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생산량 증가의 비밀, ‘데이터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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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생산량 증가의 비밀, ‘데이터 농업’
  • 이지우
  • 승인 202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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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육인농장 김겨레 대표

15살 때부터 파프리카 농장에서 일손을 도우며 삶의 터전으로 자란 김겨레 대표. 수학을 좋아해 수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충남대 원예학과를 선택하며 본격적인 영농후계인의 길로 들어선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리온실 현장에서 체득한 실무와 학문으로 파고든 원예학을 통해 아버지가 일군 육인농장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아버지 김영호 대표가 일궈온 육인농장을 대를 이어 돕고 있는 김겨레 대표. 어린 시절부터 육인농장의 유리온실은 그의 삶의 터전이었다. 15살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파프리카 재배에 눈을 뜬 그는 수학을 무척이나 좋아해 수학과에 진행하고 싶었지만, 농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본 아버지의 적극 권유로 원예학을 전공하게 된다.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이과생이었죠. 수학과를 가서 진지하게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시설원예학을 계속해서 권유하셨어요. 이미 유리온실로 스마트팜 농업을 하고 계신 아버지 생각에는 앞으로 농업에도 깊이 있는 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아요. 수능을 보고 고심 끝에 수학과를 접고 원예학으로 결심하게 되었죠.”

원예학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영농후계인의 길을 가기 시작한 그는 이후 틈틈이 농장 일을 도우며 현장 실습과 이론 공부를 병행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을 바라보니 시야가 넓어짐을 느꼈다. 그에겐 언제든지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있던 셈이었다. 
“농장 시스템을 컨설턴트하러 오는 전문가분들께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귀동냥을 얻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그분들에게 많은 걸 배웠죠. 저도 그분들처럼 네덜란드의 선진 시스템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 대표는 결국 군복무를 마치고 세계 최고의 농업 대학으로 손꼽히는 와게닝겐 대학의 석사과정을 밟으며 배움의 길을 넓혀나갔다.

 

올해 31살이 된 김겨레 대표는 아버지 김영호 대표의 가업을 이어받아 현재 육인농장의 파프리카 재배를 돕고 있다. 그는 충남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석사과정까지 이수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


데이터 농업의 시작 
효율과 생산량을 끌어올리다

김겨레 대표가 와게닝겐 대학에서 2년 반 동안 석사 과정을 밟고 이곳 농장에 돌아와 일한 지는 이제 두 달째다. 박사 과정을 이어나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실무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더 컸다. 현장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농장의 데이터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그동안 농장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어느 부분이 맞고 틀렸는지 한눈에 보였다.
“프리바 시스템으로 농장을 운영해온 지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어요. 네덜란드에서 배운 데이터분석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죠.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온도를 다루는 일입니다. 데이터에 입각한 적정온도를 유지하려면 분명 효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농장의 운영비가 늘어남을 뜻하니까요.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서 이를 최대한으로 수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지난 11월부터 수확한 이번 작기 파프리카의 생산량이 약 5톤 정도 늘어났다. 7월까지 모든 수확이 끝나봐야 제대로 된 생산량을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김대표는 본인의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가 실제로 농장에 결실을 맺으려면 최소한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현재는 농장의 습도조절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65~80% 사이로 조절해 주고 있으며, 광·온도·물·영양·산도 등 모든 생육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해나가고 있다.

출하는 직거래(B2C)로 
주 3회 수확에 인파 몰려

육인농장은 월·화·목 주 3회 수확을 해서 직거래로 판매를 한다. 직거래는 현장 판매와 온라인판매로 이뤄지는데 수확하는 날은 육인농장 앞에 인파가 몰린다. 정품(5kg) 기준으로 27000원, 비품(3kg)에 14000원 정도로 저렴한데 당일 농장에서 수확한 것을 판매하니 신선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는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통구조라고 김겨레 대표는 말한다.
“모든 열매는 따는 순간부터 늙습니다. 유통구조를 굳이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죠.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제일 좋은 것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생산량은 하루 평균 3톤 정도로 모든 거래는 B2C로 이뤄진다. 육인농장은 직거래 마케팅을 10년 전부터 꾸준히 해왔고, 각종 행사에 견학 등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고정 수요가 있고,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구매행렬이 더욱 늘어났다. 

 

충남 예산군의 육인농장은 2000년에 현재의 유리온실을 구축했는데 총면적 2.3ha(7000평)에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18kg 정도이다. 재배품종은 빨간색 페라리, 노란색 스벤, 오렌지색 오렌지글로리 등이 재배되고 있다.

국제기구 농업 컨설턴트 꿈꾼다
‘세계 농업 발전에 일조하고파’

김겨레 대표는 육인농장의 데이터 농업이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 되면 국제기구에서 농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특히 식량안보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상대적으로 취약한 험지에서 농업의 현대화를 통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지금 육인농장에서 실무를 보고 있는 것도 일종의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제가 그동안 배운 생육 최적화, 데이터 활용을 실제 농업에 적용해보고, 이 과정을 통해 제 스스로 확신을 가지게 되면 그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며 농업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컨설턴트 역할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꿈이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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