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을 여는 열쇠 ‘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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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을 여는 열쇠 ‘앵초’
  • 이설희
  • 승인 2020.04.0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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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 관리실장
권용진 박사

봄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이 가장 잘 어울릴까?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피나물 등이 먼저 떠오르면 노란색일 것이고, 우리나라 전국 산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진달래, 철쭉을 생각해보면 분홍색이 더 잘 어울릴 것이다. 

분홍빛 하트를 다섯 장 붙여 놓은 듯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꽃의 모양이 고대시대 궁궐의 문을 여는 열쇠를 닮았다하여 ‘열쇠꽃’, ‘천국 문을 여는 열쇠’, ‘행운의 열쇠’ 등으로 불려진  적도 있다 한다. 앵초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 중 하나를 인용해보자.

독일의 한 마을에 리스베스라는 소녀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고 한다. 리스베스의 어머니는 오랜 기간을 병환으로 누워 지내고 있었는데, 효심이 깊었던 리스베스는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며 지내고 있었다. 병이 깊어 오랜 기간을 병석에만 누워있어야 했던 어머니는 어느 날 리스베스에게 봄을 느끼게 해주는 앵초꽃을 보고 싶다고 했다. 겨울의 찬바람이 남아 있어 꽃을 찾기는 이른 계절이었지만 혹여나 앵초꽃을 보면 어머니의 마음에 봄이 느낀다면 어머니의 병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 온 산과 들을 다니며 앵초꽃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간절히 소망에 보답이나 하려는 듯! 깊은 산속에서 철모르고 피어난 한 송이의 앵초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이 꽃을 보고 크게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며 꽃을 꺾는 순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요정이 리스베스에게 말하기를 그 꽃은 보물성을 열수 있는 열쇠이며 성 안에는 많은 보물들이 있을 것이다. 너는 모든 보물을 가질 수 있지만 30초 이내에 나오지 않으면 문은 영원히 닫혀버려 나올 수 없게 된다고 얘기하였다.

소녀는 요정이 말한 대로 보물성을 찾아 갔고 요정이 말 한 대로 앵초로 보물성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보물성안에는 금은보화가 가득하였고 그것을 본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낼 만 했다. 하지만 소녀는 요정이 한 이야기를 잊지 않았고 보물대신 구석에 있던 작은 조약돌 세 개만을 집어 들고 문이 닫히기 전에 속히 보물성을 나왔다. 이를 지켜보았던 요정은 착하고 지혜로운 리스베스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요정이 사라지고 나자 소녀가 가져왔던 조약돌은 금세 황금으로 변하였으며 소녀가 구해온 앵초꽃을 보고 어머니는 곧 모든 병이 씻은 듯이 나았고 가져온 황금으로 가난에서도 벗어나 두 모녀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흰앵초

앵초는 앵초과 앵초속에 해당한다. 영어명칭으로는 카우스립(Cowslip)이라 부르는 데 그의미를 살펴보면 Cow(소)와 Slip(똥)의 합성어이다. 소들이 산과 들의 풀을 뜯다보면 앵초의 꽃과 잎을 함께 뜯어먹게 되는데, 소가 싼 똥 속에는 앵초의 꽃씨가 함께 들어 있으며, 소똥에 있는 풍부한 영양분을 흡수해 앵초가 잘 자라기 때문이라 한다. 목장에서는 소가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앵초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외양간문이나 소의 목에 걸어주기도 하였다 한다.

앵초는 북반구의 고지대와 한지에 약 550종이 분포한다. 한반도에는 앵초, 큰앵초, 설앵초, 좀설앵초 등 8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종별로 식물의 성상이나 자생지의 환경이 달라진다. 앵초Primula siebodii는 보통 4~5월경에 꽃줄기가 신장하여 홍자색의 꽃이 산형꽃차례로 핀다. 하트모양을 닮은 꽃잎 5장이 통꽃으로 핀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잎자루가 있으며 지면에서부터 나오며 잎 가장자리에는 거치가 발달해 있으며 잎 표면에 주름이 많은 편이다. 자생하는 곳으로는 산지의 계곡근처로 수분이 많고 반 그늘환경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봄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일조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우거진 숲속보다는 물이 흐르는 계곡주변은 채광시간이 길고 봄에 충분한 광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조지 보다는 축축한 곳에서 수분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종자 발아나 생육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일 것이다. 정원에 식재할 때도 강한 햇빛이 종일 드는 곳보다는 교목 활엽수하부에 식재할 때 더 생육상태가 좋다. 흰앵초Primula sieboldii f. albiflora는 앵초의 꽃색이 흰색으로 피는 종으로 자연에서 나타나는 변이 품종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특성은 앵초와 동일하며 꽃이 순백색을 피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큰앵초Primula jesoana는 보통 키가 30~40cm정도로 앵초 보다도 큰 편이며 전초에 잔털이 밀생한다. 꽃은 층을 이루며 돌려나기로 피는 데 세력이 좋은 것은 5단 이상으로 층을 이루어 피기도 한다. 꽃색도 앵초보다 좀 더 짙은 자색을 띠며 핀다. 특히 잎의 모양이 신장상 심장형으로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며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7~8월경 층을 이루며 꽃이 산방으로 피어난다. 큰앵초의 낮은 산에서는 보기 힘들며 800~100m정도 되는 곳의 비교적 숲이 잘 우거진 낙엽활엽수림대에 주로 분포한다. 낙엽활엽수가 뜨거운 여름에는 그늘을 드리워주지만 충분히 성장하고 꽃을 피우기까지는 채광하기에 유리한 낙엽활엽수림 하부가 적지라 할 수 있다. 

프리뮬러 오브코니카 primula obconica
프리뮬러 오브코니카 primula obconica

설앵초primula modesta var. hannasanensis는 학명에서 볼 수 있듯 한라산에 주로 자생하는 수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내륙의 일부 지역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해발고도가 높은 한라산 정상 주변의 큰 수목이 없는 현무암 지대에 자생하는데, 식물체가 다른 앵초에 비해 작고 왜소한 편이다. 잎의 모양이 사람의 혀를 닮았다하여 설앵초라 부르는데 숟가락처럼 긴 잎자루에 날개가 있으며 잎자루 끝에 타원형의 잎이 달린다. 또한 잎 뒷면에 흰색가루로 덮여 있어 일반 앵초와는 구분이 쉽다.

좀설앵초Primula sachalinensis는 한반도에서는 낭림산에서부터 백두산지역의 해발2300m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암벽 사면의 이끼가 충분히 끼어있는 곳이나 습기가 많은 축축한 지역에서 자라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수시로 구름이 머물면서 비와 습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방향과 위치에 상관없이 자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좀설앵초는 설앵초에 비해서도 더욱 왜소하며 잎은 잎자루가 거의 없는 장타원형 또는 거꿀피침형으로 생겼으며 잎 가가장자리에 둔한 돌기가 발달해있다. 잎 뒷면에는 황백색의 가루가 덮여 있어 설앵초와 구분된다.

원예적으로 개량된 프리뮬러가 이른 봄에 화단을 장식하는 소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다양한 색상과 품종들이 있으며 추위에도 강해 이른 봄에 식재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자생 앵초는 품종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추위에 강해 노지적응이 잘되며 번식과 이용하기가 쉬워 최근에는 유통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생화를 산업화하기 위한 노력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라 생각된다. 앵초와 큰앵초는 키도 크고 관상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노지화단에 잘 적용하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설앵초와 좀설앵초는 노지 보다는 분경 또는 분화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키는 왜소하지만 단정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봄을 느끼기에 좋은 분화식물이 될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큰 시련을 겪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산과 들로 식물원과 수목원으로 언제든지 달려가 봄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소소하지만 내 집 앞뜰에 앵초라도 몇 포기 심어 봄을 느껴보면 어떨까? 뜰이 없다면 화분이라도 몇 개 준비해 소소한 행복이라도 느껴보길 권해본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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