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듣는 봄철 복숭아 과원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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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듣는 봄철 복숭아 과원 관리
  • 이지우
  • 승인 2020.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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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음성군 구봉농원 김정동 대표

긴 겨울을 지나고 마른 가지에서 생명의 숨결이 샘솟는 봄이 되면 복숭아 농원에선 농민의 손길이 바빠진다. 한해의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자, 튼튼한 과원을 조성하는 기반작업을 행할 시기. 이 시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 복숭아 나무가 급사하거나, 착과가 제대로 되지 못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복숭아 산지인 충북 음성군을 찾아 봄철 복숭아 과원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두 농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봄철, 한해 복숭아 농사의 명운을 좌우한다

- 충남 음성군 구봉농원 김정동 대표

이곳 음성에서 복숭아 농사에 뛰어든 지 어느덧 15년. 음성농협 복숭아공선출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정동 대표는 3월 영농기를 앞두고 한해 농사를 좌우할 기반 작업에 한창이었다. 봄 전지·전정을 이제 막 끝내고 본격적인 복숭아 농사에 돌입하는 시기에 김 대표를 만나 올 한해 복숭아 농사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구봉농원 김정동 대표

지난 3월 20일 경, 이제 막 전지·전정 다 끝났고 한숨을 돌린 김정동 대표. 작년에는 3월 20일이 다 돼서야 벌이 날아왔는데 올해는 3월 5일경부터 벌이 날아왔다. 꽃 피는 시기가 지난해보다 최소 5일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이제 적뢰작업을 해야 할 시기. 적뢰는 꽃이 피기 전 몽우리가 된 상태의 꽃봉우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복숭아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전년도에 저장된 양분을 사용하는데 적뢰 작업을 통해 나무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양분을 집중시켜 고품질 복숭아 열매를 키우기 위함이다. 또한 적과 작업 시 인력 낭비를 줄일 수 있어 반드시 해야 할 기본 작업이다.

복숭아는 일반적으로 산성토양에서도 잘 자라긴 하지만 고토, 마그네슘, 칼슘 등을 보충해 주기 위해 이 시기에 비료를 준다. 칼슘, 마그네슘, 산도를 맞추고 중성화 등 토양개량을 하는데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도 한다.

전정부터 수확까지
쉴 틈 없는 1년

김정동 대표는 1년 내 쉴 틈이 없다. 수확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면 12월부터 전지·전정을 시작한다. 중간마다 공선회 회원들끼리 작업 관련 토론 모임이 잦아 이때부터 사실상 한해 농사의 시작인 셈이다. 그리고 3월 초 전지·전정이 끝나면 적뢰작업에 들어가고, 그다음 적화 그리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적과 작업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방제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그는 말한다.
“6월 5일부터 봉지를 싸기 시작해요. 결실 꽃 피고 햇빛 보고 씨가 단단해진 후에 봉지 작업을 합니다. 중간중간에 방제 작업도 해야 하죠. 농협에서 권장하는 대로 10일 주기로 방제를 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세균병이 많이 드는데 그에 걸맞게 방제를 해줘야 합니다. 적당한 방제는 나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음성은 일반적으로 6월 말에서 7월 초에 조생종 복숭아의 수확을 시작한다. 남부지방은 음성보다 약 10일 정도 빠르게 출하를 시작한다. 그린황도와 같은 조생종은 과가 작은 편이다. 이후 10월 말까지 계속해서 중만생 복숭아까지 다양한 품종의 수확이 이뤄진다. 복숭아가 시기별로 맛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소비자는 하나를 먹어보고 그 맛이 다르면 그게 3개월 간다고 생각하지만, 시기별로 맛이 다 다릅니다. 처음에 나온 복숭아는 꽃 피고 바로 수확했기 때문에 당도가 조금 떨어지는데 이를 맛보고 올해 복숭아의 맛이 안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복숭아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즐기는 과일입니다. 그리고 요즘의 경우 품종에 따라 조생이라도 당도가 많이 나오는 복숭아도 있고요.”
농가 입장에서야 늘 달고 맛있는 복숭아만 내놓고 싶다는 김정동 대표. 일 년 내 과수원에 매달려 있는 이유다.

 

김정동 대표가 적뢰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적뢰는 꽃눈이 위로 향한 것을 위주로 솎아주는 작업이다. 꽃이 되도록 아래로 피도록 해 차후에 열매가 가지에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복숭아밭의 검은 손님
꽃샘추위 조심해야

김정동 대표가 이 시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역시나 저온피해다. 개화시기에 냉해가 오면 암술이 얼어버리는데, 이는 수정이 안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해 농사에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봄철 가장 조심해야 하는 장애물이다. 그는 저온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미노산을 주입해 기력을 회복시켜준다. 영양제 시비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농사 준비 잘하고 겨우내 전정 잘해도 꽃이 얼어버리면 무슨 수를 써도 어렵습니다. 사전 대비를 하기는 하는데,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봐야죠. 그저 올해는 밤 기온이 많이 안 떨어지고 일교차가 크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일정 부분 하늘에 달렸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또한 복숭아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오면 세균성 구멍병이 도져 까만 점이 박히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해에 따라 다르니 날씨를 보면서 봉지를 언제 싸고 언제 방제를 해야 할지 늘 살펴보아야 한다. 작년에는 순나방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만생종이 8월 수확인데 나방이 극성을 부려 피해가 컸다. 해마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다르다. 김 대표는 복숭아나 사람이나 항시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품종 시험포, 국산 품종의 경쟁력 살린다

- 충북 음성군 명인농원 김종오 대표

지난 2015년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복숭아 명인에 선정된 김종오 대표. 그는 최근 ‘과수 국내육성 신품종 비교 전시포’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1만여 평의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김종오 대표는 올해 1200평을 추가해 시범포를 만들고 국내 육성 품종과 해외 품종을 동시에 비교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명인농원 김종오 대표

국비사업으로 진흥청 육성 품종과 해외 주요 품종을 비교할 수 있는 시범포를 조성하고 있는 김종오 대표. 복숭아 명인으로 재배력을 인정받은 그에겐 새로운 도전이다.
“저도 처음하는 작업이죠. 요즘엔 우리나라 품종도 많이 올라왔으니까 사실 뭐 큰 무리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붙여 놓고 재배를 해보면 뭐가 부족한지, 뭐가 더 좋은지 딱 나올 거 아닙니까? 새로운 작업이니까 재미있게 해보는 거지 수익성을 바라고 하는 일은 사실 아닙니다.”
사업비는 약 7천만 원. 묘목은 전부 그가 직접 접을 붙였다. 검증된 명인의 재배력을 믿고 진흥청에선 현장 실증을 해보는 것이다. 식재된 복숭아는 총 800주로 우리나라 품종이 40%, 해외품종이 60%다. 국내 품종은 미황, 미스홍, 수미, 유명, 수황. 해외품종은 이노센스, 스위트퀸, 옐로드림 등이다.

시범포는 기본적인 품종 비교는 물론 냉해나 병해 등 여러 가지 과일 상태도 함께 점검하게 된다. 재배는 오롯이 김종오 대표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다고. 그야말로 현장 실증 테스트이기 때문에 진흥청에서 따로 관리·감독하지는 않는다.
그는 복숭아나무를 식재할 때 되도록 넓게 심는다. 밀식재배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나무는 넓게 심어야 병충해도 없고 과가 달고 맛있다는 게 그의 기본적인 철학이다. 아무래도 밀식재배보다 전체적인 수확량은 적을지 몰라도 한 알의 복숭아를 더 맛있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밀식재배도 5~6년까지는 수량이 많지만, 7년을 넘어가면 큰 차이는 없다고 그는 말한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이 피어나고 있다. 김종오 대표는 적뢰작업이 적화,적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적뢰를 적절하게 잘하면 차후에 들어가는 인력이 훨씬 줄어들고,  과실을 고품질로 키우는 데도 유리하다.

저온피해에 각별한 주의
후속조치로 피해 최소화해야

충북 음성군은 4월 초순을 넘기면서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복숭아는 4월 5일경부터 꽃이 폈다. 작년 4월 17일 꽃이 만개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빠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꽃의 개화가 빨라질 경우 저온 피해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시기엔 첫 번째로 냉해 피해를 조심해야 해요. 오늘도 소독하려고 보니까 꽃눈이 조금씩 얼어있어요. 특히 비라도 와서 피해가 심해지면 한해 농사를 아예 망칠 수도 있습니다. 작년에 저는 괜찮았는데 지역 다른 농가가 꽤 큰 피해를 봐서 힘들어했어요.”
복숭아 과수원에 냉해 피해를 입은 경우 피해가 확인 나무는 가지치기를 늦추고 적화, 적과를 최대한 여유롭게 해야 한다. 또한 추비를 통해 수세를 꾸준히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김종오 대표는 올해 국비 사업으로 ‘과수 국내육성 신품종 비교 전시포’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200평의 시범포를 조성하고 800주를 새로 식재해 국산 품종과 해외품종의 비교 재배를 시작했다.

다시 쓰는 영농일지
자연농법으로 건강하게

김종오 대표는 지난 2월부터 다시 영농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슬슬 바빠질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4월 1일 지주대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농기에 접어들었다. 그는 적뢰 작업이 적화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중에 상품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지금부터 적뢰를 꼼꼼하게 하는 게 좋아요. 적화, 적과를 할때에는 일손도 비사고 인건비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적화기에는 인력을 불러서 할 여력이 없으므로 시간이 나는 대로 직접 다니면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력난이 벌어지면서 인력 하루 일당은 지난해 8만 원 가량에서 2만 원 오른 10만 원 선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되도록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틈틈이, 그리고 꾸준하게 하려고 한다. 품값을 아껴서 나무에 영양제를 주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다.
올해는 꽃이 빨리 폈기 때문에 그만큼 적과도 빨라지고, 봉지 작업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금부터 방제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눈에 보이는 해충이 없다고 방제를 소홀히 하면 일 년 농사를 망치는 것과 다름없어요. 가을 수확이 끝난 직후와 봄철인 지금이 방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시기입니다. 전 가을에 수확 끝나고 3차례에 걸쳐 방제하는데, 자연농법으로 10년째 황토 유황을 씁니다. 나무가 단단하게 코팅이 돼서 벌레가 끓질 않고, 작년에 나방 때문에 주변 농가에서 고생했는데 저는 깨끗했어요.”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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