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의 첫 단계 나만의 텃밭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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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의 첫 단계 나만의 텃밭 만들기
  • 국정우 기자
  • 승인 2021.02.0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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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점장(아시아종묘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
광진구청 주말농장
광진구청 주말농장

 

2월이다. 몇 년 만에 찾아온 겨울 추위가 아직도 한창이지만 도시농업을 준비하는 도시농부에게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자기 농지를 가진 전업 농부라면 일 년 내내 농지를 관리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자기 소유의 농지가 없는 도시농부에게는 몇 평의 농지를 마련하는 것이 한 해의 도시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가정에서의 도시농업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가정 내 화분이나 텃밭상자가 전부인 경우도 있지만, 야외의 텃밭에서 이뤄지는 도시농업이야말로 도시농부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계획적인 텃밭 분양 이뤄져야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도시농부가 텃밭을 마련하는 길은 지자체가 분양하는 도시텃밭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을 분양받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2월 초부터 직영농장과 협력농장을 시민들에게 분양하는 공고를 내고 신청을 받기 시작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의 경우 자체 인터넷 카페와 밴드 등의 SNS와 전화로 상시분양을 하고 있다. 지자체 농장을 배정받지 못한 많은 도시농부는 민간이 운영하는 도시텃밭에서 일 년간 작물을 키우게 된다.


이 시기 도시농부가 자신의 텃밭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농장의 특성과 자신의 도시농업 계획에 맞는 텃밭을 선택하는 것이다.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의 점장으로 고객과 대화하기 위해 많은 주말농장을 방문하는데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본다. 주말농장에 가면 4~5월 초에는 거의 모든 텃밭이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인다. 상추와 쌈채소 모종이 심어져 있고 토마토와 고추 모종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자체 협력 주말농장
지자체 협력 주말농장

 


하지만 5월 말부터 주말농장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모습이다. 모든 작물이 정상적으로 잘 자란 텃밭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텃밭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매운탕에 필수적인 쑥갓은 노란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가 하면 케일 등 쌈채소의 키가 1m 이상 자라 더 이상 수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텃밭도 있다. 반대로 작물이 아예 제대로 자라지 않은 텃밭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텃밭을 분양받아 일 년 동안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거나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텃밭을 마련하는 경우, 텃밭의 입지나 편의시설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분양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텃밭을 선정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주기적으로 갈 수 있는지, 가족과 함께 편하게 갈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텃밭을 분양받고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 1회 정도는 방문해야 하며,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한 달에 2회 이상 방문할 수 있는 텃밭을 마련해야 한다.


상추 모종을 4월 초 심으면 4월 말부터 수확이 가능한데 5월부터는 한 주만 걸러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빨리 성장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자주 방문할 수 있는 텃밭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농부
주말농부

 

 

‘가족’은 중요한 도시농업의 의미

 

도시농업은 생산물을 판매하려는 목적의 전업농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도시농업은 작물을 심어 수확물을 얻는 목적 외에도 종자와 모종을 심고 키우면서 수확하는 전 과정을 가족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서울시 도시농업백서에 의하면 도시농업은 ‘도시지역에 있는 토지, 건축물 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활용하여 취미, 여가, 학습 또는 체험 등을 위해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재배하는 행위’를 말한다. 무농약 상추를 먹기 원한다면 마트에서 사먹거나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은 씨 뿌리고 작물을 키우고 수확하여 집에서 요리하는 모든 과정을 가족과 함께할 때 더욱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주말농장이 가족과 함께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지, 교통편이 편리한지, 주차장은 확보하고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초보 도시농부에게 가장 추천하는 도시텃밭은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텃밭이다. 이제 막 도시농업에 입문했거나 자녀가 어린 가정이라면 1순위로 지자체가 분양하는 도시텃밭을 추천한다. 대다수의 지자체는 지역 내 공터나 농지를 활용하여 주민들에게 일 년 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텃밭을 분양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영농장 및 협력농장은 비용도 저렴하고 관리도 잘 돼 있으며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갖춘 곳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 텃밭은 희망자가 많아 대부분 추첨 형식으로 분양이 진행돼 경쟁률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텃밭을 배정받지 못했다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도시텃밭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텃밭 중에서도 지자체와 협력관계에 있는 텃밭은 지자체 분양텃밭과 비슷한 수준으로 초보 도시농부들도 쉽게 활동할 수 있다. 서울시 강동구를 비롯해 도시농업이 활발한 자치구의 경우 구청 홈페이지에서 구와 협력하는 민간텃밭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텃밭은 자치구의 지원을 받으며 자치구 직영 텃밭과 비슷한 수준의 토양관리와 편의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분양을 기다리는 지자체 주말농장
분양을 기다리는 지자체 주말농장


이외에도 동네 곳곳에 농지가 있는 곳이라면 주말농장 분양 현수막 하나쯤은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회사 근처, 집 근처의 분양 농장도 찾아볼 수 있다. 농지 일부를 분양하는 형식의 텃밭도 좋은 대안이 된다.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 곳도 있다. 아파트 내 공터를 활용한 텃밭이나, 공사장 인근의 공지를 활용한 텃밭은 농지가 아니라 그저 ‘흙이 있는 땅’일 가능성이 커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본격적인 도시농업을 하고 싶은 도시농부라면 지자체에 등록된 도시공동체 텃밭을 추천하고 싶다. 2020년 2월 기준으로 서울시에 등록된 도시공동체는 총 57개로 텃밭과 곤충, 양봉 등 다양한 도시농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도시공동체는 지역 기반이 대부분이며 특수 목적을 가진 일부 공동체도 있다. 도시공동체 가입을 통한 도시농업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도시농부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농 및 전업농을 생각하는 도시농부에게 추천하고 싶다.


꽃을 키우기 위해서는 꽃씨를 뿌릴 화분을 준비해야 하듯 가족을 위해 채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가족 텃밭을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 분양 텃밭도 좋고 민간 텃밭이나 도시공동체 텃밭도 좋다. 주기적으로 텃밭을 방문하여 씨 뿌리고 모종을 심고 수확하는 전 과정을 가족과 함께한다면 도시농업은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어떻게 도시농업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도시농업’을 검색하여 관련 부서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시아종묘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도 도시농업에 갓 입문한 초보 도시농부를 위해 항상 문이 열려 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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