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순환농법으로 재배한 사과로 농촌 미래를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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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순환농법으로 재배한 사과로 농촌 미래를 밝히다
  • 김수은 차장
  • 승인 2021.05.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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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농업회사법인 (주)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농업회사법인 (주)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사과 산지 청송에서 20명의 청년들과 함께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석모 대표. 이곳에서 1만8181㎡(5500평) 규모의 농장을 비롯해 농업회사법인㈜청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대표는 자연순환농법으로 재배한 사과로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에 대한 인식 개선과 청년마을 조성을 통해 농촌문화 형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석모 대표를 만나 비전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이석모 대표가 사과를 수확하는 장면.
이석모 대표가 사과를 수확하는 장면.

 

울창한 산림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청송은 사과 재배의 최적지이다. 일교차가 높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와 산미가 뛰어나며 빛깔이 고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왕산과 노루용추계곡, 달기폭포 등 산과 계곡이 조화를 이룬 청송읍 월외리에 자리잡은 이석모 대표의 농장에서는 적과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연간 54t(회원 농가 포함한 재배면적은 약 19만8347㎡, 전체 생산량은 약 900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는 이 대표는 ‘농민이 힘들게 재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다.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열정 
어릴 적부터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도왔던 이석모 대표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후 청년 농부가 되었다. 다른 이들처럼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주어진 일보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싶었던 이 대표는 사과 농장을 기반으로 온라인 유통을 시작했다. 대학시절 ‘페루의 산삼’이라고 불리는 마카를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재배·가공하는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을 토대로 지난 2017년 농업회사법인(주)청년연구소를 창업했다. 

이석모 대표가 운영하는 청년연구소의 사과농장 전경.
이석모 대표가 운영하는 청년연구소의 사과농장 전경.

“부모님께서 재배하신 사과의 대부분을 공판장에서 경매를 하고 나머지는 직거래를 하셨어요. 아버지의 요청으로 사과를 온라인으로 판매해보니 공판장에서 5000만원에 거래되는 사과를 두 달 만에 완판해 1억2000만원의 수익을 거뒀어요. 이 경험을 통해 직거래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깨달았고, 온라인 유통을 해야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다른 농가의 사과를 수매해서 온라인으로 판매해 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단순한 유통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가들과 상생해 청송 농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그것이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직하게 고품질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들과 청년들이 협력해 성장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전문 농업인으로 발돋움해나갔다. 

이석모 대표가 잎을 다듬고 있다.
이석모 대표가 잎을 다듬고 있다.

초생재배법으로 건강한 사과 재배 
지금은 이 대표가 운영하는 청년연구소에 20여 회원 농가가 소속되어 있지만 이 같은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청송군의 친환경 사과를 수매해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 힘든 점은 원물을 선금 없이 수급하는 것이었어요. 창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회사에 농가들이 정성껏 재배한 사과를 선금도 없이 공급하기는 쉽지 않죠. 온라인 판매와 동시에 정산이 이뤄지고, 매달 일정 금액을 농가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구축되니, 더 많은 농가와 함께 성장하며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어요.”
현재 이 대표가 운영하는 청년연구소는 회원 농가들이 재배한 사과를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제는 농가들이 고품질 사과를 들고 먼저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다양한 소통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쇼핑라이브를 통해 직접 농산물의 저장과 선별, 포장 과정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하며 친환경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 대표가 청년 직원들과 함께 직접 운영하는 사과 농장에서는 친환경적인 초생재배법(자연순환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초생재배는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재배방식을 따르기 위해 풀을 기르고 베어 다시 퇴비로 돌리는 농법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풀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사과나무 밑에서 자라는 풀은 성장에 좋지 않기 때문에 이 대표는 농가에서 좀 더 수월하게 초생재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3년 전 돈나물을 나무 밑에 식재해 다른 풀들의 생장을 억제하고 나무의 해충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초생재배는 많은 진딧물과 해충의 놀이터를 제공하면서 사과나무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요. 초생재배를 통해 화학비료의 시비량을 권장량의 1/3 이하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청년연구소는 GAP인증을 넘어 2019년에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을 획득했다. 사과를 수확한 이후 이 대표는 토양검정을 통해 pH, 영양소 등의 상태를 확인한다. 직접 재배한 우분으로 토양의 지력을 유지하고 영양공급이 시급한 시기에는 퇴비차를 만들어 엽면시비한다. 이 대표는 2022년부터 무농약 사과 재배로 전환하기 위해 2명의 연구직원과 함께 ‘친환경 사과 재배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친환경 인증받은 여러 가지 약제의 효능을 비교하고 병해충 예방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실험 실습포도 마련해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회원 농가와 함께 2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청년연구소는 6차 산업과 청년마을 조성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성장해나갈 계획이다. 

이석모 대표가 토양의 수분과 pH산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석모 대표가 토양의 수분과 pH산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석모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사과를 포장하고 있다.
이석모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사과를 포장하고 있다.

청년이 이끄는 농촌문화 조성에 기여하다 
“농업은 생명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에 앞으로 더욱 전문화되고 확대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농업은 많은 시간을 투여해야 하고 고된 노동이 따르다보니 청년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있죠. 초고령화되는 농촌에 청년들이 유입된다면 농촌발전도 이루고 새로운 농촌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어 농촌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 대표는 청송군 최초로 청년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청년연구소에서 생산되는 사과로 만든 청송 꿀땡이 사과즙.
청년연구소에서 생산되는 사과로 만든 청송 꿀땡이 사과즙.
청년연구소에서 생산되는 청송 꿀땡이 사과로 만든 탄산음료 ‘블루피노’
청년연구소에서 생산되는 청송 꿀땡이 사과로 만든 탄산음료 ‘블루피노’

 

농업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생산 중심의 농사가 아닌 차별화된 브랜딩과 유통·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청년 농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농업은 사업 분기가 1년 주기로 길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기보다 최소 3년의 시간을 갖고 도전을 멈추지 말 것을 당부한다. 
“청년들에게 농업은 숨은 보석처럼 비전 있는 분야입니다. 농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먼저 농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후 선택하고, 기회가 된다면 농업 관련 사업에 도전하길 권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분야에서 성공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청년 농부가 꾸준히 증가해 농업선진국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는 이석모 대표. 그의 열정과 도전이 농촌발전의 원동력이 되길 기원한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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