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농사지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베테랑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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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농사지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베테랑 승부사
  • 이혁희 국장
  • 승인 2020.09.02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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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태영농원 김향태 대표

평택은 나주, 안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배 주산단지로 꼽힌다. 기후가 온화하고 비옥한 점질토양에서 자란 평택 배는 높은 당도와 균형 잡힌 모양, 고운 빛깔, 저장능력이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고품질 배로 인정받고 있다. 평택시 고덕면에서 태영농원을 운영하며 경기도배연구회장, 우리한국배연구회 부회장 등을 통해 활발히 교류하며 배산업의 미래를 위해 앞장서는 김향태 대표를 만났다.

 

경기 평택시 태영농원 김향태 대표
경기 평택시 태영농원 김향태 대표

 

귀농 후 어려움 딛고 배 농사에 매진해 결실 

김향태 대표는 직장인으로 생활하다 주변의 권유로 축산업으로 귀농했다. 6개월이 지나자 한 마리에 500만원을 호가하던 소 값이 1/10 수준으로 폭락했다. 결국 2년 만에 축산업을 정리했다. 

1986년, 김향태 대표는 평택시 고덕면에서 9917m2(약 3000평)로 과수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수원에는 돈이 되던 신고 품종이 30%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금촌주, 만상길, 이십세기 등이 심어져 있었다. 

“죽기 살기로 배농사에 임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집에 들어가면 자정이 다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노력하니 농사 기술도 늘고 가격도 잘 받게 되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어느새 손꼽힐 정도로 배 농사를 잘 짓는 농부가 되어 있었다. 

 

배 봉지는 종류에 따라 광도, 온도, 습도 차가 있어 과실의 크기와 당도, 배 껍질 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배 봉지는 종류에 따라 광도, 온도, 습도 차가 있어 과실의 크기와 당도, 배 껍질 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냉해, 장마 피해로 정상과 수량 예측 어려워”

이상 기후로 인한 영하의 날씨 탓에 올해 농가들은 냉해 피해를 많이 입었다. 배 농사를 짓는 김향태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냉해 피해로 과가 50%만 맺어졌습니다. 정상 과가 아닌 것들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배의 경우, 냉해가 심하면 꼭지가 짧거나 한쪽이 찌그러진 모양이거나, 복숭아처럼 골이 지는 모양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이번 가을 매출이 염려되는 상황입니다.”

냉해로 입은 피해에 이어 긴 장마도 배의 생육 환경을 나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로 인해 배가 고른 크기로 자라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경우, 정상 과를 70% 이상 수확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상 과가 몇 퍼센트가 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상 과가 없다 보니 추석 때 가격이 상승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격이 상승하면 배 소비가 다른 품목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가격 상승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가 입장에서도 좋지 않습니다.”

냉해, 장마, 코로나 19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농업환경이지만, 김향태 대표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저장고를 새로 구축해 선별포장장 등 새로운 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생산자 직판뿐만 아니라, 체험농장도 고려하는 등 어려움을 발판으로 삼는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태영농원 김향태 대표와 아내 배화수씨
태영농원 김향태 대표와 아내 배화수씨

 

우리 배 사랑하는 마음으로 국산 품종 식재

배 농장을 3곳을 운영하며 총 4만9586 m2(1만5000평)에 배 농사를 짓는 김향태 대표는 0.86ha(2601평)에 국산 신품종 10여 종을 식재했다. 신화 674주와 함께 조이스킨, 한아름, 슈퍼골드 등을 252주 심었다.  

“비싼 땅에 왜 배나무를 심냐고 말하는 주변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부터라도 국내 육성품종을 심어보자는 마음으로 심게 되었습니다. 신고와 화산이 부모인 신화 품종은 식감이 부드럽고 좋습니다. 조이스킨은 정상 숙기 때 수확하면 껍질 채로 먹어도 좋은 품종입니다.”

김 대표는 배 모양이 예쁘지 않고 과피 얼룩이 비교적 빨리 생기지만, 추황 품종이 맛있다고 덧붙였다. 육회 식당 등에서 추황만 가져간다며, 추황을 먹어 본 사람들은 추황만 찾는다고 전했다. 원앙 또한 식감이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배가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김향태 대표처럼 우리 품종을 연구하고, 사랑하는 숨은 공로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MINI interview

양미희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부
양미희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부

배, 담과 해열, 기침에 탁월, 
발암물질 배출, 숙취 해독에 뛰어나

 

최근,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부 양미희 교수는 ‘배의 건강개선 효과에 대한 발표’를 통해 과거 숙취와 관련된 연구 사례를 언급하며 배가 가지고 있는 해독능력을 중심으로 배의 건강기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양미희 교수는 “본초강목과 한방집약서 등에 따르면 한국산 배는 위궤양과 변비, 이뇨작용 촉진 등에 효과가 있으며, 담과 해열, 기침 등에 탁월하다. 건강기능증진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배를 통해 발암성 물질 PAHs에 대한 해독 기능성을 연구한 결과, 인체에 개입 실험했을 경우 배의 PAHs 해독효과와 항산화 효과를 보였고, 동물실험에서는 폐암유발에 대한 억제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PAHs는 다환성방향족탄화수소로 탄소와 수소의 불완전 연소로 생성되며 노출원은 매연, 소각 외에도 튀김과 석쇠 구이 조리과정을 통해 발생되는 발암성, 내분비장애물질이다. 
양미희 교수는 배가 발암물질인 PAHs 배출 효과 외에도 알코올과 숙취에 대한 해독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양미희 교수는 “서울원예농협에서 제공한 신고배를 압착하여 과심을 생배즙으로 제조, 한 파우치 당 120㎖씩 분주하여 냉동 보관한 후, 음주 후 숙취 증상의 변화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통과 기억단절 등의 숙취 증상이 배 섭취로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배 섭취 시, 혈중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시간경과에 따라 유의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계속된 연구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배는 아세트알데하이드보다 그 선구물질인 에탄올에 작용하여 알코올의 흡수를 저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양미희 교수는 앞으로 배의 숙취 해독 효과 등 효능을 살려 현대인들이 고통받고 있는 미세먼지 등에 대한 해독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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