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행복을 위한 더 많은 도시텃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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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행복을 위한 더 많은 도시텃밭이 필요하다
  • 김민지
  • 승인 2021.05.3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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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나가보면 행복한 표정의 도시농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작물이 열매를 맺고, 가족 및 이웃과 수확물을 나누는 일은 마냥 즐거운 일이다. 시민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도시에 더 많은 텃밭이 필요한 이유다.

 

텃밭을 일구는 도시농부는 행복하다


채가원 점장으로 더 많은 고객과 만나기 위해 혹은 텃밭 운영 농장주를 만나기 위해 주기적으로 텃밭을 방문한다. 


텃밭을 가꾸는 이유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는 도시농부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한결같다. 그들 모두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고, 텃밭에서 땀을 흘리는 도시농부를 보면 내 자신의 기분도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도시농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다. 자녀가 좋아하는 토마토를 심고, 부모가 좋아하는 채소도 심고, 가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꽃과 작물을 심는다. 아이 손을 잡고 모종을 심고 씨를 뿌리는 가정도 있고, 혼자서 열심히 가족의 먹거리를 돌보는 농부도 있다. 작물을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을 뿐, 그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작물을 돌보며 행복을 느낀다.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텃밭에서는 행복한 표정의 도시농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씨가 발아되는 것이 기쁘고, 토마토가 꽃을 피우고 고추가 열리는 등 너무나 당연한 상황들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오뚝이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함에도 그것을 보고 즐겁게 웃는 아이들처럼 텃밭의 도시농부는 그저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인다.

 

 

시민들에게 더 많은 텃밭 제공해야


텃밭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텃밭이 도시 곳곳에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채가원이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 경우 지난 5월 새롭게 조성한 텃밭의 경쟁률이 8.6:1에 달했다. 대학입시 경쟁률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도시텃밭을 하고 싶은 예비 도시농부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구 900여만의 서울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도시텃밭을 전혀 운영하지 않는 구청도 있다. 도심에서 텃밭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무 목적 없이 수년간 공터로 남아 있는 공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텃밭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음을 고려한다고 해도 도시농부 수와 비교하면 텃밭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텃밭을 조성하기도 어려운데 기존에 있던 텃밭도 공원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있어 안타깝다. 도시농업의 메카라고 불리는 A구의 경우에도 도시텃밭이 공원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도심에는 시민들을 위한 녹지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도시텃밭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공원을 산책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텃밭에서 가족과 함께 씨앗을 뿌리고, 함께 수확하여 함께 수확물을 나누는 도시농업의 가치도 소중하다.

 

 

채가원에 오시는 고객들은 욕심이 많다. 고구마도 키우고 싶고 오이, 참외, 상추, 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런 분들에게 농장이 어느 규모 정도인지 물으면 2~5평 수준임을 말하고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그들도 좁은 땅에 이것저것 키우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는 것을 안다. 만약 지자체에서 그들에게 10평 내외의 텃밭을 제공한다면 그들이 키우는 작물은 더 많아지고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배가될 것이다. 어느 날 채가원에 토마토 모종 1개를 사려고 개장 전부터 기다리는 도시농부 부부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1000원짜리 토마토 모종이 그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소품이 되고, 작은 텃밭은 행복을 가꾸는 또 다른 공간이 되는 것이다.


도시의 집값이 오를 때마다 자투리땅의 작은 텃밭은 아파트로, 도로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자본의 논리를 따르면 도심의 자투리땅에 아파트를 짓고 상가를 짓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에는 많은 자투리땅이 있으며 도시 외곽에는 녹지가 많이 있다. 활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시민들에게 더 많은 텃밭을 제공할 수도 있다. 도심에서 그런 땅을 찾을 수 없다면 서울과 맞닿은 양평군, 광주시 등에는 텃밭 후보지가 그야말로 널려 있다. 가족과 함께 땀 흘리고 작물을 재배하고 싶은 도시민에게 텃밭을 제공할 수 있다면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텃밭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신 양손에 상추와 토마토를 가득 안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본다. 도시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텃밭이 필요하다.

 


 

글 = 김성민 점장(아시아종묘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

정리 =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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