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전환 빠른 오이로 농가 안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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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전환 빠른 오이로 농가 안정성 확보
  • 서형우
  • 승인 2021.10.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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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 김준한 대표

김준한 대표는 올해 6년차에 접어드는 청년 귀농인이다. 안성에 오랫동안 오이 농사를 지어온 지인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귀농을 했다. 김 대표는 지인의 하우스를 그대로 물려받다 보니 자연스레 오이를 재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총 6611㎡(2000평) 규모로 두 동의 하우스를 운영한다. 하나는 2644㎡(800평), 다른 하나는 3966㎡(1200평) 규모다. 그는 젊은 농업인답게 새로운 소득원을 찾거나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는 등 여러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경기 안성시 김준한 대표

칼로리 낮고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인 오이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채소 중 하나다. 특히 안성은 오이를 많이 재배하기로 유명하다. 오이의 주산지는 경상북도 상주나 전라남도 고흥 정도지만, 안성이나 평택 부근은 소비가 많은 수도권과 가까이 있어 오이 재배가 활발하다. 그는 오이의 경우 기르는 시간이 타 작물에 비해 짧아 소득 전환이 빨리 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소비가 많은 대도시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작물로 회전율이 빠른 오이가 적합한 셈이다. 

김준한 대표는 2644㎡(8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 있는 오이는 봄, 가을 작기로 재배를 하지만, 3966㎡(1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오이는 겨울 작기를 한다.

 

기본은 땅에서 오는 것

김 대표는 오이를 재배하는 데 있어 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이를 재배하는 시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겨울 작기, 다른 하나는 봄, 가을 작기다. 김 대표는 2644㎡(8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 있는 오이는 봄, 가을 작기로 재배를 하지만, 3966㎡(1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오이는 겨울 작기를 한다. 전자의 경우 비닐하우스가 한 겹이었기 때문에 하우스 내부에 난방이 잘 안됐지만, 후자의 경우 비닐하우스가 삼중으로 이루어져 있어 겨울에도 오이가 무난하게 자랐기 때문이다.

봄, 가을작기로 오이를 지배할 때는 윗부분을 집게로 고정하며 기른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봄, 가을 작기를 하는 하우스의 경우에는 땅 관리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겨울에는 농사를 짓지 않아 관리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재작년부터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말한다.  

“농사를 여러 번 짓다 보면 땅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돼요. 얼마나 토양을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농사의 성패가 달라집니다. 봄, 가을 작기를 하는 비닐하우스에는 자연스레 유기물을 덜 주게 됐고, 그러다 보니 동일하게 농사를 지어도 겨울 작기를 하는 비닐하우스에 비해 오이 생육이 더디게 됐어요.”

초탄은 동물의 퇴적으로 만들어진 토양 유기물이다. 초탄을 작물 위에 뿌려주고 물을 부으면 초탄이 땅 속으로 스며든다.

김 대표는 지력을 증진하기 위해 토양에 여러 유기물을 넣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탄이다. 초탄은 동물의 퇴적으로 만들어진 토양 유기물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초탄을 작물 위에 뿌려주고 물을 부으면 초탄이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렇게 스며든 땅을 다시 갈아 작물에 양분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한다. 

 

열소독·작목전환으로 선충 방제 가능

오이의 경우 회전율이 빨라 타 작물에 비해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할 수 있지만, 관리하기에는 오히려 까다롭다. 김 대표는 특히 충 피해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이는 병충해, 그중 충 피해가 많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잘 관리해 줘야 합니다. 충에는 진딧물이나 나방, 유충 등이 있습니다. 진딧물 같은 경우 바이러스와도 연동되기 때문에 미리 방제하는 것이 좋아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약도 없어서 한해 농사를 접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오이를 관리하고 있는 김준한 대표.

오이 뿌리에 기생하는 벌레도 있다. 바로 선충이다. 선충은 오이 뿌리에 기생하며 양분을 흡수한다. 선충피해를 입은 오이는 뿌리에 혹이 생겨 금방 시들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평소의 20~30% 수준밖에 생산이 안 된다. 김 대표는 한 작물로 농사를 오래 짓다 보면 1평방미터당 기생하는 선충 밀도는 커진다고 말한다.  

선충을 방제하기 위해 약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완전한 방법이 아니다. 약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선충에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약을 많이 쳐도 방제가 잘 안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선충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첫째는 친환경 방제, 둘째는 작목 전환을 들었다. 그는 이 두 가지 방식을 향후 모두 시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뜨거운 여름에 밀기울이나 생석회를 넣고 비닐로 덮으면 토양 온도가 70℃까지 올라갑니다. 그렇게 되면 약재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선충을 방제할 수 있죠. 한편, 선충은 오이 뿌리에는 기생을 하지만 토마토 뿌리에는 기생을 하지 않습니다. 오이를 2~3년 정도 재배를 하다가 토마토 1년 재배를 하면, 중간에 작목을 전환했기 때문에 선충 밀도가 확연히 떨어집니다.”

총 6611㎡(2000평) 규모로 두 동의 하우스가 운영한다.
하나는 2644㎡(800평), 다른 하나는 3966㎡(1200평)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해 농가사정 어려워

김 대표는 농업으로 소득을 안정적으로 얻기란 대단히 힘들다고 말한다. 오이는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 타 작물에 비해 그나마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도 가격 등락 폭이 크거나 병충해 피해를 받을 경우 소득이 불안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급식이 축소되고 외식업이 줄어들어 그 피해는 더욱 커졌다. 

“오이는 주로 학교나 식당들에 대량으로 납품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학생들의 등하교가 중단됐고, 식당을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의 경기가 위축돼 소비처가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특별한 지원은 없어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김 대표의 농원에서 생산되는 오이는 전량 경매 시장으로 납품된다. 그러나 그는 경매로 납품할 경우 실제로 받는 금액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액의 편차가 커 허탈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경우에 따라  시장 가격으로 700원이 넘는 오이를 300원만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소량으로 판매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지만, 중간 유통 과정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반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품이 될 경우에도 피해는 오로지 농민 몫이다. 

“농업이라는 게 사실 소득이 안정적인 직종은 아니죠. 외부 환경에 따라 얻는 소득이 천차만별이에요. 병충해 피해를 받을 때는 정부 차원에서 보험의 형식으로 어느 정도 지원은 해주지만,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에는 이렇다 할 지원이 없어 아쉽습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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