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은 자연의 공유,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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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은 자연의 공유,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
  • 이지우
  • 승인 202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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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회장

충북 제천시와 강원 평창군에서 지난 40년간 채소를 재배하며 한국 유기농업의 발전을 이끌어 온 한국유기농업협회 이해극 회장. 지난달 국내 친환경유기농업단체 연합회인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직에 선출되며 한국 유기농업의 대표 얼굴로 그 역할을 더했다.
또한 그는 세계 최초로 DC 24V 비닐하우스 전동 개폐기를 개발하는 등 발명가로서 한국 농업에 ‘기술력’을 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월간원예는 이해극 회장이 땀 흘리며 일궈온 제천시 한가지골농장과 평창군 육백마지기 농장을 찾아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산실을 독자 여러분께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이해극 회장은 한국 유기농업의 대부로 현재 충북 제천시에서 9917m2 규모로 브로콜리를 재배하고 있다. 현재 한국유기농업협회 회장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다.
 

심어놓고 수확만 하면 끝!
유기농은 곧 절약농업

충북 제천시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이해극 회장은 지난 40년간 유기농업 한 길만을 걸어온 장인이다. 그가 운영하는 한가지골 농장에서는 다양한 채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9917㎡(3천 평)의 시설하우스에서 브로콜리를 수확이 한창이다.
이 회장은 브로콜리 농사를 두고 “심어놓고 수확만 하면 된다”고 표현했다. 잡초 제거에 힘을 들이지도 않는다. 브로콜리가 잡초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비료보다 퇴비 값이 싸 화학비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 “농약값 절약하고 마스크 안 쓰고 농사지으니 얼마나 좋냐”며 절약농업이라 웃는 이 회장의 말에 신념이 담겨 있다. 

유기농 토양 관리 방법은 윤작이 기본이다. 이 회장은 “‘농부가 항상 마음에 새겨야할 말이 있다. ’하농(下農)은 풀을 기르고, 중농(中農)은 곡식을 기르고, 상농(上農)은 땅심을 기른다‘는 옛 말이다. 지난 30여 년간 같은 자리에서 브로콜리를 키웠지만 브로콜리 가격이 높다고 해서 브로콜리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력을 유지하고 오랫동안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목을 돌려가며 키운다”며 “건강한 땅에서 좋은 농산물이 나오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더 이익을 낼 수 있다. 
농업인의 본분은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해극 회장. ‘자연의 힘’으로 건강한 농산물을 재배하고 비옥한 땅을 후손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자연으로 키운 브로콜리
지력이 바로 해답

이 회장은 통상 브로콜리 수확이 끝나면 밀을 심고 40여 일간 50cm 가량 키워 갈아엎는다. 녹비작물로 땅의 지력을 자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식물을 땅에 넣으면 마그네슘이 제공되는데 토양에 수혈하는 것처럼 기능이 좋아진다. 무기화된 영양분을 유기화해서 자꾸 넣어주는 것”이라고 이 회장이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토양미생물 활성도가 높아져 경작에 효과적이다.

토양을 갈고 다진 뒤에는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깐 뒤 구멍을 뚫고 정식한다. 좋은 농산물 생산에 매진하면서 이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이 아니라 원칙에 충실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수확 중인 브로콜리에서는 해충이나 병징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수확한 브로콜리는 물량이 부족하다. 그의 이름이 정평이 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온 직거래의 신용이 그의 브로콜리를 더욱더 비싼 몸으로 만든다. 한가지골의 농산물은 어느 때나 일정한 가격을 유지한다. 전국 생산물량이 많아 시장 가격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때도 가격은 한결같다. “좋은 품질을 확보해 적정가격을 받는 것”이 이 회장의 신념이다.

 

이 회장은 브로콜리 농사를 두고 ‘심어놓고 수확만 하면 된다’고 표현했다. 호밀로 지력을 살리고 잡초와 경쟁시키며 건강한 브로콜리는 만든다. 그는 이를 두고 ‘절약농업’이라 칭했다.

해발 1200m의 척박한 육백마지기
호밀로 다스린 자연 농부

평창군 미탄면의 청옥산 꼭대기는 해발 1256m로 강한 바람이 불어 곳곳에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이곳에 펼쳐진 호밀의 푸른 밭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30년 전 이곳을 처음 왔을 땐 농사를 짓기에 참혹할 만큼 땅이 성치를 못했다.

“내가 오기 전 이 곳에 땅을 만들겠다고 농약과 비료를 얼마나 쏟아 부었는지 불그스름하게 병이 들어있었다. 비가 오니 흙이 흘러내려서 도저히 농사를 지을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3년간 호밀을 심고 지력을 살리는데 시간을 보냈다. 흙을 얼마나 퍼 올렸는지 모른다. 호밀이 흙을 파고들어 땅심을 회복하고 유기물이 되어 토양을 개량했다. 그리고 오늘날 일반적인 농지보다 오히려 비옥한 땅이 되어 무, 샐러리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육백마지기 농장이 된 것이다.”

이 회장이 재배한 무는 전국에서 가장 달고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푸른 호밀이 척박한 육백마지기 땅을 파고들어 스스로 양분이 되어 비옥한 땅을 만든 것은, 마치 이해극 회장이 지난 40년간 유기농업 한 길을 걸으며 우리 농업에 유기농을 자리매김하게 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잡초공적비에서 이해극 회장(좌)과 농업정보신문 이주상 사장(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움 받은 잡초를 기리며…
잡초공적비 세우다

이해극 회장은 지난해 육백마지기 농장에 잡초공적비를 세웠다. 자연을 거름으로 농사를 지어온 그 다운 발상이다. 흔히 잡초를 없애야 할 대상, 필요 없는 존재로 평가절하 하는데 사실 잡초는 고마운 존재라고 이 회장은 말한다.

“30년 전, 이곳 육백마지기에는 풀 한 포기가 없었다. 이 땅에 농사를 짓겠다고 엄청난 농약과 비료를 살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직 잡초만이 흙을 지키고 있었다. 장마철 엄청난 비가와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잡초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태초부터 지구를 지켜온 잡초를 기리며 자연과 공존하는 유기농업의 참뜻을 전달하고자 했다. 

DMZ 유기농특구로 
한반도에 평화를

이해극 회장은 1975년 유기농업을 시작해 고추증산왕이라고 불리며 한국 농업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1986년 새마을훈장을 받았고, 2013년 대산농촌문화상 농업 기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하우스 시설 재배환경 조절 생력화와 토양 비옥도 개량시설 등 핵심적 유기농 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세계 최초로 감전사고 없는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를 개발하며 농업 기술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북한을 30차례 방문하며 유기농업 전파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던 이 회장.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통일농업 활동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그의 꿈은 멈추지 않았다. 이 회장은 “DMZ(비무장지대)에 남북이 유기농특구를 조성해서 통일농업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 DMZ에서 생산된 유기농 농산물을 남북한 어린이 돌봄 시설로 공급한다면 그 의미도 뜻깊고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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