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제는 땅 짚고 헤엄치기?! 거래 제도의 다양성 확보 지금이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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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제는 땅 짚고 헤엄치기?! 거래 제도의 다양성 확보 지금이 ‘골든타임’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0.12.0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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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경영본부장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경매제를 통해서 거래되고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들은 대부분 농산물 판로가 안정적이지 않아 구조적으로 경매제에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다. 농민들 사이에서 경매사는 ‘절대 권력자’라고도 불린다. 그들의 눈 밖에 나면 절대 안 된다는 불문율도 암암리에 자리 잡고 있을 정도이다. 농민들에게 경매제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매를 거친 농산물은 거래액의 4~7%의 이익
도매시장 법인에 무조건 보장


가락시장은 1985년 설립 이후부터 경매제를 통해 전국의 농산물이 거래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굳어진 경매제는 도매법인들의 독과점 유통체제가 고착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생산 농민과 출하자들 사이에서는 독과점권을 쥐고 있는 도매법인의 영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경매품목인 출하 농산물은 강제적으로 경매를 거쳐야 하고 경매를 거친 농산물은 거래액의 4~7%의 이익이 도매시장 법인에 무조건 보장된다. 최근 5년간 영업 이익률이 17%, 현금배당성향이 무려 41%이다. 84년 최초 지정된 이후 독과점 도매법인들은 한 번도 퇴출(재지정 취소)된 적이 없다. 개설자에게 평가권이 없으니 제대로 평가가 될 리 만무하다. 비싼 값으로 시장터도 살 필요가 없이 공사로부터 낮은 공영임대료로 장사하면 된다. 독과점으로 얻은 이익은 농민, 유통인에게 환원이 필요 없고 배당 형태로 유통과 무관한 투기자본의 외부 모기업에 쉽게 돌려주면 된다.

 

경매제, 농산물가격의 등락폭 널뛰기 폐해 나타나  


경매제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경제에게 돌아오고 있다. 농안법에는 시장 개설자에게 경매제와 더불어 산지와 소비지를 직거래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를 의무적으로 두어야 함에도, 가락시장에는 유독 경매제로만 거래되다 보니 숱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농산물가격의 불안정성 문제이다. 그날 농산물의 반입량에 따라 주식가격처럼 등락폭의 널뛰기가 다반사이다. 올해 9월 양배추 가격의 경우 전일 대비 131% 급등한 다음 날 46% 급락했다. 풍년이 든 해에는 가격폭락으로 농산물을 산지 폐기하는 모습이 언론에 수시로 보도되어도 경매제 아래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고, 누구도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도매법인, 농민과 소비자 공공의 이익보다
기업 이윤 창출이 최우선


도매법인에게는 농민과 소비자 등 공공의 이익보다는 기업 이윤 창출이 최우선이고, 정책 당국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른 가격 결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경매제로 인한 가격 불안정성의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자와 출하자 그리고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도매법인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가락시장의 시설을 헐값으로 이용해 ‘앉아서 거저 돈을 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매제의 두 번째 문제는 같은 생산자가 생산한 같은 농산물도 도매법인마다 가격이 들쭉날쭉 한다는 것이다. 올해 8월 10일, 평창의 출하자 최모 씨는 풋고추 10㎏을 A청과와 B청과에 12박스, 14박스를 출하하여 경매를 통해 판매한 결과, A청과는 박스당 24,000원, B청과는 고작 2,000원에 낙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여 B청과에 거세게 항의한 일이 있었다. 도매법인별로 경락가격이 무려 12배가 차이가 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고 더 심각한 것은 경매제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 시급
경매제와 경쟁 구도로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해야


해결할 대안은 없는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여 경매제와 선의의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두 제도는 이미 농안법에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강행규정으로 되어있다.
도매법인이 그토록 반대하는 시장도매인제는 유통단계 축소, 가격 안정성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첫째, 유통단계가 대폭 단순화된다. 산지에서 시장도매인이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형태이다. 즉, 반입-경매장 전시-경매-낙찰물건 점포 이동이라는 경매제의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단계별로 발생하는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최종적으로 혜택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되어, 결국 유통혁신이 앞당겨질 것이다.


둘째, 가격 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농산물수급이 안정화 된다. 사전에 가격협상을 통해 계약재배가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산지폐기도 종국에는 사라질 것이다.

 

왜 가락시장에만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는가?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도매시장법인 등 기존 유통 주체의 기득권이다. 농안법 22조에 도매시장 개설자는 적정 수의 시장도매인을 두도록 명시되어 있다. 시장도매인제의 경쟁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더욱 나은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통과시킨 법 내용에 엄연히 두 제도를 개설자가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행정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달성 불가능한 이해 당사자 간 합의라는 조건을 달아 법 시행을 무력화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유통 주체들에게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고 강력한 경쟁자인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합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장도매인제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강서시장에서 16년 동안 시장도매인제도 운영결과 이미 검증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경매제 감싸기’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농해수위 위성곤 의원과 윤재갑 의원이 장관에게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이 법에 의무화되어 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가락시장 거래가격이 기준가격 역할을 하므로 가락시장은 제외하고 다른 지방 도매시장에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어떠한 제도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도를 경쟁체제로 구축하기 위한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한 취지는 농산물 유통의 구태를 탈피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유통혁신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비대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때가 바로 유통개혁의 골든타임이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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