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저온 피해 이중고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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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저온 피해 이중고 시달려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0.05.06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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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 이용관 대표

경기 안성에서 신화와 신고배 품종을 생산하고 있는 이용관 대표. 경기도 우수농산물 인증 G마크를 획득하는 등 고품질 배를 생산하고 있는 이 대표는 올해 코로나19와 저온 피해로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추위로 배꽃이 모두 썩었어요”
경기 안성에서 25년째 배농사를 짓고 있는 이용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배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 초 안성 지역이 영하 7도까지 내려가면서 이 대표는 배 농장 70%가 저온 피해를 보았다. 
과수원에 도착하자 배 과수원에 새하얀 꽃이 만발해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니 멀쩡한 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꽃잎은 끝부분이 갈색으로 변했고 꽃 가운데 씨방은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냉해를 입어 썩은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이 대표는 25년 동안 배농사 지으면서 과수원 대부분이 저온 피해를 본 건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상고온으로 배꽃 일찍 펴 냉해 피해 커져 
배 과수가 영하 1.7도 30분 이상 지속해서 노출되면 저온 피해로 간주한다. 올해는 4월 5일, 6일 이틀간 영하 7도까지 떨어져 전국적으로 저온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자신은 그나마 70%정도 피해를 보았지만, 인근 과수원은 전체 농장이 피해를 볼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저온 피해가 심한 건 암술 자체가 없어요. 원래는 4월 20일경이 배꽃이 만발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수년 전부터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하면서 추위로 꽃이 얼어 죽는 것입니다. 이번 추위는 기상 관측상 1997년 이후 최저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은 30%는 건졌지만, 그중에서 상품 가치가 있는 특과가 나올 확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내혜홀 작목반원들이 이용관 대표의 농장에 들렀다. 견민수 대표, 이용관 대표, 이인동 대표, 양승우 대표, 천병득 과장(왼쪽부터)

농협 재해보험, 보상금 받기 까다롭고 힘들어 
더 큰 문제는 올 한해 저온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그 영향이 2~3년까지 미친다. 꽃눈이 안 열리고, 열매가 맺지 않아 웃자라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 대표는 농협의 재해보험을 들더라도 보상금도 적고 받기가 힘들어서 올해는 보험에 들지도 않아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농사는 정말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는 말에 실감했습니다. 이건 천지지변입니다. 농민들의 피해가 크니까 정부에서는 농약이나 농자재 값이라도 지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전체 과수원이 피해 보는 농가라도 보상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용관 대표는 과수원 70%를 저온 피해를 당했다. 

 

저온 피해로 수확량 70% 줄어들 것 
이 대표는 전체면적 6ha(2만 평)에 경기도 안성과 충북 예산에 각각 신화와 신고배를 재배하고 있다. “신화배가 조생종으로 추석 전 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은 보급단계라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4년 전 신화배 품종을 1200주정도 심었다. 지난해 첫 수확 후 올 8월 말에 본격적으로 수확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 신화배 품종을 출하했을 때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추석 시기에 나오는 배가 신고배인데 덜 익은 상태에서 나오는 배가 있어서 맛이 없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조생종으로 신화배가 나온 후 맛이 좋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화배 품종을 점점 늘릴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연평균 150톤가량을 생산했는데, 올해는 30%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저온 피해는 주로 신고배를 심은 안성 지역에서 특히 많았다. 지난해부터 수확하기 시작한 신화품종 배 과수원은 예산지역에 있어 그나마 냉해를 피해갔다. 이 대표는 그동안 한 해 수확한 배는 70% 내수로 나머지 30%는 수출을 하고 있었지만, 올해는 수출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이 대표의 과수원에는 작목반 회원들과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천병덕 기술보급과장이 참석했다. 천 과장은 안성시 저온피해 농가 파악을 하는 중이라며 예년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나름대로 꾸준히 저온 피해를 대비한 농가들도 예외 없이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상황에, 저온 피해까지 겹쳐 농민들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며 말을 마쳤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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