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우스에 물을 언제 주고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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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하우스에 물을 언제 주고있나요?
  • 김민지
  • 승인 2020.11.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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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지금부터 물 이야기를 해 보실까요? 우리 ‘원예’ 독자님들은 물을 왜 주며, 하루 중 주로 언제 주는지요? 아침에? 저녁에? 아니면 밤에 주는지? 물은 왜 필요할까요?
 

토양 깊이 35cm 정도에서 경반층이 있어 밤에는 물이 고이기 시작해서 자람이 떨어지고 잎에 병반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1. 토양 깊이 35cm 정도에서 경반층이 있어 밤에는 물이 고이기 시작해서 자람이 떨어지고 잎에 병반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효 흙 깊이가 농사의 성공 좌우해


물은 동물에게나 식물에서나 자기 몸 중에서 가장 많은 성분이다. 오이나 수박은 작물은 90% 이상이나 되는 무게가 물로 되어 있다.


경남 창녕의 강 선생으로부터 계속 고추가 죽어간다고 연락왔다. 강 선생의 고추밭은 죽어가는 부분과 살아있는 부분이 확실히 구분되어 보였다. 쇠꼬챙이(검토장, 檢土杖, auger)로 유효 흙 깊이를 재보았다. 죽어가는 부분의 흙은 흙 깊이가 30~35cm에 불과했고, 잘살고 있는 부분의 흙 깊이는 45cm 이상으로 깊었다. 흙을 파보았더니 죽어가는 부분의 흙에는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벌써 환원 상태의 토양특성을 보였으나, (사진 1), 잘 크는 부분에서는 과습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고추가 초장에는 이렇게 잘 자랐다.
사진 1-1. 고추가 초장에는 이렇게 잘 자랐다.

 

결국, 고추를 죽이든지 살리든지를 유효 흙 깊이가 결정하고 있었다. 흙 깊이가 고추가 죽고 사는 것을 결정한다고? 그 이야기는 “흙의 유효깊이가 주인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다”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주인 강 선생에게 검토장으로 유효 흙 깊이를, Eh 미터기로 흙이 산화 상태인가 환원 상태인가를, 그리고 깊은 흙을 파서 설명을 했다.


유효 흙 깊이에 따라서 생기는 수분의 문제점을 파악한 강 선생은 물이 많음을 인정하고 단수를 했다. 그는 단수를 무려 25일간 했다. 그리고 내 조언으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물을 밤에만, 그것도 미스트(안개)로만 줬다. 하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나야 했다. 필자가 세번째로 그의 하우스를 찾았을 때는 고추가 온통 흰가루병에 걸려 있었다 (사진 1-2).

 

그러던 고추가 저녁에 미스트(안개)로 수분을 공급하자 흰가루병이 온통 밭을 덮고 있었음. 과습의 피해는 이토록 심각하다.
사진 1-2. 그러던 고추가 저녁에 미스트(안개)로 수분을 공급하자 흰가루병이 온통 밭을 덮고 있었음. 과습의 피해는 이토록 심각하다.

 

강 선생은 작물이 왜 물이 필요한가?를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밤에 물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낮에 주면 하우스의 습도가 오르지 않기 때문에, 밤에 그것도 안개로 주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은 꼭 필요할 때 와 해로울 때가 있다
 

물이 하는 일을 한번 조목조목 따져보자. 첫째 물은 광합성을 하는데 중요한 성분이다. 즉 식물이 사는 문제, 나아가서는 동물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식량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위의 수식은 광합성을 뜻하는 것으로 광합성이란 물과 이산화탄소를 붙여주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인산이 햇빛을 붙여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용성) 인산의 양이 충분하면 포도당이 충분히 만들어지기 때문에 과일이 단맛을 낼 수 있다. 이 시기만큼은 물이 절대로 필요하고 또한 많이 필요하기 하다.


그렇다고 온종일 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2010년 9월 23일 늦가을 늦장마가 와서 9월까지 거의 한 달이나 내렸다. 그리고 9월 23일 날이 개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날 찍은 사진이다(그림 2).

 

그림2. 2011년 9월 2일 찍은 사진인데, 이 해에는 8월부터 거의 한 달 동안 비가 내렸다. 겨우 비가 그쳐서 비닐을 두둑에만 피복한 밭의 배추가 마치 가뭄 때처럼 잎이 시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2일이 지나자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빗물 속에는 산소가 많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2. 2011년 9월 2일 찍은 사진인데, 이 해에는 8월부터 거의 한 달 동안 비가 내렸다. 겨우 비가 그쳐서 비닐을 두둑에만 피복한 밭의 배추가 마치 가뭄 때처럼 잎이 시들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2일이 지나자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빗물 속에는 산소가 많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닐을 두둑에만 덮던 곳인데 물이 고랑에서 들어가서 두둑에 많이 있는 곳에서는 잎이 마치 가뭄 때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한데 같은 날 찍은 완전히 피복한 인근 배추밭에서는 잎이 쌩쌩했다. 물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식물이 양분을 먹을 때는 물에 말아서 먹는다. 그 때문에 물이 부족한 가뭄에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양분 부족까지 불러오기 때문이다.


셋째, 물은 잎을 통해서 수분을 증산을 시킴으로써 잎이 타는 것을 막아준다. 수랭식 냉장고를 돌려 잎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주는 식이다. 만일 물이 없다면 여름철 잎이 다 타버려 광합성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밖에도 물은 식물에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많은 일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초를 기르는 사람은 화분의 흙을 만져 보았을 때 뽀송뽀송하면 주라고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언제 물을 주어야 하는지 말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냥 농가가 스스로 판단해서 습관적으로 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심각할 수가 있다. 물이 가장 필요할 때와 오히려 해로울 때가 있다.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는 광합성을 할 때이다. 그러면 물이 해로울 때는 언제일까?


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을 해서 밤이 되면 그것을 뿌리로 내려보내 전분과 같은 성분으로 저장을 한다. 그런데 이때 필요한 성분은 산소이다.

 

광합성 할 때는 물이 충분히, 밤에 뿌리 근처에 물이 많으면 병이 온다.


포도당은 과당(Fructose)과 만노즈(mannose) 등으로 바뀌면서 뿌리로 이동하지만 여전히 이 모든 성분이 단맛이 있다. 이 당들은 산소가 뿌리 주변에 충분히 있으면 AMP(Adenosine monophosphate)가 ADP로, 다시 ATP로 바뀌면서 인산을 축적하여 전분을 만드는 생체에너지로 바꿔 준다. 이것이 정상적인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다.


이때 뿌리 근처 흙이 물로 꽉 채워져 있다면 뿌리는 숨을 쉴 수가 없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전분으로 되지 못한다. 낮에 잎에서 만들어져 내려온 과당이나 만노즈 당은 포도당처럼 달콤한 당으로 남아 있게 된다. 그렇게 밤을 지나다 보면 달디단 당이 뿌리에 남아 있으므로 주변에서 있는 병원균이 다 모여들어서 잔치를 벌인다.

그런 사정이 며칠 계속되다 보면 뿌리가 썩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잎에 병 무늬가 생겨서 농약을 치게 한다. 밤에 물이 뿌리 주변에 많이 있게 되면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들도 밤에 잠자리에서는 뽀송뽀송한 상태를 좋아한다. 식물에도 그렇게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량을 제대로 올리려고 하는 농가는 새벽부터 물을 충분히 주어서 광합성을 잘하도록 해 주고, 오후에는 배수를 고려해서 물주기를 끝내야 한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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