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pH)는 작물마다 다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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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pH)는 작물마다 다르다고?
  • 월간원예
  • 승인 2021.01.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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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병원 이완주 원장

 

세상이 복잡해진 만큼 농사짓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우리 아버지가 농사짓던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비료만 주면 농사가 풍작이 되고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비료를 주면 오히려 농사가 더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로 까다로워졌다. 그 원인이 흙인지 비료인지? 아니면 온난화된 지구촌의 기후 탓인지? 그도 저도 아니고 우리 인간들 탓은 아닌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농사문제의 핵심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흙과 비료에 있다기보다 우리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산과 들에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탈 없이 잘 자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농사가 꼬이는 주원인 인간의 과욕과 무지 때문이지, 흙과 비료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면 인간들이 더 빨리, 더 많이 얻으려고 비료를 과하게 뿌려 왔기 때문이다. 자연에서처럼 저들이 알아서 크도록 내버려 두면 문제가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고 시비(施肥)에 대해 시비(是非)를 건다면, 그 사람은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다. 농업도 이윤을 내야 살아남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이니까 말이다. 시비(施肥)를 하는데 그 나름의 ‘법칙’, 즉 ‘과학’이라는 ‘규칙(Rule)’이 있다. 그것을 어기고 농사를 짓는다면 사람이 문제일 뿐이다. 규칙(과학)을 알면 흙을 해치지 않고서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나아가서는 이미 문제가 생긴 흙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회복시키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흙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여기서 가장 기초적인 과학적인 규칙인 산도(pH)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흙과 비료에 대해 적어도 pH는 알아야

농사를 잘 지으려면 무엇보다도 제일 먼저 산도(酸度, pH)를 맞춰줘야 한다. 그 밖에 흙과 비료에 대해 적어도 기본적인 4가지를 꼭 알고 지켜야 한다.
① 작물에 상관 없이 pH는 6.5~7.0으로 맞춰라.
② 천사인 유기물을 투입하라.
③ 두둑을 높여 배수를 좋게 하라.
④ 수용성 인산인 현찰을 투입하라. 


 
pH는 무엇을 말하는가? 

토양, 즉 흙을 알아서 수지타산을 맞추는 진짜 농사꾼이 되려면 적어도 ‘산도(pH), 산성, 알칼리성’이라는 세 단어를 이해해야 한다. <토양학과 비료학> 책을 읽다 보면 자주 만나는 단어들이다. 이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농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가 음식을 먹다 보면 ‘시다’는 느낌이 든다. 이때 “아이! 시네.” 하며 식초를 상상한다. ‘시다’는 느낌을 주는 맛은 산(酸)이란 뜻과 같다.      
약한 산, 식초는 수소이온(H+)이 아주 적게 들어 있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강산인 질산, 염산, 황산은 H+가 워낙 많아서 몸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피부를 태운다. 
그런데 흙을 맛보면 강산(5.1~5.5)이나 아주 강한 산(4.5~5.0)이지만 시지도 떫지도 않다. 그런 흙을 왜 강산성이라 할까? 그렇게 매우 강한 산성인 흙에서도 수소이온은 대개 흙 알갱이에 붙어 있는 데다, 흙탕물의 독특한 맛 때문에 신맛이 가려져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산성이란 말은 수소이온(H+)이 많이 있다는 뜻이다. pH(potential of Hydrogen ion, 수소이온의 잠재성)는 7을 중심(중성)으로 하여 1~14까지 있고 7보다 낮은 6, 5, 4…. 이면 산성, 8, 9, 10으로 높아지면 알칼리성이라 한다. 이와 반대로 수산이온(0H-)은 pH 7중성에서 산성으로 갈수록 숫자가 작아지고, 수소이온과는 반대로 알칼리성으로 올라갈수록 개수가 많아진다. 

 

산도(pH)가 뭐 길래?

국립농업과학원의 후배 동료였던 김 박사와 나는 곧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통화를 한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진정한 농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날은 내가 오후 9시쯤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말했다. 어제와 그제 경북 어느 유명한 수박 단지에 가서 현장진단을 했다며 “EC 27에, Ca은 31이나 되었는데 유기물은 71이고 pH가 6.5이니까 수박만 잘 크데요(생략).” 그는 ‘pH만 중성으로 맞춰주면 잘 큰다’는 말을 그날도 되풀이했다. 토양학자마다 pH에 대해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대체로 3가지 주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① 작물마다 선호하는 pH가 있다. 
② 어떤 식물이냐를 막론하고 pH 중성 부근에서 제일 잘 자란다. 
③ pH를 싹 무시하고 신경을 안 써도 잘 자란다.
2015년에 쓴 김이열 박사의 <실용토양학>(더북 가든)에는 ‘산성토양에 대한 작물의 적응성’이라고 표현하고, 극히 강한 것으로 벼, 구리, 토란, 땅콩, 감자, 수박 등을, 가장 약한 것으로 알팔파, 자운영, 팥, 시금치, 부추, 양파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전에 출판된 대부분의 책에서는 각각의 식(작)물은 적합한 pH를 가지고 있다고 쓰고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블루베리는 pH4.5가 가장 알맞고, 벼는 5.5, 상치, 시금치는 6.2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국립농업과학원의 김 박사나 나는 어떤 작물이든지 중성에서 제일 잘 자란다고 믿고 있다. 왜 그런 판단을 하는가? 

 

블루베리의 최적 pH는 4.5라고?

몇 해 전 전남 화순의 블루베리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농장주는 pH를 애써 4.5에 맞추려고 황가루를 주어 4.8까지 내렸다. 
하우스의 비닐이 너무 깨끗해서 언제 씌웠느냐고 물었다. 그때가 3월이었는데 씌운 지 한 달이 되었고 했다. 나는 질산태 질소를 머크(Merke)사의 스트립(strip)으로 측정해 보았더니 흙과 잎에서보다 훨씬 하우스 비닐에서 더 많은 질소가 검출되었다(사진 1과 2). 

흙에서 나온 질소가스보다 비닐과 잎에 더 많이 녹아 있었다(붉은색이 진할수록 더 많은 질소가 탈질된 것이다).
농장주는 블루베리가 pH 4.5에서 가장 잘 자라는지 확실히는 모른다. 왜냐하면 주인은 아직까지 가장 잘 자란 블루베리를 보지 못했으니까. 또한, 그는 pH 5.5이하에서 탈질이 일어나는 줄도 모른다. 탈질 현상은 눈으로 잘 보이는 현상이 아니니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진달래를 보자. 진달래가 가장 많이 자라고 꽃피는 곳은 가장 척박한 우리나라 황토 야산. 그래서 진달래는 척박한 흙에서 더 잘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건 완전 오해다. 진달래를 앞마당에 옮겨다 퇴비를 듬뿍 주고 길러보았는가? 
진달래를 뜰에 옮겨 심어보았다. 그런데 죽었다. 왜 죽었을까. 곰곰이 분석해 보았더니 연탄재를 버린 곳에, 그것도 연탄재로 구덩이를 메웠음이 원인이었다(연탄재는 알칼리성 흙이기 때문에 철분이 거의 없다). 이듬해는 연탄재가 전혀 닿지 않은 곳에 완숙퇴비를 넣고 심었다. 정말 잘 자랐고 꽃도 엄청나게 피웠다. 

진달래와 같은 진달래과(Ericaceae)인 블루베리는 어떨까? 이 두 식물은 사촌사이다. 때문에 블루베리도 진달래와 같이 척박하고 ‘산성인 흙에서 잘 견딜 뿐’, 잘 자란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강산성에서 많이 녹아 나오는 철(Fe)을 진달래과 식물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분은 미량으로 필요하고 유기물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서 소개한 김이열 박사가 표현한 것처럼 강산성과 매우 척박한 흙에서 ‘적응’을 잘하는 식물일 뿐, 그런 환경을 ‘선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pH가 5.5이하, 그리고 7.5이상에서는 탈질이 일어난다는 평범한 과학적 진리가 여기서도 예외 없이 통용되고 있다.

이 경우, pH를 4.5로 맞추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5.5이상으로 높여서 탈질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현명한지 블루베리 농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즉 다량원소인 질소를 우선해야 할 것인지와 미량원소인 철분을 우선적으로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블루베리에 대해 많이 아는 분들은 pH 4.5~5.0에서 암모늄(NH4)을 흡수하기 때문에 자람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NO3가 탈질된 상태에서 할 수없이 암모늄 태를 먹을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2010년에 토양 pH와 블루베리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6.5에서 기른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번 반면에 4~5에 맞춰 준 농가는 재미를 못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pH 5.8로 맞춘 블루베리 하우스 흙에서 검출된 질산태 질소, 붉은 색이 진할수록 탈질한 질소가 많음(왼쪽).
pH 5.8로 맞춘 블루베리 하우스 흙에서 검출된 질산태 질소, 붉은 색이 진할수록 탈질한 질소가 많음(왼쪽).

 

하우스 비닐(바른쪽부터)과 잎(중간), 비닐하우스 바깥쪽(왼쪽)에 녹아 있는 질산태 질소(중간).
하우스 비닐(바른쪽부터)과 잎(중간), 비닐하우스 바깥쪽(왼쪽)에 녹아 있는 질산태 질소(중간).

 

왜 pH가 낮으면 문제가 될까?

이른 아침 비닐과 잎에 이슬이 맺혔을 때 탈질이 일어나면 질소가 이슬에 녹아 들어가 잎을 망가뜨리고, 일찍 일어나 하우스에서 일하는 주인의 코로 들어가 농부병을 일으켜 병원에 개근하도록 만든다.가스로 질소가 나온 만큼 흙에서 손실이 일어남으로 점차 흙에서 질소 부족이 일어난다. 농가는 pH를 소위 블루베리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4.5로 맞춰야 현명할까, 아니면 중성인 6.5~7.0으로 맞춰주는 것이 현명할까? 

 

흙 속 깡패 수소 어디서 생기나?

우리나라 흙에는 ‘깡패’가 특별히 많다. 깡패란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하는 무리를 말한다. 나는 ​흙에서의 수소이온(H+)을 깡패라 한다.  흙에서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흙은 원래 산성인데다, 빗물조차 산성이며, 식물이 먹고 싸는 똥오줌이 산성이다. 그래서 석회가 필요하다. 그럼 왜 수소이온이 깡패인가. 깡패는 흙에 붙어 있는 양분을 내쫓고 그 자리로 들어간다. 이놈은 ​한 번 자리를 차지하면 돈 주고 사서 넣은 비료가 들어가지 못하게 버티고 있다. 흙에 붙지 못한 양분은 용탈되게 만든다. 또한 이놈들은 뿌리의 양분이 드나드는 문의 단백질을 망가뜨려 물과 양분의 흡수를 나쁘게 만든다. 

돈을 주고 사서 뿌린 비료의 허리를 부러뜨려 효과를 떨어뜨린다. 인산의 경우 ​강산성에서는 겨우 20%만 작물에게 이용된다. 수소이온은 흙 속 질소에게 날개를 붙여주어 공중으로 도망치게 만든다. 이미 말한 것처럼 pH가 5.5 이하로 떨어지면 아질산 가스가 생긴다. 하우스에서 이 가스는 주인의 콧속으로 들어가 건강을 해치고 이슬이 맺힌 잎에 녹아들어가서 잎을 타게 만든다. 탈질로 질소를 잃은 흙에서는 소출이 떨어진다. 흙속의 깡패 수소이온의 못된 짓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 깡패, 즉 수소이온은 흙 속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떻게 오는 걸까? 깡패가 만들어지는 공급처는 3곳이다.
① 작물이 배설한 똥오줌에서 온다. 작물이 칼슘을 먹던, 아연을 먹던, 질소를 먹던, 인산을 먹던 모두 수소이온을 싼다. 오이 1천 상자를 따서 팔았다면 오이는 그만큼의 수소이온을 흙에 질펀하게 싸놓았다고 보면 정확하다. 
② 우리나라 흙에는 깡패가 유독 더 많다. 왜냐하면 흙의 원료인 바위가 산성암인 화강암인데다, 광물이 고령토(Kaolinite)이다. 
③ 강우량이 연간 1천 2백mm로 많아 흙속에 있는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염류를 씻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화학비료 때문에 흙이 산성화되었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서 우리네 농사에서 꼭 지켜야 하는 4가지 원칙 중 첫 번째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흙이 산성이면 무슨 일이 생기나?

흙이 산성이면 아래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① 대부분의 양분이 유효도가 떨어지고 pH가 4~5로 더 떨어지면 작물에 독성이 강한 망간(Mn)과 알루미늄(Al)이 급격히 녹아나온다. 알루미늄은 pH 5.0부터 새 뿌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해서 뿌리 생장을 급격히 떨어트린다. 
② 먹는 입 역할을 하는 뿌리가 엉망이 되어 양분과 수분 흡수가 나빠져 수분부족과 인산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망간 독성은 알루미늄보다 높은 pH5.6부터 시작된다.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심하면 잎에 주름이 생기고 컵 모양으로 오그라들며 잎 전체가 엷은 색으로 변한다. 
③ 이로운 미생물 활동성이 나빠진다. ​특히 콩과작물에 붙어 있는 것이나 흙속에 자유롭게 사는 질소고정 균의 활동성이 떨어져 질소 고정량이 감소한다. 말하자면 요소비료를 공짜로 얻을 수 없게 된다. 더구나 병을 억제해 주는 이로운 미생물의 활동은 억제되고 해로운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져 병 발생이 심하다.
④ 미생물 활동이 나빠지면 양분의 저장탱크인 유기물의 분해가 잘 안 되어 양분이 제때 나오지 못해 작물 생육이 더뎌진다. 
⑤ pH가 5.5이하로 떨어지면 ​흙 속의 질소가 날개를 달고 아질산가스(NO2)로 되어 공기 중으로 나온다. 가스는 주인의 콧구멍을 통해 핏속으로 들어가 병원의 개근을 유도한다. 그러므로 흙에 깡패가 많을수록 주인아저씨의 건강은 나빠지고 농사는 안된다. 


pH를 6~7로 ​맞춰주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은 모래 위에 빌딩을 지으려는 사람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흙속 깡패를 잡는 폴리스(경찰)가 우리나라에는 무제한 매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폴리스는 ‘석회’를 말한다. 

문제는 pH가 낮다고 어떤 경우에도 폴리스(석회)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칼슘이 많은 경우에도 질산, 황산, 염소가 많으면 산성이므로 그때는 다른 방법으로 pH를 높여야 한다. 
그럼 산성에서나 알칼리성에서 중성으로 어떻게 개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발효가 잘된 퇴비(또는 퇴비액) 시비 흙을 떠다 농업기술센터에 분석을 맡긴다. 신성이면 석회를 얼마 넣어야 한다는 처방이 나온다. 그대로 넣으면 된다. pH가 7이상인 알칼리에서는 인산이나 질산을 1천배로 희석해서 넣는데, 인산 쪽을 택하는 것이 편하다. 왜냐하면 알칼리 쪽에서는 주로 인산 부족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때 황산은 쓰면 전기전도도와 흙의 삼투압을 동시에 높여 주므로 주지 않는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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