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농법에서 벗어나 사과 생산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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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농법에서 벗어나 사과 생산성 높여야”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5.30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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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명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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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가들 사이에 경북대 사과연구소의 인기는 높다. 매년 겨울 주최하는 사과 세미나는 ‘유료’ 수강생이 1000명에 달할 정도. 사과연구소를 이끄는 윤태명 소장에게 한국 사과 농업의 미래를 물었다.

 

윤태명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장

“일본식 농업은 미래가 없습니다. 사과는 예술품이 아니에요.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지난달 16일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에서 만난 윤태명 소장은 열의에 넘쳤다. 한국 사과 농업의 문제점에 관한 인식도, 그에 대한 해답도 명쾌했다.

 

이나래 기자 _ 한국 사과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윤태명 소장 _수지가 안 맞다는 것이죠. 한국 사과 농업의 기술은 앞서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 경쟁력은 낮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가격은 높고 생산성은 낮기 때문이죠. 한국 사과가 경쟁력 있다는 말은, 외국 사과가 수입되지 않는다는 한에서 유효한 말입니다. 사과 소비량이 정체돼 있는 것도 문제고요.

 

이나래 기자 _ 농업 선진국에 비해 한국 사과의 생산성이 많이 낮나요?

윤태명 소장 _선진국의 사과 생산량은 1ha당 50~60t입니다. 반면 한국은 1ha당 22t 정도예요.

 

이나래 기자 _ 사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윤태명 소장 _일본식 농법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합니다. 일본식 사과 농업은 고비용 농업입니다. 사과를 햇볕이 잘 받게 돌리고, 적심을 하고, 그런데 요즘 농촌에 일손이 많이 부족하잖아요. 사과를 일 미터 간격으로 심어 밀식 재배하고, 고소 리프트카를 타고 여러 명이 동시에 적과, 전정을 하면 좋지요. 공장에서 조립 라인 가공하듯, 사과 농사도 그렇게 하는 겁니다.

 

이나래 기자 _ 일 미터 간격이라면, 고밀식인가요?

윤태명 소장 _‘고밀식’, ‘초고밀식’ 하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3.3㎡(평)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도 고밀식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나중에는 80cm, 70cm, 60cm 간격까지도 심을 수 있을 겁니다. 유럽도 처음엔 1.2m 간격으로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해 지금은 80cm까지 간격이 좁아졌습니다.

 

이나래 기자 _ 한때 우리나라에 키낮은 사과나무가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윤태명 소장 _1990년대 중반에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사과 값이 폭락한 적이 있었지요. 그 전만 해도 사과는 고소득 작물이었어요. 그런데 국산 밭작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옥수수, 담배 밭까지 다 사과로 전환되면서 사과가 홍수 출하돼 가격이 떨어진 거예요. 그때 ‘신 경북형 사과 생산체제’라고 해서 키 낮은 사과가 연구되고 그랬지요. 그런데 키 낮은 사과의 단점이 뭐냐 하면, 나무가 위로 못 자라니 옆으로 자란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관리가 쉽지 않고, 용적이 적으니 생산량도 적었죠.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는 사과 과수원의 생산성 제고를 돕기 위한 농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나래 기자 _ 한국 사과 품종이 전보다는 많이 다양해졌죠?

윤태명 소장 _그래도 아직 ‘후지’ 사과 품종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다음이 ‘홍로’고요. 아직은 특정 품종의 비중이 너무 커요. 특정 품종에만 쏠리는 현상이 고착화되면 위험합니다.

 

이나래 기자 _ 최근엔 뉴질랜드 원산의 고당도 ‘엔비’ 사과와 ‘속 빨간 사과(레드러브)’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늘고 있는데요.

윤태명 소장 _그렇습니다. 클럽 품종의 보급은 농업의 자본화 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요. 농업 선진국은 이미 품종 연구의 민영화가 적극 진행됐어요. 선진국에는 연구직 ‘공무원’이 없습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민간 농업 지도사들이 활동하고 있지요. 클럽 품종의 전략은 철저한 비즈니스 마케팅입니다. 묘목 공급부터 재배, 수확, 판매까지 철저한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르지요.

 

이나래 기자 _ 사과의 착색제 사용이라든지, 이런 관행은 어떻게 보시나요?

윤태명 소장 _그것 역시 일본식 농법의 영향입니다. 일본식 농업은 품질 지상주의지요. 알이 굵고, 모양이 반듯하고, 색깔까지 완벽한 사과가 일본식 사과입니다. 이렇게 만들려면 굉장한 노력이 들지요. 하지만 농산물의 최고 가치가 무엇입니까? 안전성입니다. 잔류 농약이 안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그 다음이 맛과 기능성, 그 다음 가치가 형태와 외관이 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물질을 써서 만든 사과는 사람으로 치면 ‘성형 미인’을 만든 것과 같죠.

 

이나래 기자 _ 경북대학교 사과연구소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윤태명 소장 _우리 연구소는 높은 전문성에 바탕을 둔 농가 마케팅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농가들이 ‘농업기술센터나 농협에서 무료로 관리를 해주는데’라고 생각들 하십니다. 그러나 저희는 훨씬 더 고도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컨설팅 할 과수원을 방문해서 약제 처리 방법, 시비, 관수 전략 등을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한번 해 보신 분들은 다시 신청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농가 컨설팅 비용은 일 년에 100~300만 원 선인데요. 저희는 ‘1000만 원 더 벌게 해주자고 300만 원을 받을 순 없다. 최소한 3000만 원을 더 벌게 해주고 300만원 받기도 어렵다’는 생각으로 농가 입장에서 농가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연구소 회보인 계간 ‘사과’도 유료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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