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후 관리! 아는 만큼 더 신선하고 더 맛있게 즐긴다
상태바
수확 후 관리! 아는 만큼 더 신선하고 더 맛있게 즐긴다
  • 월간원예
  • 승인 2021.01.05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남은영 농업연구관

 

수확 후 관리는 육종, 재배와 더불어 고품질 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3대축 중의 하나로 좋은 품종을 선택하여 정성을 다해 재배한 과실이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평가받는 마지막 단계이기에 ‘제2의 생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고 수확  후관리 분야 또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 파프리카, 딸기, 포도 등 신선 농산물 수출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농산물은 수확 후에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노화가 계속 진행되지만 이를 늦출 수 있는 다양한 수확 후 관리 기술들을 접목하면 신선도가 연장돼 먼 나라까지 수출을 가능하게 만든다.  


농촌진흥청은 코로나19로 수출이 주춤했던 지난 6월 말레이시아에 블루베리 400kg을 시범 수출했다. 경제성을 위해 항공편 대신 선박을 이용했는데 2주간의 선박 운송 기간에도 블루베리는 손실이 거의 없이 신선함을 유지했다. 수확 시기가 장마기와 겹쳐 국내 시장에서도 금세 물러지고 부패하기 쉬운 품목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수확-예냉-선별-포장-출하-수출 전 과정에서 수확후관리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이산화염소와 유황패드와 같은 부패균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 블루베리는 현지 매장에서 유통을 시작하자마자 완판되었고 단맛과 식감, 향미가 잘 유지되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선도농가의 사례를 보면 신선 농산물의 수확 후 관리 기술은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현장을 가 보면 전혀 다른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10년 이상 과수 재배를 해 온 베테랑급 농가에서조차 예냉 없이 선별 전 과실을 상온에 쌓아둔다거나 장기저장 전 저장고를 소독하여 부패균의 밀도를 낮추는 등 기본적인 수확 후 관리 수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원예산업의 수확 후 손실률은 품목별로 25〜35%에 달하는데 이는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의 5〜10% 수준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수확 후에 발생하는 손실률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모든 농산물의 수명은 수확 후 유통단계를 거쳐 판매되는 시점까지 어떤 환경조건에 노출되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온도는 저온장해를 받지 않는 수준에서 낮게, 수분손실을 막기 위해 습도는 높게, 그리고 대기조성(이산화탄소는 높게, 산소는 낮게)을 조절해줌으로써 더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수확 후 관리의 첫 시작은 농가 단위에서 수확 후 관리 기준을 잘 지키는 것이다. 수확하는 과정에서 소소한 몇가지 사항만 잘 지켜도 손실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실은 품온이 낮은 오전에 일찍 수확하고 물리적 손상을 줄일 수 있는 높이가 낮은 수확상자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확한 과실은 최대한 빨리 그늘로 옮겨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예냉을 실시해 품온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수확, 예냉, 선별과정의 기준을 잘 지킨 다음에 농산물의 호흡을 조절하여 신선도를 유지하는 MA포장, CA저장기술, 1-MCP를 이용한 에틸렌 제어 기술, 부패균을 제어할 수 있는 이산화염소 및 유황패드 기술을 적용해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이산화염소 동시복합처리기

 

대기조성을 조절한다는 개념의 MA(Modified Atmosphere) 저장은 작물의 호흡으로 대기보다 높은 이산화탄소와 낮은 산소 조건이 만들어져 호흡량과 에틸렌 발생량을 낮춤으로써 작물의 생리적 부패를 감소시키는 기술로 단감 등 다양한 작목에서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가 구매한 과실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가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조건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바로 구매한 과실을 비닐백에 밀봉해 냉장보관하는 것인데 상온에서 보관할 때보다 호흡량과 에틸렌 발생량이 줄어 더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MA저장과 유사한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기조성을 조절하여 장기간 신선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최근 고비용의 항공운송 수출을 대체하기 위해 선박수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장거리 수송을 위한 컨테이너 관리 기술이 미흡해 현지시장에서 클레임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박수출 시 우리 농산물의 최상의 상품성 유지를 위해 CA기술이 탑재된 컨테이너 활용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농산물의 신선도를 좌우하는 에틸렌은 잘 활용하면 후숙과실의 상품성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 원예산물은 성숙과정 중 호흡량과 에틸렌 발생량이 급등하는 호흡급등형과 비호흡급등형으로 구분되어진다. 키위 등은 호흡급등형 과실로 품종, 숙기, 저장조건에 따라 유통 중 품질이 결정된다. 후숙을 필요로 하는 과실은 에틸렌 처리를 통하여 유통 중 상품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에틸렌은 과실의 성숙을 촉진하는 중요한 호르몬으로 키위는 수확 당시에는 에틸렌이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저장 중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에틸렌 발생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후숙과실의 경우 수확-예냉-선별-포장-저장-유통 단계에 따라 에틸렌을 이용하거나 제어하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키위는 수확 당시 매우 단단하고 신맛이 강해 먹기 부적합하기 때문에 키위를 맛있게 먹기 위해 에틸렌을 활용한 후숙처리가 필요하다. 에틸렌 처리 후 약 5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과육은 우리가 먹기 좋은 부드러운 상태로 변하고 단맛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신맛도 많이 감소해 키위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소비자가 맛있는 키위를 고르려면 손으로 만져서 과피가 약간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야 하고 단단한 키위를 구입하였다면 가정에서 보관할 때 PE 필름을 이용하여 사과나 바나나와 같이 보관하면 후숙처리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에틸렌 발생이 많은 사과 등의 과실을 다른 채소류, 과실류와 혼합해서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확후관리에는 곳곳에 과학이 숨어있다. 우리가 그 원리를 아는 만큼 활용한다면 다양한 과실을 더 신선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블루베리 말레이시아 현지 판매

 

마지막으로 수확 후 관리 분야에서 친환경 스마트 유통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유통망이 구축되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신선도 저하로 인한 부패 미생물 발생을 줄여 소비자가 더 안전한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좋은 품종으로 최적의 환경조건에서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이후 과학적 품질관리에 보다 집중할 때이다. 농가에서는 과실을 수확하는 순간부터 APC, 도매시장 등은 유통을 위한 과실이 입고되는 순간부터 소비시장에 나갈 때까지 수확후 품질관리기술이 고도로 집중되고 투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선 농산물 주요 품목별 APC 수준을 진단하여 시설 및 공정관리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주요 거점 APC를 중심으로 스마트 유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에서는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글로벌 농산물유통 4.0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디지털 기반의 효율화된 스마트 유통 연구를 주도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