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높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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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인식 높아져야”
  • 서형우
  • 승인 2021.10.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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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봉도월포도원 박용하 대표

박용하 대표는 대한민국 최고 기술명인 중 하나다. 포도 부문에서는 유일하다. 한국 농수산 대학교에서는 현장 교수를 겸임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에는 3만3057㎡(1만평) 규모로 샤인머스캣, 거봉, 스텔라 등 포도농사를 짓는다. 한때는 모두 유기농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박 대표는 포도밭 중 일부를 관행농법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30년간 유기농을 이어왔고, 일선에서는 학생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에 힘쓰고 있는 박 대표를 만나 국내 친환경 농업의 현실과 유기농 재배 노하우를 들었다.

충남 천안시 한국포도영농조합법인 박용하 대표

지속가능한 먹거리와 사회적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8년 기준 1조2868억원에 비해 67%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내 친환경 식품 산업이 외연적인 성장만을 이루었을 뿐 그 이면에는 여러 문제들이 잔존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01년부터 20013년까지 친환경 농업은 연평균 39%의 성장을 이루었으나 친환경 농산물 재배면적은 2009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기존에 친환경 농산물 인증은 유기농, 무기농, 저농약으로 나뉘었으나, 2015년 저농약 인증제도 폐지 이후 대부분의 농가가 무농약이나 유기농 인증 대신 GAP인증이나 관행농법으로 돌아선 탓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저농약 인증 농가 중 유기농이나 무농약 인증으로 전환한 농가는 8%에 불과했다. 

3만3057㎡(1만평) 중 1만3223㎡(4000평)은 샤인머스캣, 1만9834㎡(6000평)은 거봉, 스텔라를 기른다.

 

소비자 교육 선행돼야

박 대표 역시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지만, 정작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이해는 적다는 뜻이다. 

원래 샤인머스캣 전부를 유기농으로 재배했으나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그 중 절반을 관행 농법으로 전환했다.

박 대표는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샤인머스캣이라고 말한다. 샤인머스캣은 흔히 ‘씨가 없는’ 포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샤인머스캣에 씨가 없는 것은 모두 지베렐린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최근의 사례를 들려줬다. 

박 대표는 작년 모 학교 급식에 상당량의 샤인머스캣을 납품했다. 그러나 영양사는 샤인머스캣에 ‘씨가 있다’는 이유로 박 대표에게 반품을 요청했다. 박 대표는 해당 영양사에게 유기농 샤인머스캣은 지베렐린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씨가 있는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양사는 본인이 시킨 것은 씨가 없는 샤인머스캣이었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샤인머스캣은 그렇게 그의 품으로 돌아왔고, 결국 전량 폐기됐다.

박용하 대표는 샤인머스캣 일부를 제외하고 전부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친환경 농산물의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도 농가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정작 중요한 소비자 교육은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교육이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입니다. 농민들은 소비자들에 비해 친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그러니 교육이 필요한 대상은 농민이 아닌 소비자죠.” 

일반적으로 공산품의 경우 판매자가 상품가격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농업분야에는 수요자의 결정에 따라 상품가격이 달라지는 구매독점이 발생한다. 농산물의 경우 대부분 부패하기 쉬우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해도 생산시기를 늦추거나 당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환경 농업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교육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유기농의 경우 관행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20~30% 정도 떨어지지만 가격은  10% 정도 비싸게팔린다. 

 

친환경 농가에 대한 많은 지원 필요

박 대표는 현행 유기농 사업의 경우, 인증 제도와 친환경 농자재 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기농 자재를 씁니다. 이는 잔류 농약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 유기농과는 분명 다릅니다. 그러나 완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나 유기농 자재로 농사를 지으나 시장에서는 동일하게 유기농 이름을 달고 판매돼요. 가격도 같죠. 그러니 농가 입장에서는 더 많은 노력을 들여가며 완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유기농 인증의 경우 PLS 규정만 맞춰서 시장에 출하될 때가 많다. 
그런데 박용하 대표의 포도는 잔류 농약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 유기농이다.

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유기농의 경우 관행 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20~30% 정도 떨어지지만 가격은 10% 정도 비싸게 팔린다. 심지어 유기농은 무농약에 비해 품이 더 많이 들어감에도 이 둘의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완전 유기농은 일반적인 유기농에 비해 더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에 출하되는 가격이 더 비싸다거나 이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더라도 PLS 잔류농약 규정만 맞춰서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PLS 제도, 즉 농약허용물질관리제도는 말 그대로 잔류허용기준 내에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PLS 규정만 맞추면 농약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뜻이죠. 물론 이 규정 내의 농약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국내 농산물이 400여 가지인 점을 고려하면, 수백 가지의 잔류 농약을 조금씩 먹게 되는 현 상황이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박용하 대표는 대한민국 최고 기술명인 중 하나다. 포도 부문에서는 유일하다.

 

생태적 특성 파악한 설비로
완전 유기농 재배 

박 대표는 관수 시설과 지중냉온풍장치를 활용해 잔류 농약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다. 그는 벌레와 식물의 특성을 잘 파악하면 유기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먼저 그의 농가에는 관수설비가 하우스 천장에 부착돼 있다. 부착된 설비는 마치 비가 오듯이 포도에 물을 뿌려준다. 박 대표는 “모든 벌레는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러한 설비를 적극 활용하면 친환경 약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벌레를 쫓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중냉온풍장치를 활용하면 여름에는 고온장해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동해 피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지중냉온풍장치는 박 대표가 개발한 친환경 온도 조절 장치다. 지중냉온풍장치는 지난2011년 특허출원됐지만, 박 대표는 많은 농가들이 이 장치를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권을 취하했다. 그는 지중냉온풍장치를 활용하면 여름에는 고온장해를 막아주고, 겨울에는 동해 피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중냉온풍장치는 작물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여름에는 냉방을, 겨울에는 난방을 해주고, 작물 주변에는 벌레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막아줍니다. 이뿐만 아니라 작물이 자가 수정하는 데도 도움을 주죠. 화석 연료가 아닌 전기로 운행이 되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기까지 합니다. 전기상으로도 효율이 좋아 한달 내내 가동을 시켜도 전기료가 10만원도 안 나와요.”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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