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생식물의 보고, 백두대간수목원의 앞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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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생식물의 보고, 백두대간수목원의 앞날을 그리며
  • 이지우
  • 승인 2020.07.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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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백두대간수목원 권용진 박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권용진 박사는 지난 2년간 본지에 ‘인테리어 정원식물’ 기고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가까이했다. 국내 대표적인 수목원 ‘아침고요’에서 오랜 기간 적을 두고 가드너로 입지를 다진 그는 서울 푸른수목원 원장을 거쳐 현재 국립 백두대간수목원 전시사업부 실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양질의 사진과 글을 선보인 권용진 박사,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잠시 휴재를 앞둔 그를 직접 만났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권용진 박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어떤 곳인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종자저장시설, 연구시설, 기후변화지표식물원, 전시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목원 전체 부지는 크게 생태탐방지구(4973ha)와 중점조성지구(206ha)로 구분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우리 수목원은 산림식물 종자를 보관하는 시드볼트가 있다. 백두대간수목원 종자영구보존시설(Seed Vault)은 아시아권에 최초로 들어선 시설로 지하 40m 터널형 구조이며, 항온항습 환경에서 200만 점 종자영구보존이 가능하다. 기존 노르웨이 스발바르는 작물 종자 위주로 보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세계 산림식물 자원을 총망라해서 수탁·저장을 하고 있다. 이곳 백두대간수목원은 연평균 기온이 낮아 시드볼트를 만들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고, 인류의 위기가 닥칠 때는 제외하고는 함부로 꺼낼 수 없는 보존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수목원의 산림자원은 3214종 450만본 정도로, 백두대간 에 자생하는 식물을 현지 외에 보존한다는 목표를 가 지고 있다. 우선 국내 자생종 위주로 수집을 하고, 더불어 온난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있는 고산식물(알파인 식물)을 위주로 수집하고 있다. 
그 외에 수목원 본연의 전시, 교육 기능을 하고 있는데 작년 기준 약 2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보존·연구가 주목적이지만 수목원의 기본적인 운영으로 약 40%는 재정자립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의 상징인 시베리아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삼고 있다. 호랑이 숲은 무려 4만8000㎡ 터에 소나무 등 자생 수종과 바위, 언덕, 시냇물이 있어 자연과 비슷한 상태에서 사는 한국호랑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하게 수목원 내에 호랑이가 있던데?

저희가 호랑이를 들인 이유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상징성을 갖기 위해서다. 일종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도 있는데 백두대간이라는 명칭과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 원내 호랑이는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시베리아 호랑이로 10마리 동시 수용 가능한 큰 방사장을 만들었고 현재 5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호랑이가 살고 있는 호랑이숲 안에는 약 4.8㏊의 부지에 호랑이가 서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 조건을 만들어놓고 있다. 현재 5마리 중 3마리(두만, 한, 도)는 휴식과 교육을 받고 있으며, 2마리(우리, 한청)만이 일반인에 공개 중이다.

식물을 업으로 삼게 되셨는데 계기는? 

고등학교 때 영어교재 내용에 ‘가드너’라는 단어를 처음 봤다. 직업관에 대한 지문이었는데 그 전엔 가드너라고 하면 정원사, 식물을 가꾸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그 지문에서 설명하는 가드너라는 직업은 알던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고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가드너라는 직업을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유전공학도가 되려고 했었는데, 고등학교 때 신앙을 가지게 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순수과학 쪽에 일을 하고 싶어 원예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고, 야생화를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지면서 빠져들었다. 

본격적으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실 조교를 2년 정도 했었는데, 그때 아침고요수목원을 만드신 한상경 교수님의 제의를 받았고 수목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일반 평직원부터 부장까지 16년 정도를 근무하고 이후 광양 휴양림, 서울식물원, 푸른수목원 원장을 거쳐 이곳 백두대간수목원 전시사업부 실장을 맡게 됐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6월의 전경, 거울연못과 야생화언덕

 

아침고요수목원 한상경 교수님과의 인연은?

한상경 교수님은 내가 힘든 시절 많은 도움을 주신 은사님이다. 96년 아침고요수목원을 개원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분의 삶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셨다. 식물, 특히 가드너의 기본부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많이 깨우쳤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주제원 조성을 담당했다. 야생화 정원 조성이나 서화연 연못 돌까지 직접 놓으면서 디자인했다. 1999년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일을 시작해 주제원을 하나씩 조성해나가며 2015년까지 근무했는데 모든 곳이 내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지금은 전 국민이 아는 대표적인 수목원이 되었는데, 아침고요는 내 마음의 고향이고, 내가 성장한 곳이기에 발전된 모습에 뿌듯함이 있다.

서울식물원 조성에 감리를 맡으셨는데

아침고요수목원 이후 책 발간과 논문 작업 등 나름의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 시간이 1년도 가지 못하고 서울식물원 감리를 맡게 되었다. 2015년 12월부터 일을 시작했고, 당시에는 마스터플랜만 있을 뿐 허허벌판이었다. 당시 도면을 처음 봤을 때 조경식으로 설계가 되다 보니 공원의 용도로는 괜찮았지만, 식물원의 개념으로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특히 식물원 영역의 설계와 식재에 많은 수정을 했다. 식물원의 본래 취지를 이어나가려면 식물원 수목의 품질에 유의해야 한다. 자생수종을 기본으로 재배품종을 식재하는데 정확한 식물이 들어올 수 있게끔 과정을 만들어나가야 했다.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은?

2018년 10월에 이곳으로 부임했다. 수목원 조성에 중요한 것은 초기 단계부터 작은 나무를 심어서 완성도를 높혀가는 것인데, 사업 기간 내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2~3년 안에 완성도를 모두 끌어올리긴 힘들다. 초기에는 뼈대를 세우고 지금은 살을 붙여나가는 기간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분류정원의 경우 같은 속과 과를 묶어놓은 경우가 있었는데, 같은 속이라도 환경은 다를 수 있고, 이 경우 군락을 형성할 수가 없으므로 환경 조건이 맞는 식물을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구분하는 리모델링 작업이 필요했다. 환경에 맞는 식물을 묶어서 식물원을 올바르게 구성하는데 역할을 다했다. 

 

수목원 방문객을 제일 처음 맞이하는 정문 정원 소백산에 꼬리진달래가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의 꼬리진달래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군락지 중 하나다.

 

박사님 기억에 남는 식물이 있다면?

최근 온난화로 인한 식물의 생존 환경 변화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심할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 고산식물(알파인 식물)이다. 그래서 고산식물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착이 있다. 오래전 백두산에서 옮겨온 노랑만병초를 오랫동안 돌봐왔는데 키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 10년 만에 분원하면서 개화주에 꽃이 폈는데 그때기분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현대 사회에서 식물원의 역할은?

식물은 인간 삶의 중심에 있다. 의식주 해결하는 것부터 모두 식물과 관련이 없는 것이 없다. 예를 들면 음식은 과일이나 곡류 모두 식물로부터 온 것이고, 옷 역시 모시나 삼베, 비단도 뽕나무 잎을 누에가 먹고 재창조한 것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역시 목조가 기본이다. 

국내에 수목원이 점차 늘고 있는데 수목원은 지역의 허브 역할을 함은 물론이고, 문화 공간이 되기도 하고, 교육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곳이다. 현대인의 빠른 일생에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제 부족한 연재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 백두대간수목원은 뼈대를 만들어놓고 그 위 살을 입히고 있는 상황이다. 저는 앞으로도 제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수목원의 앞날을 잘 그려나가고 싶다. 백두대간수목원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이곳은 정말 올만하다’라는 소감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전시나 교육과 같은 관람객 맞춤 서비스도 알차게 개발을 해 나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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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네 2020-07-05 14:42:51
정말 훌륭한 분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