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 약용작물 초석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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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철 약용작물 초석잠
  • 월간원예
  • 승인 2021.01.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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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김영빈 연구사

 

어쩌면 첫서리는 반가운 손님일 것이다. 함양 안의면에 위치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의 12월은 연구를 위한 초석잠을 수확하느라 일사분란하다. 길게 늘어뜨린 무성한 머리칼 같은 초록 줄기는 서리를 맞아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 시기가 바로 흙속의 진주 초석잠을 수확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지상부의 여러 갈래의 늘어뜨린 색바랜 줄기를 자른 후 흙을 조심스럽게 파면 곧 덩이줄기마다 빛나는 진주색을 띤 골뱅이 모양의 알갱이들이 알알이 붙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초석잠이다. 독특한 모양의 초석잠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으면 마디마디 깊은 주름은 평생 농사만 지으시던 할머니 손가락의 주름을 연상시킨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65세이상 고령인구는 2019년 15.7%에서(세계고령인구 9%에 비해 매우 높음) 2025년 20.3%로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트렌드에 익숙하고 스마트폰을 활발히 사용하는 고령층은 곧 소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실버’라는 단어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서퍼’라는 단어가 결합된 ‘실버서퍼’라는 용어는 새로운 소비주체의 등장을 환영하는 단어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실버서퍼는 소비주체를 넘어 어쩌면 시대정신의 중심에까지도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실버푸드 시장규모는 2011년 5104억원, 2015년 7903억원, 2017년 1조 1천억원을 기록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결핍의 시대를 지나 풍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실버세대들은 노화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더불어 젊은 시절에는 비켜갔던 각종 질환, 수술 경험 등으로 건강에 대한 갈망이 커져 약용작물을 포함하는 실버푸드의 구매가 자연스럽게 증가될 것으로 생각된다. 실버푸드의 하나로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석잠을 소개하고자 한다. 

초석잠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까지는 생소한 약용작물이다. 초석잠은 손가락 2마디의 크기이며 진주빛의 광택을 띄고 골뱅이와 모양이 유사하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13세기에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를 경유하여 일본으로 건너갔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된 기록은 없으나 조선시대 서유구가 저술한 임원경제지에 초석잠의 다른 이름인 감로자로 기록되어있다.

 

초석잠
초석잠

 

초석잠은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우리나라 각지에서 잘 자란다. 이용부위는 지하줄기에 달리는 종근이다. 5월 중순부터 개화하는 꽃은 분홍색이고 꽃은 층층으로 5~6개가 한 마디에서 피며 그 모양이 자그마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잘 살펴서 봐야한다. 봄(4월 초순)에 종구를 정식하여 주로 12월에 수확하며 이듬해 2~3월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다. 저장방법이 까다로워 일부 농가에서는 일부러 늦게 수확하는 경우도 있다. 

초석잠은 독특한 모양과 식감 그리고 단미로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다량 함유된 올리고당은 장내 미생물 증식작용을 도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등 장기능 향상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신경세포의 보호 효과 및 뇌세포 파괴를 방지해 뇌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뇌기능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콜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처럼 여러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초석잠은 실버푸드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것이라 기대된다. 
초석잠의 이용방법으로 한국에서는 주로 초절임 혹은 말려서 차로 많이 이용된다. 요즘 고기집에서 보이는 초석잠장아찌와 삽겹살의 궁합이 좋았다는 소식이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중국의 중약대사전에는 초석잠이 뇌경색 예방, 기억력 증진 등을 강화하는 약성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새해에 먹는 대표적인 명절요리인 오세치(お節)에 장수의 의미로 사용된다. 먼 나라 프랑스에서는 1800년대 중국으로부터 도입하여 Crosne인근 지방에서 재배되어 현재 Crosne이라는 이름으로 고급식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 

모든 일에 다 때가 있다고 한다. 초석잠의 잠재력이 깨어날 때는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미래 소비 주체인 실버세대와 함께 초석잠이 약용작물 소비 시대를 견인했으면 하는 것이 약용자원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간절한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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