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거래제도 도입해야... 경쟁 촉진시켜 수취가 제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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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거래제도 도입해야... 경쟁 촉진시켜 수취가 제고 필요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1.03.03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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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최병선 회장
가락시장 전경
가락시장 전경

 

“현재 가락시장은 특정 품목에 대한 독과점 폐해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독과점 형태를 지양하고 가락시장 법인 간의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한 시기이다.” 

현행 농산물도매시장 경매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인만이 수탁을 독점하는 구조 속에서 당일의 수급여건에 따라 가격 진폭이 크고 특정 품목은 법인 간 경쟁이 없다는 점이다. 공급과잉 시 물량에 대한 수급관리 부재에 따른 적정가격 유지가 안 돼 출하자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그 중 특정 품목에 대한 물량 독과점은 도매시장 법인이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다 보니 관리에 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영업이 가능한 구조이다. 소위 ‘네가 갈 곳이 어디 있겠냐’는 식의 인식이 팽배하여 정작 소비지의 판로 개척과 산지 농산물의 품질관리에 소홀하고 또 출하농민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유통정보 제공 기회가 부족해 경매 외에는 어떠한 가격 교섭도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가락시장의 예를 들면 무, 배추, 양배추 거래에 있어 모 청과법인이 반입 물량의 85% 이상을 취급함으로써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고 해당 품목의 수수료 또한 농안법 최고 한도인 6~7%(6개 법인 중 최고 높음)를 받아 매년 3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데도 출하 장려금은 0.45%로 수준으로 수수료 요율 대비 6개 법인 중 최저인 상황이다. 이렇듯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수수료 인하 등 농가 환원사업이 적고 독과점에 대한 폐해가 심각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낮아 경쟁이 치열한 상품인 대파 수수료는 타 법인과 같은 4%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도매법인 간 경쟁이 되지 않는 품목들은 도매시장법인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리더라도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제재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수수료 인상과 같은 출하농업인들에게 피해가 우려되는 사항 등에 대해서는 도매시장 내 ‘수수료 조정위원회’를 두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또 품목 간 경쟁이 제한되어 출하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다양한 형태의 거래 제도를 도입하여 경쟁을 촉진시켜 수취가를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배추 경매장
배추 경매장

 

형식적인 정가수의 거래, 이젠 과감한 개선 필요
정가수의 매매는 경매에 의한 가격 진폭을 완화하고 출하자와 구매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예약형(거래 24시간 전)과 비예약형(당일)으로 구분하고 있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가수의 거래는 대부분 비예약형이며 경매하기 위해 반입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경매시작 1시간에서 30분 전 쯤  대상 물량을 중도매인들이 알아 볼 수 있도록 프린트로 출력하여 경매장에 벽보처럼 붙여놓고 시행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정가수의 거래용 물량 선정은 도매시장법인이 경매장에 반입된 물량 중 보편적으로 최상품만을 골라 선정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 중도매인이 경매 전 수의매매로 낙찰 받는 형태여서 좋은 물건을 먼저 빼 가는 일종의 선취매매 형태여서 다수의 중도매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정가수의 매매 과정은 비공개 형태로 하지만 참가 중도매인들 중 문자 또는 수지형태로 진행하며 최고가를 써낸 중도매인이 낙찰을 받는 형태로 경매와 무엇이 다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보기에 따라서는 공개경매냐 비공개경매냐의 차이 일뿐 차이가 없어 보인다. 도매시장법인이 정가수의 거래를 법 취지에 맞게끔 하려면 많은 비용이 수반되니 시행하지 않는 것이며 정부의 평가가 있으니 법인으로서는 안할 수는 없고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정가수의 거래 흉내만 내고 있어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   

가락시장 경매 장면
가락시장 경매 장면

한편 출하자와 매칭을 보면 해당 경매사가 출하농업인에게 오늘 사장님 물건이 3대 입고되었는데 그 중 1대를 수의거래를 해 보겠다고 요청하는 식의 유선 또는 문자 형태로 통보하고 가격에 대해서는 정하지도 못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하자도 당일 유통흐름을 모르다 보니 알아서 잘 받아달라는 말밖에는 하지 못한다. 이렇듯 사전 교섭이 미흡하고 낙찰 결과만을 통보하는 형태가 가격 진폭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출하자들은 거래 당일 도매시장의 수급상황 등 유통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 끌려감) 
중도매인들 역시 정가수의 거래에 대한 가격 결정은 당일 도매시장에 반입된 총량을 감안해 가격을 주기 때문에 출하자 입장에서 보면 경매로 하나 정가 수의거래 형태를 취하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한편 정부가 정가수의 거래에 대하여 실적만을 강요하다 보면 도매시장법인들이 국내 농산물을 어렵게 판매하려는 노력보다는 자칫 수입농산물의 거래 방법의 한 축으로 전락될 우려가 많다. 수입농산물의 유통형태를 보면 당근과 수입과일들은 대부분 정가수의 거래 비중이 아주 높다. 최근 양배추 대파의 경우에도 정가 수의가 간간히 일어나고 있다. 정가 수의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수입업자가 중도매인에게 또는 중도매인이 수입업자에게 접근하여 반입요청을 하면 중도매인 점포까지 이동해 주기 때문이다. 이는 중도매인이 필요에 의해 수집해서 분산까지 하고 있기 때문에 법인은 신경하나 안 쓰고 수수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이라서 합법을 가장한 수입농산물 판매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국내농산물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도매시장법인의 공익적 기능 강화해야
정부는 농산물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국가가 지자체와 함께 공영도매시장을 건립하여 운영하는 것으로써 공익적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4개년 (‘15~’18년) 가락시장 5개법인의 영업행태를 보면 평균영업이익률 17.6%로 유사업종 대비 6.5배로 높은 편이지만 농업·농촌 및 농산물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공익적 목적에 투자하기 보다는 수익창출에 더 집중하고 있다. 

특히 출하자에 대한 서비스기능이 약하고 제 값을 받아주지 못해 출하농업인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출하선도금의 경우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은 거래액 대비 1.2%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농업과 무관한 기업들이 단기적 이익에 함몰되어 투자대비 수익률만 생각하고 있어서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 소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도매시장 법인을 왜 그토록 많은 웃돈을 주고라도 사들이고 있는 건지,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아마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출하농업인들은 유통비용도 건지지 못해 해마다 몇 명씩 목숨을 끊고 있는 상황이다. 도매시장법인들은 생산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갈 곳 없는 유통구조 때문에 수집노력 없이도 자기발로 찾아와 주는 농업인들에게 과도한 위탁 수수료 요율을 책정해 놓고 터무니없는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다. 
수익금의 대부분은 주주들에게 배당을 통해 나눠주는 소위 돈 잔치를 벌이면서도 정작 출하농업인들을 위해 사용되어지는 돈은 극히 일부이며 수수료가 너무 높으니 인하해 달라고 해도 묵묵부답 그 자체이다. 모름지기 공영도매시장에서 수탁 독점권을 갖고 돈을 벌었으면 공익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락시장 조감도
가락시장 조감도

농안법 개정으로 도매시장법인의 수급조절 기능 필요
매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의 반복, 생산 원가는커녕 물류비용조차 건질 수 없는 가격으로 낙찰되는 농산물이 하루에도 비일비재 하다. 이러한 판매행위는 출하농업인을 두 번 죽이는 일로써 수탁금지 조항을 개정해서라도 반입물량을 조절해 줘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원가 이하의 판매가 며칠간 일정비율 이상으로 나올 경우에는 감귤처럼 유통명령을 발동하여 등급을 규제하고 저급품은 산지 단계에서 출하가 되지 않도록 하되 출하예약제를 병행하여 적정 물량만 도매시장에 반입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비용 이하의 결과가 초래된다면 개설자와 도매시장법인은 ‘손실보전기금’을 활용해 물류비용의 차액 정도는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도매시장법인이 소농구조의 출하농업인들에게 수탁판매의 장으로써 일정부분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농산물의 높은 가격변동성, 수급불안 가중, 다단계 유통구조 및 시·공간적 유통비용 증가, 중도매인의 분산 능력 저하 등의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더 이상 출하농업인과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출하농업인 입장에서는 도매시장이 더 이상 가격적인 측면에서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코로나 19 이후 더욱 강하게 불고 있는 온라인 중심의 유통변화에 맞춰 도매시장법인이 보다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예약된 물량을 팔아 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선진국처럼 경매보다 정가수의거래 중심으로 거래를 정착시켜 나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출하예약제가 성숙해져 적정 가격을 유지시키고 주산지와 협의해 생산량을 조절해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 자부한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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