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귤을 6차 산업으로 성공시킨 대만 농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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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귤을 6차 산업으로 성공시킨 대만 농가 사례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0.09.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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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원광대학교 원예산업학과 교수

대만은 아열대와 열대 기후 지대이면서도 해발 2,000m가 넘는 산들이 많아 과일의 종류가 풍부하다. 망고, 파파야, 용과, 망고스틴 등 열대 과일에서 배, 복숭아, 사과, 감과 같은 온대과수도 많은데, 그중에서 특히 사랑 받는 과일은 금귤이다. 대만에서 금귤은 열매가 열린 나무 자체가 행운과 번영을 불러 온다고 해서 설(춘절) 직전에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된다. 금귤나무는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 화교문화권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편이다. 금귤의 열매는 껍질이 달고 속은 쌉싸래하며 시큼한 맛이 있다. 중화권 문화에는 예로부터 이 금귤을 소금에 절여서 뜨거운 물에 타 마시면 목에 좋다하여 차로 즐겨 마셨다. 그러한 문화에 의존해 금귤 농장을 만들었고, 생산된 금귤을 가공과 체험산업으로 발전시킨 곳이 대만 선란현(宣蘭縣)에 있는 ‘귤의 고향(橘之鄉)’이다.

 

대만 선란현에 있는 금귤 생산농가의 판매장과 가공공장

 

“장사를 하려면 화교상인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화교의 상술이 뛰어난데서 유래된 말인데, 화교상인들을 만나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농업분야에 종사하는 화교 분들 또한 마케팅에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대만에서 초청을 받아 방문할 때는 6차 산업업체를 방문 일정에 넣어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그러한 연유로 대만의 6차 산업 업체는 몇 군데 방문했는데, 잊을 수 없는 곳 중의 하나가 ‘귤의 고향(橘之鄉)’이다. ‘귤의 고향’은 대만에서 금귤의 재배가 많고 유명한 선란현(宣蘭縣, 이란현)에 있는 업체로 2014년과 2015년에 방문했었다.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금귤이라는 한 품목만으로도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귤의 고향’의 전시판매장에 가공 상품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

 

대만 최초의 설탕절임 금귤 생산


금귤(Fortunella japonica var. margarita)은 중국이 원산인 운향과 상록활엽의 관목이자 그 열매를 뜻한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금감(金柑)으로 불리며, 일본에서 중국과 한자는 같되 낑깡(金柑)이라고 발음한다.


대만 선란현에 황금 대추로도 알려져 있는 금귤을 재배하는 농장이 많다. 금귤은 체액 촉진, 갈증 해소, 기침 완화, 가래 완화, 염증과 미용에 영양을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대만에서는 소비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금귤은 저장성이 약하고, 농가 간에 경쟁이 치열해서 부가가치가 낮은 편이다. 금귤 생산 농가인 ‘귤의 고향(橘之鄉)’은 이러한 배경에서 1989년에 대만 최초로 설탕에 절인 금귤 생산을 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금귤을 꿀에 재여 놓으면 부패하지 않고 오랫동안 맛있게 먹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꿀 대신 설탕을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을 만든 것이었다. 


공장은 현대적인 생산시설을 했고, 방문객이나 소비자들이 위생적인 생산과정을 볼 수 있도록 유리벽을 통해 공장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설탕절임 금귤에는 설탕 외에는 합성 방부제 및 사카린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대형 의자

 

한 종류의 상품을 포장 규격과 용도 다양화로 대응


금귤 절임 공장에서 생산한 것들은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전시 판매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구색용으로 금귤 외의 가공품도 조금 판매하고 있지만 메인 상품은 설탕 절임 상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체적으로 하나의 상품은 한 가지 규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비해 ‘귤의 고향(橘之鄉)’에서는 상품 개수, 포장지 종류, 포장방법, 포장지 색깔을 다양화시켜서 전시하고 있다. 언뜻 보면 굉장히 많은 상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포장하는 이유는 방문객 중에는 맛만 보려고 하나만 구입하는 사람이 있고, 단체로 나눠 주기 위해 여러 개가 포장된 것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는 등 소비자들의 구입목적과 양이 다른 만큼 그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설탕에 절인 금귤 외에 식초, 잼, 빵 등 가공품이 많다. 가공품이 많게 된 것은 소비자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방문객이 많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레스토랑은 보고, 먹고,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보고, 먹고  체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


금귤 가공품 전시 판매장 맞은편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의자이다. 의자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쉴수 있는 도구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레스토랑의 한 켠에는 ‘귤의 고향(橘之鄉)’ 역사를 볼 수 있는 자료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유물들을 보면 대만의 금귤 재배역사와 재배에 사용된 도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레스토랑 벽면에는 금귤로 만든 와인과 가공품이 전시되어 있다. 동시에 15명이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재료와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체험장과 전시장으로 사용되는 레스토랑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식사를 하고, 모임을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금귤 가공 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 ‘귤의 고향’의 전시판매장

 

휴식을 위한 카페


레스토랑과 연결된 건물에는 카페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에 또는 ‘귤의 고향(橘之鄉)’ 공장과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서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페에서는 수제 비스킷을 판매한다. 쇼핑한 것들을 정리하고, ‘귤의 고향(橘之鄉)’을 떠나기 전에 충분히 정리할 시간을 갖게 한다.


‘귤의 고향(橘之鄉)’은 현재 대만 선란현(宣蘭縣)의 주요 관광지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금귤 또한 대만 사람들에게 인기 상품이므로 전시장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도 상당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금귤이라는 한 품목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어들이고,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곳이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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