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치유농장에서 마음껏 뛰어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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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치유농장에서 마음껏 뛰어놀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1.09.02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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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로렌츠 감성 치유 시골농장 김희정 대표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오는 로렌츠 감성 치유 시골농장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농작물이 싹을 틔우고 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김희정 대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농장을 조성하며 계절별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희정 대표는 농장과 논 전체를 이용해 9월에 팜 파티를 개최할 예정이다.

Q.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치유농장을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오산에서 유치원을 운영했는데 인성교육이 막 뜨는 시기가 있었어요. 인성교육과 관련된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과연 인성교육이라는 게 학원에서 가르친다고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봤어요. 그때는 아직 우리나라 대부분이 농촌이라 자유롭게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자연물과 어울릴 수 있었죠.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흙을 만져보게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농장조성을 시작했고 제가 운영하는 유치원 아이들을 매달 한 번씩 버스를 이용해 농장에 데리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운영하니 마음대로 계획을 짤 수 있어 좋았죠.

물건을 준비해 놓고 진행하는 체험과 달리 치유 프로그램은 처음과 끝을 전부 경험해야 한다.

 

Q. 처음 치유농장에 방문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무것도 없는 땅을 아이들과 같이 일궜어요. 모심기 철에는 물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수영복도 아니고 집에서 버리는 큰 옷들을 입혀서 논에 들여보냈습니다. 첫해는 아이들이 되게 싫어했어요. 미끌미끌한 진흙에서 노는 게 어색해서 그런지 옷에 묻는 것도 지저분해졌다고 싫어하더라고요. 그래도 매달 꾸준히 농장에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1년이 지나니깐 아이들이 적응했는지 거부감이 없어졌어요. 흙을 보면 옷을 버리든 안 버리든 털썩털썩 주저앉고 묻히고 막 이렇게 노는 거예요. 어머님들이 너무 만족해하시더라고요. 농장에서 마음껏 놀고 온 날은 아이들의 기분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 말씀해주세요. 이게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자 했던 ‘교육’이자 ‘치유’ 아닐까요?

처음 흙을 접한 아이들은 거부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자 거부감을 잊고 흙에서 뛰어논다.

이 시기 아이들이 학습지 같은 걸 많이 할 때잖아요. 농장에 방문해 벌레를 관찰하며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사는지 또, 땅속에 있는 고구마는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거죠.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학습하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치유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Q. 치유농업이 각광 받는 중인데 농장을 운영하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처음 농장을 가꿀 때부터 네덜란드의 치유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치유농업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의를 했어요. 아쉽게도 지역주민 대상이라 해당이 안 됐습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진청에 문의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셨지만, 그때는 아직 농진청에서 치유농업과 관련된 수업이 개설되기 전이라 교육은 받지 못했습니다.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가 직접 수확하며 농작물을 만져보기 때문에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근데 이번에 치유농업사 2급 시험이 올해 11월로 예정되며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들이 지난 7월에 정해졌잖아요. 소식을 접하자마자 치유농업사 교육 지정기관 중 한 곳인 단국대에 지원했습니다만, 이미 10년간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019년도에는 평택시에서 운영한 치유농장 시범사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졌습니다.

많은 아쉬움이 남아요. 정착된 네덜란드의 치유농업과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매우 다릅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마을 전체가 움직이며 정부에서 나서서 지원하는 반면에 아직 우리나라는 농장에 모든 걸 맡기고 있어요. 농장 스스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농장을 조성하며 홍보까지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치유농업은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인 상태인 거죠.

유아교육을 전공한 김희정 대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농장을 조성하며 계절별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Q.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적정 인원수는 어느 정도인가요?

적정 인원은 50명 정도인 거 같아요. 저희가 최대 80명까지 받았었는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유치원 경력이 있는 선생님 3명이 함께 수업을 진행해 케어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정말 제대로 소통하고자 한다면 50명이 적절한 거 같아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전부 취소인 상태입니다.

저희 로렌츠는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단체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농장 블로그를 보시고 방문하면 치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지 문의 주시는 분들이 많아 지금은 일반인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날짜를 지정해서 개방하고 있어요. 계절별로 나오는 농작물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농장 구석구석 다양한 품목을 조금씩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사계절 언제나 체험 가능합니다.

수경재배 키트가 있어 이를 이용해 수업도 진행하며 구매하면 집에서도 손쉽게 엽채류를 재배할 수 있다.

 

Q. 평택에서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계신 데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점이 있을까요?

저희가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린 일반인 체험을 진행한다면 아무래도 평택이 중간쯤에 위치해 방문이 수월합니다. 고속도로가 잘 되어 있어 차를 이용한다면 더욱 편리해요.

가까운 동탄, 천안부터 서울이나 용인, 대전에서도 많이 오세요. 아무래도 교통이 좋다는 게 평택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이점인 거 같습니다.

 

Q.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냥 체험에서 끝나지 않고 치유 프로그램이 되려면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통 체험농장은 물건을 이미 준비해놓은 상태에서 시작해요. 하지만 직접 향기를 맡고 눈으로 보며 만져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첫 과정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죠.

그리고 대상자에게 맞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해요. 우연히 체험농장에 관한 인터뷰를 읽었는데 체험하신 분이 체험이 아니라 노동을 했다고 느끼시더라고요. 돈을 지불하고 지정된 시간만큼 열매를 따서 가져가는 걸 노동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계절별로 나오는 농작물을 이용해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치유농장이란 무엇인가요?

아직 우리나라에 치유농장이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잡힌 상태가 아니라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저 또한 아직 치유농장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통 교육농장과 치유농장을 따로 구분하는데 그것보다는 치유 안에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고심하며 더 나은 치유농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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