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삶의 변화, 소비 트렌드 변화 주시해야 최고 품질보다, 예상가능하고 일정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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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변화, 소비 트렌드 변화 주시해야 최고 품질보다, 예상가능하고 일정한 품질의 농산물 생산해야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0.10.06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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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교수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전무후무한 충격을 주고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삶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동안 평생 써왔던 마스크보다 훨씬 많은 수의 마스크를 이미 사용하였고, 식당을 포함한 많은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매출 감소로 인한 타격을 받고 있는 반면 배달 업체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뉴스에서 신규 확진자 수치를 매일 첫 기사로 알리는 모습이 마치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4차산업 기술, 농업과 농식품 유통 전반에 적용돼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것들을 강제로 변화시키고 있는데, 그 중에는 4차산업 기술로 불리는 것들을 ‘마음의 준비’를 할 여유도 없이 바로 접하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업체들도 비대면 화상회의와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고, 우리 자녀들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대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주부들 또한 마트에 가서 필요한 식재료를 고르는 대신 스마트 폰으로 온라인 몰의 식품을 구매하거나 외식업체의 배달 메뉴를 주문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낯설고 실생활에서 접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4차산업 기술은 우리 농업과 농식품 유통 전반에 이미 상당부분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 팜(smart farm) 농민들은 집은 물론 해외에서 자신의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작물들의 생육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스마트 폰 등울 이용하여 하고 있고, 식물공장에서는 배양액을 통해 특정 성분이 강화된 맞춤형 채소류 등을 햇빛과 흙 없이 재배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에서는 보다 다양한 기술들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과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적용하여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고, 로봇이나 드론을 이용하여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드론을 통한 배송은 기존 사람이 트럭 등을 이용하여 물품을 운송하던 것에서 벗어나 소형 비행체가 하늘을 이용하여 직접 물품을 운송하여 운송 가능 지역 범위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어 미국 아마존(Amazon)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상용화에 도달하고 있다.  

 

코로나 19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농식품 유통 여건의 변화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익산시 덕산농협 하나로마트 전경)
코로나 19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농식품 유통 여건의 변화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다. (익산시 덕산농협 하나로마트 전경)

 

코로나19로 소비 패턴 변화 가속화


코로나19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농식품 유통 여건의 변화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1인가구를 포함한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상품의 소포장화가 확대되고 있고 원물상태의 농산물 대신 가정식 대체식품(HMR: Home Meal Replacement)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가정식 대체식품은 집에서 음식을 조리하여 먹는 것 대신 외식을 많이 하는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외출에 제약을 받게 되자, 간편하고 쉽게 다양한 음식을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대안으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이 밀키트(meal kit)라는 진화된 상품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O2O(Online to Offline)라는 개념이 도입되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어 이러한 농식품 유통 여건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 폰을 놓지 않는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상품 정보를 온라인에서 취득하여 오프라인 농식품 소비에 적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익숙하지 못한 농업인들의 고충이 크다.

 

파프리카 스마트팜 유리 온실
파프리카 스마트팜 유리 온실

 

우리 농업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코로나19 사태는 아마 내년쯤에는 종식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정화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촉발된 여러 사회적 변화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음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수년전부터 우리는 4차산업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삶의 변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들을 충분히 보고 들었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어 갈 것으로 느껴왔던 것 사실이다. 다만, 귀찮고 낯설기에 애써 무시해왔던 것뿐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상황들이 앞으로 유지되거나 더 심화될 것으로 가정하고, 이에 대비한 계획들을 고민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농산물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농업인들은 자신들이 수확하여 시장에 공급할 농산물의 주 소비층으로 일반 가정소비자 외에 기업체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거래 대신 B2B(business to business)거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을 가져야 한다. 


첫째,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대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는 가장 품질 좋은 농산물만을 찾지만, 대량의 원료 농산물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식품제조업체, 외식업체, 식품유통업체들은 들쑥날쑥한 품질이 섞여 있는 농산물보다는 예상가능하고 일정한 품질의 농산물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농산물 품질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조직화를 통한 공동선별 시스템 등이 정착되어야 하기에 “최고 농사꾼”으로서의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고 “모두를 위한 나”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품종 선택과 재배방법 개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사과나 배 대신 애플망고나 파인애플이 더 인기를 얻고 있는 세상이다. 껍질과 씨를 퉤퉤 뱉어내면서 먹었던 캠밸 대신 달콤하고 껍질 채 먹는 샤인머스켓이 비싸게 팔리고 있다. 빨 빠른 농업인들은 품종 전환을 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아예 작목 자체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데, 제주도와 남해안 등지에서 확대되고 있는 열대작물 재배농가 수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최근 도입되고 있는 다양한 4차산업 농업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신기술보급사업 등의 일환으로 스마트 팜과 식물공장 등의 4차산업 농업기술 보급에 힘쓰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민간업체들도 자체 역량과 외부 펀드 지원을 받아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있고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정책과도 연관성이 있으니, 이를 지속적으로 살피면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농산물의 부가가치 증대 노력을 산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농산물 유통의 산지단계에서는 수집 및 선별 기능이 대부분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앞서 언급하였던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된 소비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소포장 상품 선호에 대응한 선별 및 소분 기능, B2B 거래에 대비한 식재료 가공(선선편이농산물 가공) 기능 등을 산지에서 담당하여 농산물 시장을 주도하고 농가 수취소득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지 APC 등 거점별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1990년대부터 농산물의 공급 과잉과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농업인들은 조직화와 브랜드화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오늘날의 위치를 확보해 왔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에 없는 사회적 변혁기를 지나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들이 많이 있지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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