하차, 진열, 상차하는 작업이 필요 없어져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고, 상온 노출을 줄여 상품성도 보호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장점이 있는 이미지 경매가 국내 도매시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등급이 표준화되고 품질이 균일해야 하는 ‘상품의 표준화’ 조건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도매시장 하면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아마도 농수산물 경매 과정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올 것이다. 경매사의 시끌벅적한 호창에 맞춰 수십 명의 중도매인이 각 지역에서 올라온 농산물을 앞에 두고 분주하게 수신호를 보내는 모습은 어느덧 도매시장의 상징 같은 모습이 되었다. 경매방식은 비단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보편적인 거래방식으로 애용됐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93년 로마 황제 페르티낙스가 살해된 후 귀족들이 로마 황제 자리를 경매에 부친 적이 있다니 경매의 역사는 매우 깊다고 할 수 있다. 
도매시장에서 다수가 공개경쟁으로 참여하여 거래하는 현재의 방식을 채택하게 된 것은 경매방식이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도매시장이 생기기 전 용산시장 등 유사시장은 쌍방이 1 대 1로 협의하여 거래하는 상대매매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거래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는데, 대표적인 것이 실제 판매 가격을 낮춰서 정산하는 일명 ‘가격 후려치기’라 할 수 있다. 가격 정보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일부 상인들이 가격을 속여 자신들의 이득을 취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고자 정부에서는 공영도매시장을 개설하면서 공개경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경매방식을 거래의 원칙으로 정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90% 이상이 전자식 경매로 진행하고 있으며 가격이 실시간으로 표출되어 산지에서도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수지식에서 전자경매식으로 발전 
그동안 도매시장의 경매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초기 방식은 수지식 방법이었다. 중도매인들이 경매사만 볼 수 있도록 종이 등으로 손을 가리고 가격을 제시하여 거래되었다. 수지식 방법은 동적이고 경매 현장의 생동감을 가져오기는 하나, 낙찰 가격이 수기로 입력되다 보니 실시간으로 가격이 표출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1994년 농안법을 개정하여 전자 응찰기로 가격을 제시하고 결정하는 전자경매를 원칙으로 정했고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현재는 90% 이상이 전자식 경매로 진행하고 있으며 가격이 실시간으로 표출되어 산지에서도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했다.

상품의 표준화 미흡, 전면 시행에는 한계 
최근에는 ICT 기술 발전과 함께 ‘이미지 경매’ 방식 도입이 새롭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 방식이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을 경매장에 반입하여 진열한 후 현물을 직접 보고 거래했다면 이미지 경매는 상품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제시하여 현물을 보지 않고도 경매를 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이미지 경매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 짧은 시간 내에 풍부한 정보를 사전에 획득할 수 있으므로 거래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경매장에 하차, 진열, 상차하는 작업이 필요 없어져 물류비를 절감하며 상온 노출을 줄여 상품성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도매시장에 없어도 경매 참여가 가능하고 PC, 핸드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참여할 수 있으므로 중도매인의 거래 편의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이미지 경매는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선행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바로 ‘상품의 표준화’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등급이 표준화되고 품질이 균일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 농산물은 과일류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표준화가 미흡한 수준이라 현재로서는 전면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최근 산지 규모화가 크게 진전되고 있고 상품 표준화가 가능한 대형출하단체가 늘고 있어 향후 이미지 경매가 확산할 여지는 충분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