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매운 고추가 전국민 마음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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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매운 고추가 전국민 마음 사로잡다
  • 월간원예
  • 승인 2015.08.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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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용 풋고추 시장 60% 점유 ‘오이맛(BN54) 고추’

생식용 풋고추 시장 60% 점유 ‘오이맛(BN54) 고추’

가락시장의 밤은 분주하다. 각 지역에서 정성들여 생산한 결과물들이 담긴 박스가 산처럼 쌓여있고 경매인의 목소리와 상인들의 손이 쫓고 쫓김을 반복한다. 내일 아침으로 걸어가는 초승달이 채소동 지붕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저녁 10시 30분은 고추를 경매하는 시간이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물량이 거래되는 8월 중순의 어느 날. 경매시간 3시간 남짓에 박스에 담긴 고추 300톤이 농부의 손을 떠나 수도권 도시민들에게 전달되기 위해 저마다 다른 수송차량에 올라탄다.

한국의 대표 채소, 고추
한국인의 매운맛으로 대표되는 고추는 정겨운 우리 음식이다. 어릴 적 식구들이 밥과 간단한 찬을 머리에 인 개다리소반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기억 속에는 된장과 풋고추가 빠지지 않았다. 보리밥 한 숟갈에 고추를 된장 듬뿍 찍어먹던 어른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시장과 문화가 개방함에 따라 한국인의 식생활도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데 현재의 젊은이들에게도 과연 고추가 한국인을 대표하는 채소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추는 요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한국 대표 채소자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다. 심지어 매운 맛에 익숙지 않는 어린아이들도 좋아하는 고추가 생겼다. 생식용 풋고추 중 국민들 식탁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오이맛(BN54) 고추다.

소비흐름 반영해 인기폭발 ‘오이고추’
오이맛 풋고추는 씹으면 아삭아삭 소리가 들릴 정도의 식감과 과육이 두꺼우면서 수분이 많고 맵지 않은 특징이 있다. 가락시장 농협공판장 손호길 경매부장에 따르면 1995년 처음 안 매운 고추가 출시됐을 때에는 꼭지쪽 1/3부분에 매운 맛이 그대로 남아있어 대중들에게 ‘안 맵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부족했다. 또한 대중들은 녹광계열의 매운 풋고추에 길들여져 있어 맵지도 안 맵지도 않은 어중간한 맛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사라져야만 했다.
이어 2005년 가락시장에 다시 한 번 안 매운 고추가 등장했다. 사카타코리아가 개발한 ‘길상(BN54)’ 품종이었다. 또한 맛을 더욱 순화시키고 재배 안정성이 보완된 ‘순한길상’이 2010년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오이맛 풋고추는 전국적인 인기를 끄는 데에 성공했고 현재는 물론 향후 몇 년 동안 매운 맛 고추의 점유율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최인식 기자

<자세한 내용은 월간원예 9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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