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비료 사용설명서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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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의 비료 사용설명서Ⅱ
  • 허선희
  • 승인 2021.03.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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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 관리
밭 토양분석 결과 및 비료사용 처방서
논 토양분석 결과 및 비료사용 처방서

지난 호에서는 농업기술센터와 이완주 토양병원에서 토양을 분석한 것에 발행한 각각 처방서를 보는 법을 설명했다. 예로 경기도 여주 가지 공선회에서 지난해에 우리 토양병원에 자문을 의뢰한 5개 농가 중에 A 농가를 한 예로 들고, 그와 함께 우리 토양병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설명했다. 이번 호에는 노지 논과 밭 토양의 특성과 천안시 입장면의 시설 하우스의 포도 농가가 겪고 있는 문제점과 토양개량 방법에 관해서 설명하려 한다.

그림 1. 노지와 시설토양에서 수분의 순환

노지 토양은 시설하우스 토양과 다르다
노지 밭 토양과 논 토양을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분석을 의뢰하면 시설 토양과 같은 비료사용 처방서를 발부한다(사진 1과 2). 그러나 내용을 보면 시설 하우스 토양과는 매우 다르다. 노지 밭과 논 토양은 시설토양보다 대체로 pH와 유기물이 낮다. 즉, pH가 5.9로 매우 낮으며, 유기물 함량은 18로 매우 낮다.
왜 시설 하우스와 노지에서는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가? 가장 큰 차이점은 물의 순환이 시설 하우스와 노지에서 다르기 때문이다(그림 1). 물이 떨어지는 방향은 꼭 같이 위에서이지만, 시설에서는 토양의 위쪽으로 올라오는 상부 이동이다. 하지만, 노지에서는 지하로 흐른다.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양분(염류)을 용탈시킨다. 

양분이 용탈되면 pH는 산성이 되며 전기전도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노지에서 대체로 pH와 EC가 낮다. 하우스에서는 물이 위로 올라오면서 양분을 옮겨다 상부로 쌓아놓아서 pH는 높아져 알칼리 쪽으로 변하고 반대로 EC는 높아진다. 그러기 때문에 노지에서는 언제나 pH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 1)에서도 소석회(석회 고토)를 추천하고 있다. 이때 소유주는 소석회를 넣을 것인가 석회고토를 넣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분석 결과를 보면 Ca:Mg의 비가 3:1이 적당하지만, 이 토양에서는 3.6과 0.9로서 4:1이다. 이렇게 되면 Mg를 조금 더 넣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농업기술센터에서 추천하는 석회고토를 596kg/3000㎡에 주는 것이 좋다. 

샤인머스캣을 2019년과 2020년 두 해에 걸쳐서 심었지만 약간씩 자랐을 뿐 죽어버렸다.

논 토양의 분석은 유효규산함량을 표시한다
논 토양분석을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면 반드시 유효규산함량을 분석하여 표시한다. 이 농가 논의 pH는 5.4로 표준에도 못 미치고 유기물, 유효인산과 칼슘, 그리고 유효규산도 모두 표준에 못 미친다. 논에서는 이런 정도라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이 논에서의 문제는 유효규산이다. 적어도 157mg/kg은 되어야 할 터인데 이 논에서는 62밖에는 안 되므로 1/3도 안 된다. 우리나라의 논에서는 이처럼 대부분 유효규산 함량이 부족하다.


분명히 규산은 14개 필수원소에는 보이지 않는 성분이지만 유용 원소에는 들어있다. 유용원소(beneficial element)란 생육이나 결실하는 데 꼭 필요한 원소는 아니지만 그 원소가 있음으로써 작물이 잘 자라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성분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탕무에서 칼륨(K) 대신에 나트륨(Na)을 주는데, 나트륨은 칼슘의 생리적인 역할을 대신해 주며 무에서 설탕을 뽑을 때도 순순히 설탕을 내주기 때문이다.  
규소는 토양의 기본성분이므로 가장 많이 있지만 녹아 나오지 않으므로 매년 넣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을 수확 후에 논에서 볏짚을 빼어내서 팔거나 퇴비로 쓰고 되돌리지 않기 때문에 벼가 넘어지거나 수량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반드시 논에 규산을 넣어야 만이 제 수량을 올릴 수 있다.

잘 사는 나무. 완전히 살아 있는 곳의 EC는 0.9이다. 이렇게 심한 EC의 차를 보이는 것은 2018년 포도나무를 심을 예정인 밭에 지나치게 많은 안 썩은 쇠똥을 많이 시용한 것이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EC(전기전도도)가 높으면 도포 묘목도 죽는다 
지난해인 2020년 7월에 토양병원에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B 농가로부터 자신의 농장에 심은 포도나무가 죽어간다는 이야기와 함께 원인을 밝혀 달라는 호소가 접수되었다. 그래서 변흥섭 농무국장과 함께 천안시 입장면에 있는 B 농가로 갔다.
농가는 샤인머스캣 포도 묘목을 2019년 봄 심었으나 상당수가 죽어서 다시 2020년 봄에 심었다. 그러나 오히려 작년보다 훨씬 생존율이 떨어져 거의 모든 나무가 또다시 죽었다. 죽은 나무를 보식하기 위해서 작년에 심은 것을 올해에 심은 바로 옆에 있는 두둑에 옮겨 심었으나 옮긴 나무들조차 거의 다 죽었다. 이런 현상은 토양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주인은 토양병원에 의뢰하여 구명(究明)을 요청한 것이다.


현지를 방문하여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포도밭은 주인 B 씨의 주장대로 지난해 심은 것은 올해에 심은 것보다 많이 생존해 있었으며, 올해에 심은 나무는 거의 다 죽어서 가물에 콩 나듯이 듬성듬성 생존해 있었다(사진 3).
B 선생은 2017년과 2020년에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EC가 17년도에는 0.2이었으나 2020년도 들어서서는 7.1로 엄청나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유효인산은 30에서 1,416으로, 칼륨은 0.14에서 4.47로, 마그네슘은 1, 8에서 4.1로 증가했다. B 씨는 2년 전 밭에 썩지 않은 쇠똥을 넣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으리라 추정했다.

죽어가는 포도나무. 죽어가는 곳의 EC는 5.5이다.

토양병원장인 나는 pH가 다소 높은 점에 착안하여 하우스 비닐과 잎 부분에서 질소가스의 흔적이 있는지를 측정하였으나 찾지 못했다. 이 결과로 보면 탈질에 의한 묘목의 피해는 생각할 수 없었다. 토양병원에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죽은 곳과 살아 있는 그곳의 차이를 보이는 성분을 찾아보았으나 산 곳과 죽은 곳의 성분은 비슷해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것은 없었다. 다만 죽은 곳의 EC는 6.4인 반면에, 살아 있는 흙의 EC는 5.4로 1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8월 19일 다시 현장을 방문하여 토양을 채취했다. 이번에는 원장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잘 크고 있는 부분과 생장점이 죽어가는 나무가 위치하는 부분, 그리고 완전히 죽은 그루가 서 있었던 부분의 흙을 각각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는 <표 2>와 같았다. 즉 죽은 그루가 서 있는 곳의 흙은 EC가 14.2였으며, 죽어가는 그루의 흙은 5.5, 살아서 잘 크는 그루는 0.9로 뚜렷한 차를 보였다. 분석 결과는 EC와 NO3 사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즉 산 것의 흙에는 염류의 농도가 0.9로 매우 낮았으며, 반대로 죽은 곳에서는 14.2로 매우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바로 흙의 전기전도도가 식재 당시에 지나치게 높아서 묘의 여린 뿌리의 흡수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 이보다 더 EC가 높은 부분에서는 역삼투가 일어나 죽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이 농가가 내년부터 묘목을 잘 키우려면 올해 겨울 동작물 풋거름을 가꾸어 유기물을 보급함과 동시에 전기전도도를 낮춰주어야 할 것이다.

완전히 죽어 있는 포도나무. 토양을 분석해 본 결과 완전히 죽은 곳의 전기전도도(EC)는 14.2이다.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하여 발행한 자료와 이완주 토양병원에서 2차에 걸쳐서 분석한 자료에 의해 B 농가가 겪고 있는 샤인머스캣 포도 묘목의 고사 원인은 지나치게 높은 EC로 인한 어린뿌리에서 발생한 역삼투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B 씨는 지난가을에 풋거름인 호밀 씨를 뿌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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