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자가 이용법(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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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자가 이용법(28)
  • 월간원예
  • 승인 2003.04.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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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가 많은 자는 자연농업을
유기농업을 20년 가까이 해오다 한 오년 전부터 자연농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산골지역에서 유기농업을 한다고 젊었을 때부터 뛰어 다닌 터라 동네사람들이 나보고 ‘코 없으면(냄새를 못 맡으니까) 똥물도 먹을 놈이다’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던 때가 있었다.
그 동안의 농업방식을 접고 자연농업에 빠져들게 된 것은 평소 나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우리는 농사를 하더라도 궁리를 많이 한다. 고등어장사 뒤따라 다니는 생선장사처럼 매일 뒷북만 치는 농사는 재미없다. 농사가 규칙화되어 있고 제약이 많으면 언젠가는 갑갑함을 느끼고 더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농업을 하면서 넓은 바다를 만난 느낌이다. 하면 할수록 재미가 새록새록 난다.
자연농업의 문턱을 넘어서는 온통 보이는 것이 자연농업 자재로 연관되어 보인다. 산채농사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면 잘 안 되니 자연농업식으로만 골몰하고 있다.

-기가 막힌 발견-민달팽이, 멸강충 한방에 날려
배운 대로 생선아미노산을 만들기로 하고 청어를 580마리 사다가 담갔다. 냄새도 이상야릇하고 특히 기름이 많이 뜨는 것이다.
순간 ‘아! 이 놈을 해충기피제로 쓰면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해충의 피해를 방지할 것인가 궁리를 하던 참이었다.
한 번 작업으로 5되 정도의 기름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30배의 물과 섞어 회전기능을 가진 분무기로 뿌렸다.
놀라운 발견! 그렇게도 속 썩이던 민달팽이를 직방에 날려 버렸다. 작은 입자 한 개라도 달팽이 몸에 닿으면 그대로 죽어 버린다. 그 다음은 멸강충을 방제하기 위해 밭 주변에 살포를 해 보았는데 그 효과 또한 그만이었다. 밭 안으로 들어온 멸강층은 나가지 못하고 밖의 것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민달팽이와 멸강충은 걱정도 안한다.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과제가 남아 있다. 거세미라는 야도충이다. 밤에만 나와 순을 싹 잘라먹는 그 놈과의 힘 겨루기가 시작되었다.
5개 주작목과 30여 개의 예비작목인데 곰취, 곤달비, 개량참나물, 곤드레, 참취가 현재로서는 주 작물이다.
그 밖에도 잔대, 영화자, 누룩치, 산마늘 등 재배가능한 산채들을 집주변 여기저기에 심어 놓았다.
참취나물처럼 생산면적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져 수지가 맞지 않으면 전환할 작목을 미리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다.
산채를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고 이것을 상품화까지 시킨 것은 5년 되었다. 이렇게까지 된 것은 7년 전에 들어선 (산채연구소)의 도움이 컸다. 이 연구소에서는 산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재배 가능한 작목을 선정해 재배방법을 연구하고 농가에 적용하는 사업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해 왔다. 정말 신기하고 약효과 좋은 산채가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딘백질 소화에 뛰어난 누룩취
누룩취는 밭 토양재배가 아주 어렵다. 벌써 수년 전부터 우리 작목반(태기산 산채 작목반)에서 재배실험을 해 오고 있다. 이 작물에 남달리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맛과 약리작용 때문이다.
1200m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누룩취는 신선초와 흡사하게 생겼는데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에는 최고의 효과가 있다.
국내에 소화제로 나온 약품에 견주어 단백질 분해효과에서 3배 정도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옛날 모내기 작업시 새참 먹을 때면 꼭 나오던 우리 고유의 산채였다.
3∼4㎝짜리 3개만 먹으면 더부룩한 배가 그대로 개운해진다. 특히, 고기와 잘 어울리는데 고기 먹고 소화가 안 될 때 이것을 먹으면 생리단이나 가스활명수에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보게 된다.
전국의 수많은 고기집의 상에 우리가 생산한 누룩취가 올라갈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앞으로 누룩치를 주작목으로 재배할 계획이다.

-숙변배출에 효과 있는 곤드레
흉년이 오면 나무 껍질에서부터 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었던 때가 있었다. 한 종류만 너무 많이 먹게 되면 몸이 퉁퉁 붓는 부종현상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유일하게 아무리 많이 먹어도 부종이 생기지 않는 식물이 바로 곤드레이다. 곤드레는 밥을 해서 먹으면 숙변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섬유질이 많은 식물이라고 한다. 이 작물은 연중생산도 가능하다. 건강 다이어트에 초첨을 맞춰 판매가 이뤄지면 각광을 받게 될 미래의 식품으로 주목하고 있다.

-야생에서 우리의 입맛에 알맞게
야생산채의 보편적인 특징은 우리가 먹는 야채보다 엽이 좁고 빳빳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상에 올린다면 향이 너무 강하고 연하지 못해 먹기 어려울 것이다. 산채재배 기술이라 함은 어떻게 하면 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하고 엽면을 넓게 만들 것인가 이다. 넒은 잎을 만들어 내면 동시에 연해지기도 한다.
차광망을 쳐서 그늘을 만들어 주거나 퇴비시비량을 늘리거나 온도를 높여 연약생장을 도모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데, 너무 지나친 연약생장이 이뤄지면 병해충에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3000평 거름을 내는 소 두 마리
소 값이 폭락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자 대부분의 농가가 소를 처분했다. 나는 소 두 마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엄마소 한 마리는 농소(일하는 소)로 일을 잘한다.
축력을 이용한다는 것 외에 정말 유익한 것은 퇴비생산이다. 소 밑에 파쇄목을 깔아 주고, 풀사료를 다량 급여했을 때 부지런떨기에 따라 년 6∼10톤 정도의 퇴비가 생산된다.
1년에 가까이 발효가 지속되면서 다음 해 봄에 완숙된 퇴비를 아랫쪽에서부터 꺼내쓴다. 일반적으로 사다 쓰는 축분과 비교할 수 없다.
이것은 유해물질이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완벽한 퇴비라고 볼 수 있다. 무농약 산채의 재배가 이래서 더욱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의 토착미생물 만들기
자연농업의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토착미생물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미생물제라는 것은 거의 다써 보았지만 이것처럼 역가가 높고 그 효과가 지속적인 것은 없었다.
왜 우리가 토착미생물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자연농업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인근 산에서 구해 온 토착미생물 덩어리(부엽토가 균사로 얽힌 것)에 논에서 수확 후 남은 벼뿌리를 넣고 잔디밭의 흙을 퍼다 넣었다. 그리고 쌀겨를 넣고 수분을 맞추어 버무려 쌓아 놓은 후 2∼3회 뒤집어 주면 한 2주 정도 후에 향긋한 냄새를 내면서 완성된다. 이것을 상자에 넣어 보관하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이다. 간단하다.
벼 뿌리에는 고초균이, 잔디 뿌리에는 당화균이 많이 있어서 이를 토착미생물의 추가 접종해 줌으로써 최상의 미생물제재가 만들어진다.

-비밀이 많은 내 농사
내가 아는 것은 언제나 다 내놓는다. 아무에게도 짚신 만드는 기술을 안 가르쳐 주고 자신만 짚신장사하다가 죽었다는 애긴 듣기 싫다.
터득한 농업기술을 작목반원과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 알려 주는데 그들은 내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법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한다.
그들이 우리 집에 오면 우선 집주변을 둘러보고 이 창고 저 창고를 뒤진다. 노인 양반이 산골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감찰하는 순사 같이 말이다. 알려 주는 것에 손끝만큼의 자기노력만 가미돼도 그건 자기기술이 된다. 그러나 그 노력도 하기 싫은 사람들은 나를 항상 비밀이 많은 사람으로 본다.
여러분! 뒤따라다니는 생선장사가 되지 말고, 짚신장사도 되지 말자.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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