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식품 유통업체 역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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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식품 유통업체 역할 강화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1.01.0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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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김성훈 교수
코로나19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장을 보러 시장이나 마트에 나와서 필요한 농산물을 직접 보고 판단하여 구매하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화 이후에는 그 중간에 식품가공업체나 유통업체들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었다.

 

지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한 해였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라는 유례없는 대혼란을 겪으면서 우리 농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처음 겪어보는 어려운 시간을 참으로 길게 보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강화되었다가 약화되곤 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경제활동과 소비는 급속도로 위축되었고, 이는 농업 및 식품산업에 커다란 시련을 감당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행되어오던 ICT 4차 산업화 바람이 더욱 크고 강하게 불도록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소비자들은 마트나 시장에 나가서 장을 직접 보거나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등의 대면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온라인 시장(on-line market)에서 식품을 구매하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소위 언택트(untact) 소비행위를 늘려서 관련 시장과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가정식 대체식품 또는 밀키트 상품 성황
코로나19 이후에도 꾸준히 지속될 것 

 

문제는 이러한 농식품 소비 행태의 변화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원래처럼 쉽게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변화의 비가역성(非可逆性)’이 강화되고 있는 점이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냄새도 맡아보면서 구매하는 대신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 폰 창에 나와 있는 사진만 보고 구매 여부를 선택하고,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한 메뉴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먹는 대신 문 앞으로 배달된 포장 음식을 받아서 집에서 간단하게 먹는 삶이 낯설기는커녕 더 쉽고 편하게 인식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산업도 소비자들의 선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더욱 과감하고 새로운 유통 형태와 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에 내어놓고 있다. 늦은 밤에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이른 아침에 해당 농식품이 문 앞에 놓여있는 ‘새벽 배송’ 시스템은 이미 보편화되고 있다.

 

죽이나 김치찌개 같은 탕류는 물론, 샐러드나 스테이크 등 셀 수 없이 많은 음식 메뉴들이 가정식 대체식품(HMR: Home Meal Replacement) 또는 밀키트(meal kit) 상품으로 개발되어 소비자의 주문을 인터넷을 통해 기다리게 되었다. 심지어는 음식점도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 대신 집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를 위해 자신의 메뉴 음식을 다시 일회용 용기에 포장하여 배달하여 보내는 ‘비대면 판매’ 비중을 더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소비 및 시장 환경을 이용하여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식품가공업체, 유통업체 역할이 더욱 강화


이와 같은 농식품 산업 및 시장의 변화는 농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어 우리 농업인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장을 보러 시장이나 마트에 나와서 필요한 농산물을 직접 보고 판단하여 구매하였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화 이후에는 그 중간에 식품가공업체나 유통업체들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었다. 

 

농산물의 표준화와 등급화, 안정적인 물량의 지속적인 공급에 대한 업체 요구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농산물 유통구조는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도매와 소매시장 등을 거쳐서 소비자의 손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해당 농산물의 구매 결정은 소비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ICT 4차 산업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판매업체가 주는 상품을 별다른 평가 없이 그냥 그대로 구매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몇 번 구매해본 농식품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구매 업체를 바꾸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단 업체가 파는 상품이 인터넷 화면상으로 그럴듯해 보이면 그냥 믿고 사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 요즘 1인 가구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젊은 소비자들은 어떤 농산물이 품질이 좋은지 구분하는 능력도 거의 없어, 더더욱 판매 업체의 권유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여 구매하고 있다.

 

농산물 안정적 공급 시스템 구축해야 
전국적인 품목조직을 통한 대응 필요

 

이는 우리 농업인이 열심히 노력하여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충분히 받고 판매되는지의 여부가 소비자가 아닌 중간 업체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농업인이 자신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할 때 생각해야하는 대상이 소비자가 아닌 업체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 농업인이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하는 말인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업체들은 자신들이 산지에서 구매하는 100개의 농산물이 최상품 30여 개, 중간품 50여 개, 하품 20여 개로 구성되는 것보다 90여 개의 중상품으로만 구성되기를 원한다.

 

일정한 품질이 유지되지 않으면 판매를 위한 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할 수 없게 되고, 품질이 제각각이 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안정된 품질이 유지되는 농산물이 생산되도록 해주는 종자의 선택과 재배기술 개선 등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미 일반 도매시장이 아닌 대형 유통업체 등과 거래하는 농업인들은 그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 농식품부 등 관계 기관들도 종자개량 및 재배기술 발전 등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업체들은 일 년 동안 판매할 상품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워서 농산물 구매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중간에 산지에서 공급하는 물량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특성을 가진다. 


즉, 상품 판매를 위한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상당히 중요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안정적 공급시스템 구축은 개별 농업인 또는 지역 생산자 조직들의 공급 규모 확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에 전국적인 품목조직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 

 

딸기 고추 등 11개 임의자조금 조직이 결성
변화하는 유통 및 소비 환경 선제적 대응해야   

 

이미 파프리카와 인삼을 포함한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자조금 조직과 딸기와 고추 등 11개 임의자조금 조직이 결성되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대부분의 자조금 조직들이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어 이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여 변화하는 유통 및 소비 환경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농업인들의 합심된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농업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소비 및 시장 환경을 이용하여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업체들이 원하는 ‘규격화된 공장식 농산물 생산’이 맞지 않는 농업인들은 억지로 거기에 자신의 자부심과 피땀 어린 농산물을 구겨 넣는 대신, 본인이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농산물을 이해하고 원하는 소비자들을 찾아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농민들도 
홈페이지, 동영상 콘텐츠 제작 배워야  

 

ICT 4차 산업화 수준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그 기술들은 사용자들이 더욱 이용하기 쉽게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기에, 조금만 공부하면 농업인들도 쉽게 각종 인터넷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농산물을 홍보하고 단골 고객들을 만들어 직접 판매할 수 있다.

 

초등학생이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 자기 방송 콘텐츠(contents)를 만들어서 유튜브 등의 인터넷 매체에 올려서 수만 명 이상의 시청자의 호응을 받는 세상인데, 우리 농업인들이 낯설고 어려워서 못한다는 소리를 할 수 없지 않은가? 더구나 주변의 농업기술센터나 지역 교육기관을 잘 살펴보면 홈페이지나 동영상 콘텐츠 제작 등의 기술 강의가 꽤 많이 있기에, 본인 또는 가족, 아니면 생산자 조직 중 몇 명이 시간을 내어 공부하여 농산물 홍보 및 판매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신축년은 소띠 해인데 여기서 ‘신(辛)’이 ‘흰색’을 의미하여 하얀 소의 해라고 한다. 우리 농업인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고마운 가축인 소는 12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우직하고 뚝심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특성을 가졌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하얀 소는 전통적으로 신성한 기운을 가졌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현재의 시기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1년 신축년! 비록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그 끝이 잘 보이지 않지만, 변화되는 주변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서 우직하고 끈질기게 걸어나가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자!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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