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향기가 가득한 쉼터 치유농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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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향기가 가득한 쉼터 치유농장에 가다
  • 김민지
  • 승인 2021.05.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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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다과록 최주순·이성훈 대표

 

경기 남양주시 다과록 최주순·이성훈 대표
경기 남양주시 다과록 최주순·이성훈 대표

 

평안을 주는 단아한 향으로 채워진 다과록은 차나무와 포도 등 760여 종의 식물이 심겨있다. 서울·경기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차나무는 다과록만의 힐링 포인트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쉼터가 되어준다.

 

Q. 치유농업에 대한 대표님의 철학과 다과록이 지향하는 치유농업이란?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이 지닌 자원을 이용한 치유활동이라고 생각해요. 1회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재방문을 통해 식물을 심는 것부터 시작해서 키우고 수확하는 과정을 전부 겪고 느껴야 해요.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드는 치유활동을 지향하고 있어요. 다과록에서는 차를 마시며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하거나 자갈길이나 족욕 같은 신체적 활동도 할 수 있죠.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통해 몸을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많은 준비를 해놓고 진행하지만, 치유활동은 그런 준비보다는 오감을 이용해 직접 식물을 따보고 씻고 만들며 자연과 교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멍 때리기나 누워서 하는 명상하는 활동도 합니다. 누워서 명상하다 보면 주무시는 분들도 있어요.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것들 또한 힐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과록에서는 차를 마시며 정신적 치유를 느낄 수 있다
다과록에서는 차를 마시며 정신적 치유를 느낄 수 있다.

 

Q. 다른 농가에는 없는 다과록만의 특색은?


제 전공이 다도 예절이에요. ‘잘하는 걸 가지고 활용하자’라고 생각해서 차밭에 도전하게 됐어요. 보통 차밭은 하동이나 보성, 제주도에 가야 볼 수 있잖아요. 근데 남양주에서 제가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9년간 실패를 겪었지만 결국 성공했어요. 재배한 지 올해로 17년 차가 됐어요. 서울·경기에 계신 분들이 아래 지방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다과록에서 차밭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거죠.


서각 작가인 남편의 작업실에는 퇴직하신 분들이 취미로 서각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세요. 서각을 통해 집중력도 높이고 손을 움직여 뇌를 계속 사용하며 치유활동으로 이어지는 거죠. 올해는 가지고 있는 서각 작품을 농장 전체에 전시해 서각공원으로 조성할 생각이에요.

 

다과록만의 특색이 담긴 차밭.
다과록만의 특색이 담긴 차밭.

 

Q. 코로나19로 체험이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을 어떻게 극복 중인지?


작년 4월부터 키트를 제작해 학교에 보급하며 동영상을 보내주거나 줌으로 교육했어요. 작년 9월까지 거리두기를 하며 진행했던 체험을 올해 5월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예전처럼 한 학교에서 몇 반씩 오는 건 못하는 상황이에요. 받아도 거리두기 때문에 15명으로 인원 제한이 있어요. 학교는 현재 방문보다는 대부분 키트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제작한 키트는 녹차라떼, 녹차비누, 브랜딩 건강차 등 총 7종이에요. 홈페이지에 간단한 설명과 사진을 올려놓고 키트를 판매하고 있어요. 요즘은 홈페이지에서 클릭 한 번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저희는 농사도 지어야 하고 이런저런 일로 바빠 홈페이지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고 별도로 홈페이지만 관리할 사람도 없다 보니 전화로 주문을 받아요. 전화주문을 하시면 키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예산이 부족하다면 내용물에 변동을 주거나 개수를 줄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상의해서 맞춰드릴 수 있어요. 규격화가 되어 있다면 클릭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의 답뿐이지만 저희는 상호작용을 통해 답을 늘려가는 거죠.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앞으로 비대면이 생활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더 다양한 키트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에요.

 

최주순 대표가 모은 다양한 찻잔.
최주순 대표가 모은 다양한 찻잔.

 

Q. 치유농업 도전하는 농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이것저것 손대기보다는 제일 잘하는 걸 하나 선택해 마인드맵을 그리기를 추천해요. 다과록은 차와 서각으로 공통분모를 가지고 마인드맵을 그려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교육농장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치유농장은 교육보다는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곳입니다. 자신을 풀어놨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거죠.


무턱대고 도전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치유농업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해요. 치유라는 게 무엇인지 개념이 정립되어 있어야합니다. 남이 하는 걸 그저 따라 하기만 해서는 안 돼요. 치유와 체험이 뭐가 다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개념의 이해가 중요합니다. 조금의 차이지만 실제 효과를 보면 달라요.


제가 특수학급 아이들의 치유활동을 하며 느낀 게 있어요. 아이한테 무슨 차인지 알려줘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려요. 한 번에 무슨 차인지, 향과 맛은 어떤지 모든 걸 주입해서는 아이의 머리에 남는 게 없어요. 천천히 시간 차를 두며 알려주는 거죠. 그러면 적어도 이게 녹차라는 거 하나는 배워가잖아요. 치유활동도 그렇게 천천히 스며들어야 하는 거 같아요. 오늘은 이 체험을 할거야가 아니라 직접 식물을 보며 이용해보고 편안함을 느끼는 거죠.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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