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재배 현장에서 일어나는 ‘시들음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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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재배 현장에서 일어나는 ‘시들음병’ 이야기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2.01.0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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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음병 증상(짝귀, 1개가 작은 잎)
시들음병 증상(짝귀, 1개가 작은 잎)

 

딸기 농가에 몹쓸 병 ‘짝귀’가 많아졌다

짝귀의 어학사전을 보면 양쪽의 크기나 모양이 서로 다른 귀 또는 그런 귀를 가진 사람이라 하는데 딸기에서는 3개의 소엽 중 1개가 작은 잎을 가진 포기를 보고 ‘짝귀’라고 한다. 이 병에 걸린 포기는 시들어 죽고 약으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무시무시한 악성 병이다. 

전국 딸기시들음병 고사율 30% 넘어 대략 1000억원 피해

몇 년 전부터 이상고온에 ‘딸기 시들음병 확산…수확포기 속출(KBS 뉴스)’, “30년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딸기가 죽은 건 처음이에요”라는 기사를 종종 본다. 9월 정식한 딸기가 잘 자라다가 10월경 잎이 마르고 시들시들하다가 죽는 시들음병 때문이다. 한창 수확해야 할 시기에 딸기가 죽어 버리니 돈은 돈대로 들어갔는데 수확은 안 되니 농민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매년 딸기시들음병이 전국의 30% 이상 발생해 약 3억주가 고사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중 2억주(자가 런너이식 대체 농가 1/3은 제외)가 보식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기당 500원의 묘값만 쳐도 1000억원의 추가 농가경영비가 발생해 피해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2020년 담양군에서만 약 68억원 피해를 추정했다. 그러나 재정식 비용과 함께 수확량 감소에 따른 소득감소까지를 고려하면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육묘중 시들음병 발생
육묘중 시들음병 발생

 

시들음병 예방은 모주를 무병묘로 사용하고, 예방을 철저히

시들음병(Fusarium oxysporum f. sp. fragarie)은 곰팡이병으로 토양 중에 후막포자가 주 전염원으로 딸기의 뿌리를 침입해 발생하는 토양전염병이다. 우선 딸기시들음병은 모주에서 런너로 병균이 이동해 자묘로 전염되므로 모주는 건전한 묘(조직배양 유래묘, 정식 후 발생한 1차 자묘)를 사용해야 한다. 장마기와 고온기에 육묘포장에서 원인은 모르지만, 반드시 시들음병은 발생한다. 시들음병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만큼, 예방적 방제가 최선이므로 병에 걸린 모주나 자묘는 바로 제거해야만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시들음병은 예찰이 중요한데 최초 새잎이 나왔을 때 황록색이 되지 않고 황색으로 변하면서 작아진다. 3개의 잎 중에서 1∼2개가 기형으로 되거나 작아지고 배 모양으로 말린다.

피해가 나타난 포기는 근권부 엽병이 일부 갈변되고 포기 전체 생육이 불량하고, 잎은 광택과 생기를 잃게 되며, 아래 잎부터 자홍색으로 변하고 시들어 전체가 검게 변하면서 말라 죽게 된다. 육묘기 표준예찰 매뉴얼에 따르면 병에 대한 예찰기간을 6~9월로 하고, 기간 중 총 8회의 예찰을 시행하는데, 매월 1일과 16일을 예찰일로 정해, 월 2회 실시해 소위 짝잎이 발생하고 관부를 잘라보면 도관(양수분 통로)이 막히고 갈변한 모습을 보인다. 

재배 전 과정에서 주기적인 약제살포가 중요하다. 망간이나 동이 들어간 약제나, 과산화수소수, 이산화염소 같은 전용 살균제를 주기적으로 관주하는 것이 좋다. 육묘나 재배시기에 가급적 하우스 내 온도를 주간 30℃ 이하, 야간온도 20℃ 이하가 유지되도록 관리(포그장치, 공조장치 설비)한다. 시기적으로 육묘기때는 자묘가 약해지는 정식 15일 전까지 질산칼륨과 인산칼륨을 5~7일 간격으로 2회 관주해 생육을 도모한다. 

 

수확이 불가한 포장(고설재배)

 

정식 후 고온 관리는 시들음병 발병률 높이고 완치는 불가능

고온(28℃ 이상)에서 발생하는 딸기시들음병 방제약은 없으므로 뽑아서 일찍 버리는 게 약이다. 또한 토양전염성병이므로 한번 발병한 토양은 반드시 태양열소독(밀기울, 쌀겨, 유기물 살포 후 투명비닐 덮고 30∼40일 밀폐) 또는 약제 소독을 해야 한다. 이 병원균은 토양 속에서 10년 이상 생존하므로 완전히 사멸시키기 어렵다. 

전년도에 발병된 수경재배 배지는 반드시 교체한다. 시들음병은 배지 내 온도를 25℃ 이하로 저온 관리하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멀칭과 관부냉방도 하나의 재배 방법이다. 또한 11월에 저온이 되면 증상이 진전되지 않는다. 동일하게 감염된 묘일지라도 기온 및 지온이 낮으면 시들음병 발생률은 확 떨어진다. 

딸기시들음병 저항성 품종개발 시급

시중에 많은 영양제가 시들음병 치료제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당장 시들어 죽어 가는데 가만히 있는 농민은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농민들만 피해가 눈 덩어리처럼 커진다. 많은 연구자가 시들음병 치료약에 대한 방법을 연구했으나 뚜렷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한 많은 농민이 “박사님! 딸기시들음병 약 좀 개발해 주세요”라고 종종 부탁받는데 딸기 육종가인 나로서는 저항성품종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인 것 같다. 최근 나온 신품종들은 더욱더 시들음병에 약한 듯하다. 이에 육종가들은 전통적인 육종방법에서 벗어나 분자육종기술을 도입한 시들음병 저항성 딸기 품종개발이 시급하다. 

 

 


글=이종남 농업연구관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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