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구조, 자율적인 수급조절과 대안 유통경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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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구조, 자율적인 수급조절과 대안 유통경로 필요하다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0.04.01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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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삼 유통정책과장
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양파와 마늘 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농업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양호한 기상 여건으로 인한 이례적인 작황 호조로 공급량이 평년 대비 과잉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으나, 현재 농산물 유통구조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생산자와 협력하는 사전적 수급조절체계가 미흡했던 점, 또 도매시장에 출하물량이 일시에 집중되면서 가격 하락이 더욱 심화되었던 점 등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데이터 기반에 의한
생산자 사전 수급조절 필요

올해는 양파·마늘부터 집중하여 의무자조금 단체를 확대해 나감으로써 생산자 스스로 사전에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품목별로 의무자조금단체가 결성되면 현재 농수산자조금법 제21조의 2에 따라 자조금단체가 주체가 되어 자율적인 수급관리를 추진할 수 있다. 품질·중량 등 출하규격을 구간별로 설정하고 수급상황에 맞춰 과잉이 예상되면 저품질 상품의 자율폐기 및 유통제한, 출하시기 조절 등을 추진함으로써 가격의 급등락도 방지할 수 있다. 정부는 초기 자조금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의무자조금 납부자에 대해 정책사업을 우선 지원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조직화를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생산자가 정확한 예측 및 수급조절을 할 수 있도록 실측에 기반한 정확한 관측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기존에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지던 농업관측을 실측조사 체계로 전환하여 표본 농가에 대해 재배면적부터 생육단계별 작황, 수확기 생산량까지 정기적으로 실측하고, 각 단계별 관측정보는 농가에 상시적으로 공유·환류 함으로써 현장의 정보 활용도를 높여 나갈 것이다. 중앙정부, 주요 품목 자조금단체 등 생산자대표,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품목별 주산지협의체의 위상을 강화하여 관측정보에 따른 수급불안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이다. 더불어 채소가격안정제 중심의 계약재배를 지속 확대(20년 생산량의 15%)함과 동시에 생산자단체 중심의 자율적 수급조절체계와의 연계도 강화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전 재배면적 조절 및 출하조절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수도권 경매시장 집중출하 부작용
대안 유통경로 다양화해야

가락도매시장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도매시장에 출하물량이 집중되면서 가격 급등락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도매시장 이외 다양한 대안 유통경로를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첫 번째로 ICT 기술을 활용하여 산지와 소비지의 유통주체를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여 도매시장과 건전한 경쟁체계를 형성해 나가도록 하겠다. 품질·규격 등이 단순하여 초기 온라인 거래에 보다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양파, 마늘 등의 품목부터 주요 산지 APC를 통한 상품공급체계를 갖추고 온라인을 통해 전국단위 통합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경우 산지에서 낙찰자가 원하는 장소로 직배송 함으로써 중간 유통비용 및 소요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고, 농산물 유통구조의 집중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실제 제주도에서 감귤에 대해 시범적으로 온라인 기반 전자 입찰을 추진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데, 이 경우에도 산지주도로 입찰 예정가격을 제시하고 유통량을 조절함으로써 시세 급등락을 방지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적으로 양파, 마늘부터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품목과 물량을 확대하여 내년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거래를 추진하고자 한다. 

지역단위 푸드플랜과 로컬푸드 공급체계 확대도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중소규모의 생산자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그 지역에서 우선 소비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유통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수도권 등 중앙에 집적 후 지역으로 재유통하는 비효율성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내 생산-소비 구조를 설계하는 지역단위 푸드플랜은 ’19년까지 46개 지자체에서 수립하였으며, 올해는 64개, 2022년까지 100개 지자체에서 수립·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부터는 이러한 지역별 추진현황 등을 지수화 하여(가칭 ‘로컬푸드 지수’) 시민단체가 평가하고, 우수사례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지자체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전국적 확산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로컬푸드 판매장을 비롯하여 혁신도시 공공기관·군대·학교 등 공공급식 전반으로 로컬푸드 공급체계를 확대해 나간다. 

줄어드는 농산물 수요
근본적인 수요기반 확대해 나갈 때

마지막으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우리 농산물의 수요기반을 점차 넓혀나가는 것이다. 인구구조 및 식습관 변화 등으로 1인당 채소류 소비량은 2008년 107.6kg에서 2017년 96.3kg으로 점차 줄고 있다(국민건강영양조사).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소비환경에 대한 모니터링 및 대응전략이 없다면 우리 농산물의 수요기반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올해부터는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정보에 대한 분석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농식품 소비정보 분석을 신규로 실시한다. 최종소비처인 가구, 외식, 급식, 가공업체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주요 농산물에 대한 소비행태, 소비량 변화, 품목별 소비 특성 등을 분석·발표할 것이다. 

농식품바우처, 과일간식 등 국산 농식품 소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수요기반도 넓히고 국민 영양·먹거리 복지도 챙겨 나가겠다. 초등 돌봄교실(24만 명) 대상으로 과일간식을 지속 제공하는 한편, 임산부에게도 시범적으로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월 2회 공급한다. 더불어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으로 국산 채소, 과일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농식품바우처 제도에 대해 실증연구를 착수하고,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설계할 계획이다.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국민에게 국산 농식품을 지원함으로써 먹거리 복지를 강화해 나가는 것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므로, 이러한 지원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함으로써 변화하는 정책적 요구에 대응해 나갈 것이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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