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의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한 토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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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의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한 토양 관리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1.07.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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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연일 더위가 지속되면 지온도 급격하게 상승해 흙 속의 수분이 부족해진다. 한여름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는 것처럼 삼복더위가 이어지면, 뿌리도 물과 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 호에서는 뜨거운 여름, 농작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토양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식물이 양분을 흡수하는 방법


한여름 도시는 건물과 아스팔트의 열기로 한밤중에도 한증막 같은 열기가 지속된다. 이에 비해 시골은 밤이 되면 한낮의 열기가 가라앉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삼복더위가 이어지는 여름, 땅 속 뿌리는 어떻게 지낼까? 블루베리의 경우, 지온이 7~20℃ 범위에서 가장 잘 자란다. 이보다 높거나 낮으면 자람이 크게 떨어진다. 기온이 30℃를 넘어서면 잎은 기공을 모두 열고 물을 최대로 증산한다. 기온이 갑자기 오를 경우 뿌리는 수분이 부족해져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흙 속의 물까지 부족해지면 아예 기공을 닫아버린다. 가정에서 지나치게 전기를 많이 쓰면 차단기가 내려가는 것처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해 흙 속의 물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흡수량이 떨어지게 된다. 
지상의 기온이 36℃가 되면 10㎝ 깊이의 흙 온도는 32℃가 된다.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4시 사이의 지온은 약 37℃까지 올라간다. 대부분의 뿌리는 25℃ 전후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하지만, 기온과 지온이 올라가면 양분 흡수가 떨어진다. 


뿌리가 양분을 흡수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는 ‘뿌리 가로채기’로 뿌리가 흙 알갱이에 붙어 있는 양분을 직접 빨아먹는 방법이다. 둘째는 ‘집단 유동’ 방식으로 고래가 물을 빨아들여 새우를 걸러먹는 것처럼 빨아들인 물에 녹아 있는 양분을 먹는 것이다. 셋째는 ‘확산’의 방식이다. 뿌리가 양분을 빨아먹으면 뿌리 근처는 자연 양분의 농도가 낮아지고, 먼 곳일수록 양분의 농도는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먼 곳의 양분이 뿌리 쪽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어 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이 방법들 중 양분 흡수 양을 살펴보면, 집단 유동(66%) > 확산(25%) > 뿌리 가로채기(9%)의 순서로, 집단 유동 방식이 절대적으로 높다. 즉 식물은 밥을 물에 말아서 먹는 방법으로 양분을 흡수한다. 따라서 기온과 지온이 높으면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는 양이 떨어지고 양분의 흡수량도 떨어진다. 때문에 가능한 한 지온을 낮춰주어야 한다. 지온을 낮춰 뿌리의 양분 흡수를 돕기 위해서는 녹비재배나 유기물 피복을 하는 것이 좋다. 흙에 수분이 높을수록 지온이 덜 올라가기 때문에 관수를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는 ‘땅 구멍’


곡식은 껍질이 먼저 생기고 나중에 그 껍질 안에 차곡차곡 양분을 채워간다. 예컨대, 이제 막 껍질뿐인 작은 방울 크기의 열매를 맺은 수박은 껍질 안에서 과육이 채워지면서 점점 달덩이처럼 몸집을 키운다. 이처럼 껍질은 열매를 보호하고 자라게 하는 인큐베이터 같은 역할을 한다. 중요한 영양 성분이 껍질에 더 많이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껍질이 없으면 곡식이나 과일이 존재할 수 없고 자라나지 못한다. 


과일의 껍질이 중요하듯 ‘땅 껍질’도 매우 중요하다. ‘토양의 피각’, ‘표토’인 땅 껍질은 껍질이 사과를 보호하는 것처럼 흙을 보호한다. 땅 껍질이 벗겨지면 ‘땅 구멍’이 막혀서 농사가 잘 안 된다. 사람의 피부에 땀구멍이 있는 것처럼 땅에도 무수히 많은 땅 구멍이 있다.  


땅 껍질은 자연과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파괴된다. 일차적으로는 땅을 갈아엎고 파내면서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땅 껍질이 부서진다. 식물은 이러한 땅 껍질을 지나 땅 속으로 뿌리 내리며 흙 알갱이에 붙어 있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양분을 수탈한다. 이 과정을 통해 흙 알갱이들은 쉽게 흩어져 홑알이 되고 만다. 


거세게 쏟아지는 빗방울은 땅에 떨어지면서 흙 알갱이를 깨뜨린다. 빗물은 흙 알갱이를 붙여주고 있는 염도를 희석해서 알갱이 사이를 벌려놓는다. 이렇게 물리적, 화학적으로 분산된 알갱이들은 땅껍질의 구멍에 들어가 땅 구멍을 모두 막아 놓는다. 껍질층이 막히면 물이 스며들지 못하고 숨을 쉴 수도 없다. 수분이 증발해 흙이 마르면 땅 껍질은 더욱 더 단단해진다.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빗물은 땅 껍질을 타고 흐르면서 침식을 일으키고, 땅 속도 말라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최악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지온을 낮추고 뿌리의 양분 흡수를 돕기 위해서는 녹비를 심는 것이 좋다. 

흙 속에는 많은 생물과 미생물이 숨을 쉬면서 살고 있다. 그것들은 산소를 마신 만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땅 구멍이 막혀 가스 교환이 안 되면 뿌리가 질식한다. 흙도 반드시 숨을 쉬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땅 껍질은 농사를 짓기 좋은 터전이 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땅껍질을 만들 수 있을까? 땅을 자주 갈거나, 흙이 너무 마른 상태 혹은 물기가 많은 상태에서 갈면 흙 조직이 깨져버린다. 땅 껍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의 직격탄을 피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땅 위에 무언가를 덮거나 심어 기르면 된다. 유기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물을 심어 가꾸지 않을 때는 녹비를 심는다. 녹비를 심으면 그 뿌리가 땅 구멍이자 통기가 되고 지하까지 연결된 수분 공급 파이프가 되어준다.


 비닐이나 짚, 왕겨 같은 것으로 덮어주는 것도 좋다. 산성의 땅에서는 석회를, 알칼리성 땅에서는 석고(황산석회)를 뿌려준다. 이것들은 모두 알갱이들을 붙이는 본드 역할을 해서 구멍이 숭숭 뚫려 식물이 잘 자라는 땅 껍질을 만들어준다. 

통기성이 좋은 땅은 농사를 짓기 좋은 터전이 된다.
통기성이 좋은 땅은 농사를 짓기 좋은 터전이 된다.


고수는 바람으로 농사 짓는다 


농사의 고수는 바람으로 농사를 짓는다. 비료도 아니고, 물도 아니고, 바람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말은 흙이 만들어지고, 농사 짓는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흙은 바위가 풍화되어 만들어진다. 커다란 바위가 자갈이 되고, 자갈이 흙이 된다. 그 과정에서 흙 알갱이 사이사이에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은 물과 공기의 집이 된다. 


하지만 농사를 짓다 보면 흙이 다져져서 공간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흙 속의 공간이 줄어드는데 물을 자주 주게 되면 공기가 많이 부족해진다. 흙 알갱이 사이사이에는 식물의 뿌리와 흙 속의 미생물이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여러 종류의 가스가 들어 있다. 흙 속의 공간이 넉넉하면 공간과 공간이 이어져 통로가 만들어진다. 그 통로로 가스가 올라와 공중으로 날아가고 그만큼의 공기가 들어가서 가스 교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흙이 촘촘하게 다져지면 가스 교환이 막히고 뿌리는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흙 알갱이 틈을 비집고 뻗을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땅에서는 농사를 잘 지을 수 없다. 몇 해 전, 농진청에서 통기 효과를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지름 5㎝의 둥근 나무 막대로 밭에 심은 작물 사방에 깊이 15㎝의 구멍을 뚫어 주었더니 시설 상추는 14%, 노지 봄배추는 16%, 노지 봄 무는 7% 증수되는 효과를 거뒀다. 이게 바로 바람(통기)의 효과다.


어떻게 하면 바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경운을 해주는 것도 여러 방법 중 하나지만, 경운으로 만들어진 땅 속의 공간은 비가 오거나 물이 닿으면 주저앉아서 쉽게 다져진다. 낙엽이 쌓인 산에 올라가 흙을 보면 엉성하다. 낙엽이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다. 


유기물은 흙 속에 공간을 만들어준다. 녹비를 재배하면 뿌리가 공간을 만들어 공기가 교환되는 통로가 된다. 유기물과 녹비가 만든 공간은 질도 좋고 잘 꺼지지도 않아 농사를 짓기 좋은 최고의 땅이 된다. 

흙 속의 공간이 넉넉하면 식물의 뿌리가 숨을 쉴 수 있고 수분·양분 흡수를 돕는다.

 

물과 양분의 흡수를 막는 비료 가스 


죽은 비료는 가스를 분출해 식물의 잎과 뿌리를 공격한다. 흔히 이 현상을 ‘비료가 방귀를 뀐다’고 말한다. 비료 방귀는 바로 ‘비료가스’를 일컫는데, 화학비료를 시비하고 비닐로 피복하고 난 후 농가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비료 방귀는 바로 공중으로 날아가 큰 문제는 없지만 식물의 물과 양분의 흡수를 막아 생장을 방해한다. 비료 가스 피해는 노지보다 시설 하우스에서 자주 일어난다. 비료 가스 피해를 염류장해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데, 농작물의 잎이 누렇게 뜨거나 시들면 비료 가스에 의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질소, 인산, 칼리 중에 어떤 비료가 가스를 분출할까? 질소 비료가 가스를 분출하는 원인이다. 다른 두 가지 비료는 원래 광석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스가 없지만, 질소 비료는 원래 공기 중의 질소를 붙잡아 만들었기에 가스를 분출한다. 화학비료만 가스를 분출하는 게 아니라, 유기질 비료도 질소 성분이 들어 있어 방귀를 뀐다. 


비료 가스 피해를 입은 오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심하면 시들어 죽기도 한다. 가지의 경우에는 잎이 누렇게 뜬다. 딸기 역시 시들음증을 보인다. 비료 가스는 잎과 뿌리를 공격해 농작물의 물과 양분 흡수를 막는다. 비료 가스 피해를 입은 작물은  마치 질소부족증에 걸린 것처럼 생기를 잃는다. 


비료 가스 피해가 있는 밭의 산도(pH)를 재보면 높은 곳은 7.5 이상의 수치를 보인다. 낮은 곳은 5.5 이하로 알칼리성이거나 강산성이다. 질소 성분이 알칼리성에서는 암모니아가스(NH3)가 되고 산성에서는 아질산가스(NO2)가 되어 사라진다. 때문에 시설원예를 하는 농업인은 반드시 산도측정기로 산도를 측정하고 토양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작물이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도를 6.0~7.0에 맞춰 주는 것이 좋다. 

농작물이 잘 자라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시로 토양 상태를 점검하고 산도를     6.0~7.0에 맞춰 주는 것이 좋다. 

알칼리성에는 산성인 질산칼륨(KNO3)이나 질산을, 산성에는 석회포화액을 만들어 관주하면 된다. 이런 과정은 복잡하고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료가스 피해가 발생했거나 예방하고자 하는 농가에서는 농업기술센터의 전문가 지도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통기성 좋은 기름진 땅을 만드는 방법 


“농업기술센터에서 설명하는데, 노지에서는 퇴비에 석회를 같이 주어도 되지만 하우스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왜 그렇지요?”


참 좋은 질문이다. 퇴비와 석회를 같이 주면 인분에 재를 뿌리는 것과 같다. 퇴비에 들어 있는 질소 성분을 알칼리성인 석회가 암모니아 가스를 만들어 삽시간에 휘산시킨다. 때문에 하우스에서는 암모니아 가스 피해를 받게 되지만 노지에서는 공중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결정적인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질소 성분을 잃는 것은 하우스 안에서나 노지에서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석회를 뿌려 흙이 중화되었는지 확인하고 보름 후에 화학비료나 유기질 비료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석회는 땅속까지 중화효과가 미친다. 또한 표토를 떼알 조직으로 만들어 통기성을 좋게 해주고 침식을 억제해준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정리=김수은 기자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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