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골배,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 배 분야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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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골배,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 배 분야 대상
  • 이혁희 국장
  • 승인 2020.12.02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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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영민농원 김태현 대표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달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를 열었다. 농촌진흥청 연구관, 대학교수, 경매사, 경기도 사과·배 연구회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과일의 당도, 식미, 착색정도, 모양의 균일도 등을 평가했다. 남양주 김태현 농업인이 배 분야 대상에 선정되며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월간원예가 남양주시 영민농원을 운영하며 배 농사를 짓는 김태현, 박정례 부부를 만났다.

 

 

남양주 먹골배,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아


농민들은 하나같이 올해 농사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며 2020년을 돌아본다. 봄철 냉해 피해에 이어 태풍, 그리고 사상 최대의 장마로 어느 해보다 농사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힘든 농사였지만,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김태현, 박정례 부부에게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 배 분야 영광의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남양주 지역에서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에 출품할 농가 5곳을 지정했습니다. 저는 냉해 피해도 있고, 모양도 안 좋아서 못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주변의 설득으로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김태현 대표는 12과 기준으로 700g 내외의 과를 선별했다. 올해 작황이 안 좋아 망신만은 당하지 말자는 생각에 나름대로 빛깔, 모양, 선도, 당도 등을 체크해 배를 출품했다. 농업기술센터 주무관이 “배가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입상은 꿈꾸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연락해 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장난인 줄 알고 의아해하고 있던 중 농업기술센터에서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의 배 분야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남양주 먹골배의 경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0년 수출 80만불을 달성해 ‘경기농식품 수출탑 대상’ 80만불 탑을 받았다. 김태현 대표는 남양주시배협의회 수출 위원으로 활동하며 우리 배가 해외로 알려지는 것에 일조하기도 했다.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 대상 선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2020 경기도 사과·배 품평회’ 대상 선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내수용 배는 ‘맛’에 집중하며 재배


영민농원 김태현 대표는 전라북도 고창이 고향이다. 배 과수원을 운영하던 김태현 대표 형님의 영향을 받아 과수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거, 불암산 아래서 배 농사를 지었다. 6.6ha(2만평) 규모의 농장에서 생산된 배는 1990년대부터 전량 직판했다. 서울 근교로 지리적 입지가 좋았을 뿐만 아니라, 대형 마트가 없던 시절이라 인기가 좋아 농장에서 생산된 배 30만개를 전량 직판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별내신도시가 생기는 바람에 삼육대학교 후문으로 농장을 이전했고, 현재 와부읍에서 19,834㎡(약600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농산물의 외형을 보고 상품을 고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모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직판으로 판매되는 배를 찾는 소비자는 모양보다 맛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김태현, 박정례 부부는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배의 경우, 오로지 맛을 내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김태현, 박정례 부부는 신고와 함께 추황, 원앙, 화산, 감청 등 다양한 품종의 배를 재배하고 있다. 원앙 품종의 경우, 올해 수확량을 전량 수출했다. 태풍으로 물량이 부족해 내수 단가가 높은 상황이지만, 김태현 대표를 비롯한 남양주시배협의회 농가들은 신용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지니고 있다. 


“태풍으로 수출보다 내수 판매가 더 유리한 상황이지만, 꾸준한 물량을 수출하는 것 또한 신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조금 낮더라도 꾸준히 수출해야 내년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김태현 대표는 수출용의 경우, 물류비, 박스비, 봉지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남양주 먹골배 포장 박스.
남양주 먹골배 포장 박스.

 

신고 줄이고 화산 늘릴 계획


김태현, 박정례 부부의 과수원에는 800주의 배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중 70%가 신고다. 
“아직까지는 신고가 가장 무난합니다. 하지만 이상 기후로 비가 많이 내려 당도가 다소 떨어졌습니다. 판매할 때에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약간 마른 다음에 드시는 게 맛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신고는 겨울이나 구정 판매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석에 맛이 들지 않은 수분이 많은 배는 구정 즈음이면 수분이 빠지면서 맛있어진다. 숙성된 것을 저장하면 일찍 무르기 때문에 음력 설에 유통할 배는 수확 시기보다 조금 일찍 따서 저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김 대표의 저장 노하우다.


김태현 대표는 기후 변화로 신고 품종의 대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고 배 품종을 줄이는 대신 ‘화산’이나 ‘신화’ 배 품종 재배를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올해 유독 많이 내린 비는 화산 배 품종을 대과로 성장시켰다. 김태현 대표는 1박스에 평균 10개 내외를 담았지만, 올해 수확한 과실은 1박스에 8~9개가 담질 정도로 대과라고 설명한다.

 

김태현·박정례 부부.
김태현·박정례 부부.

 

안주하지 않는 농부의 노력은 계속된다


배 농사를 지어온 세월이 벌써 40년이 지났지만, 김태현 대표는 GAP 인증을 받고, 새롭게 나무 수형을 잡는 등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농사를 짓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농장의 배나무 수형을 잡는 데 5년 정도 걸렸습니다. 과수원에 설치한 와이어와 고무밴드를 이용해 가지에 햇빛이 잘 들게 하고, 수확하기 쉽도록 나무 모양을 잡았습니다.”


김태현 대표는 남은 한 해 동안 수형 잡는 것을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태현 대표가 재배한 배는 직판 판매뿐만 아니라, 별내농협 등을 통해 적극적인 판로 개척에 참여하고 있다.


“별내농협에서는 아동 급식 건강과일 지원사업을 주최하며 학교에 컵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성 급식사업에도 참가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참여량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태현 대표는 “올해는 특히 냉해 피해가 커 농민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민 모두가 함께 힘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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