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뛰어난 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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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 뛰어난 참취
  • 월간원예
  • 승인 2021.03.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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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식질의 반그늘이면서 다소 습한 곳이 재배적지다.
휴면이 끝난 11~12월경 실한 뿌리를 부근 산에서 캐다 심는다.

 

적골에서 참취뿌리를 한 망태 캐다가 하우스귀퉁이에 한 평쯤 심었다. 종묘상에서 씨를 사다 뿌려도 되지만 두 해만에 뜯을 수 있어 빠른 길을 택했다.
인가 가까운 야산에도 참취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산나물이 철따라 돋아나지만 요즈음은 나무가 우거져 등산복 차림이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다.
탐스러운 것을 캐려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나 이 또한 쉽지 않아 길가에서 캐왔다. 참취는 취나물 중 맛과 향이 제일이고 조리하기도 쉽다.
개미취와 분취는 잎이 좁거나 작아 쌈으로 이용할 수 없고, 맛도 훨씬 뒤지며 요리 과정도 번거롭다.


참취(Aster scaber THUNB)의 종명 스카버는 ‘깔깔한’ 이라는 뜻이어서 잎의 특성이 반영된 듯하다. 참취는 옛날 어른들이 여러 취나물을 다 먹어보고 가장 맛이 있어 앞에 ‘참’ 자를 붙여 격상시켜주었다. 선인들은 이름 앞에 접두사 ‘참’ 자를 붙여 품질이 좋아 실생활에 매우 쓸모 있는 것과 ‘개’ 자를 붙여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며 쓸모가 덜한 것을 구분했다.


옛날부터 농가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면 넓은 잎에 오곡밥을 싸 먹어야 복이 온다고 9가지 나물을 말려두었다. 참취, 곰취. 토란, 아주까리 말린 잎을 매달아두었다가 풍년을 기원하며 복쌈을 싸 먹곤 했다. 참취쌈은 향긋한 냄새가 입안에 가득 차고 먹은 후 입안이 개운하여 오래 전부터 복쌈은 물론 향소(香蔬)로도 즐겼다. 상추나 배추쌈을 싸 먹을 때도 참취 한 잎을 넣으면 향긋하면서 풋내까지 없애준다.


우리나라에는 3과 54종의 취가 야산에서부터 해발 2000m의 고산지대까지 분포되어 있다. 그중 우리가 나물로 먹는 것은 참취, 개미취, 곰취, 미역취, 분취 등 몇 가지 안 된다. 개미취는 잎이 장타원형인데 쓴맛이 강해 데쳐서 오랫동안 우려야 한다. 곰취는 삶아 말려 주로 묵나물로 이용한다.


곰취의 넓은 잎은 큰 심장모양이라 쉽게 구별이 간다. 태백산과 소백산 등지의 높은 산간에 집단적으로 자라며 약리성분이 많다. 미역취는 달걀모양의 잎이 어긋나게 나오며 씨는 갓털을 바람에 날려 번식한다.


분취는 분대취라고도 하며, 잎 뒷면에 부드러운 흰 솜털이 촘촘히 나 있다. 인절미찰떡에 넣으면 쉬 굳지 않고 차져서 찹쌀가루에 넣어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말려서 부비면 부드러운 흰 털만 남는데 불이 잘 붙어 옛날 부싯돌의 불쏘시개로도 쓰였다.


봄에 돋아난 싹은 모두 먹을 수 있고 약이 된다 하여 여러 가지 새싹으로 백초차(百草茶)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지만 참취만큼 새 봄의 미각을 돋우어주는 산나물도 흔치않다. 영양가도 풍부하다.


같은 양의 배추와 비교해보면 칼슘을 제외하고는 여러 영양소가 2~14배나 많다. 봄이 되면 봄맞이 겸 산행을 자주하며 산나물을 뜯어다 먹으면 삭신까지 느른한 봄인 데도 피로쯤은 멀리 날려버린다.

 

면역력 뛰어난 참취 가꾸기


참취를 씨로 번식하려면 10a(300평)당 2~3ℓ가 필요하다. 발아적온이 15~20℃인 것을 보아 저온식물임을 알 수 있다. 씨앗으로 재배하려면 가을이나 초봄에 뿌린다. 토양수분만 유지해주면 싹은 잘 튼다. 반그늘이면서 다소 습한 곳이 재배적지이나, 물빠짐이 좋은 부식질이면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참취는 고사리보다는 산성에 약하지만 작물이 자라는 곳이면 다 재배할 수 있다.


참취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불릴 수 있다. 가을 산행 때 잘 익은 씨를 받아 두었다 이른 봄에 뿌려도 되고, 종묘상에서 한 봉지 사오면 한 평은 뿌릴 수 있다. 그 외 6월경 실한 줄기를 잘라 꺾꽂이 번식도 가능하고, 가을에 취뿌리를 캐다 심어도 된다.


씨로 불리려면 한나절쯤 물에 불려 5~10배의 모래와 섞어 줄뿌림이나 흩어뿌린다. 씨를 넣은 후 볏짚 등으로 덮어 건조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봄에 뿌리고 잡초를 깨끗이 매는 등 초기 관리를 잘해주면 이듬해부터 뜯어 먹을 수 있다. 모판에서 모종을 가꿔 옮겨도 1년 후면 한 포기에 3~4개의 새포기로 불어난다. 모종을 한 포기씩 떼어 옮겨 심어도 다음해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꽃대가 올라온 포기는 겨울에 죽어버리거나 새 포기를 불리지 않으므로 올라온 꽃대는 즉시 잘라버린다. 모종을 가꿔 옮길 때는 본밭에 미리 밑거름을 뿌려두었다가 깊게 갈아 이랑 너비 120cm, 골 사이 30cm, 포기 사이 10cm씩 띄어 옮긴다. 10a당 33,000주, 한 평에 100 포기쯤 들어간다. 참취는 비료 탐이 많아 퇴비를 듬뿍 주고 웃거름도 자주 주어야 연하게 잘 자란다. 상업재배에서는 10a당 퇴비 3,000㎏, 계분 200㎏, 요소 20㎏, 용성인비 60㎏, 염화가리 10㎏을 밑거름으로 주고, 웃거름은 요소 16㎏과 염화가리 10㎏을 두세 번에 나누어준다.


텃밭에 옮겨 여러 번 뜯으려면 평당 퇴비 10㎏, 복합비료 0.3㎏을 밑거름으로 주고 뜯어낸 다음 두어 차례 복합비료 0.2㎏을 웃거름으로 주면 5월 중순까지 연한 취나물이 나온다. 생육 중 짚이나 낙엽을 덮어 촉촉하게 해주고, 5월 중순부터 30% 정도의 해가림을 해 주면 7월 하순까지도 뜯을 수 있다.


참취를 씨 뿌려 가꾸면 생육초기에는 잡초와 씨름해야 하고 첫해는 조금밖에 뜯지 못하지만, 휴면이 끝난 11~12월경 실한 뿌리를 부근 산에서 캐다 심으면 이듬해부터 탐스럽게 돋아난다.
30~40 포기만 캐다 심으면 한 가족이 먹기에 알맞다. 상업재배에서는 10a에서 생취로 1년차 1000kg, 2년차 2000kg, 3년차에는 2500kg 정도의 수확을 올린다. 수확 횟수가 많을수록 포기의 세력이 약해지므로 연 3회 정도가 알맞다.

 

산나물 이야기


애주가들은 백화가 만발한 춘삼월 참취나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운치 좋은 전원에서 정다운 친구를 불러 좁쌀로 빚은 곡주에 참취나물만 있으면 술은 술술 잘 들어간다. 참취나물에 참깨를 듬뿍 뿌리고 두부와 버무려 내놓으면 기가 막힌 기능성 안주가 된다. 참취의 비타민-C, 두부의 콜린, 참깨의 메티오닌이 어울려 알코올 분해는 물론 취나물에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까지 보태져 맛과 영양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약 420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그중 480여 종이 산나물로 이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자연 채취로 90여 종을 이용하지만 상업적으로는 이중 기호도와 수익성이 높은 37종을 재배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산나물이 식량 부족으로 보릿고개를 넘길 때 구황식물로 큰 몫을 하다가, 녹색혁명으로 식량이 자급되면서 잠시 외면당하는가 싶더니 1980년대 들어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다시 산나물을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매년 수요량이 증가하며 재배면적도 1990년에 2837ha에 불과하던 것이 2005년에는 6971ha로 2.5배나 넓어졌다. 현재 가장 많이 재배하는 산나물은 더덕, 도라지, 취, 고사리, 두릅, 고들빼기, 달래 등이나 점점 종류와 면적이 늘어간 추세다.


참취를 밭이나 하우스에서 생육환경을 조절해주면 이른 봄부터 연한 잎을 꽤 오래 뜯어먹을 수 있지만 자연산은 봄 채취 단 한 번으로 끝난다.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오르면 순식간에 뻣뻣해지고 매운맛이 강해지며 독까지 뿜어 먹을 수 없게 된다. 아마 ‘제철나물만 먹어라’는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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