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산골에 사과·배 맛보러 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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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산골에 사과·배 맛보러 올래요?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5.30 14: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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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군 유풍농원 박경철·남상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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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과 포도로 유명한 가평에서 오랫동안 사과, 배 농사를 짓고 있다.
높은 산에 둘러싸여 일교차가 큰 덕에, 과육이 치밀하고 색깔도 탐스럽다.

 

경기 가평군 유풍농원 박경철·남상분 부부

깊은 산 맑은 공기 가득한 경기 가평군에서 30년 째 사과,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유풍농원 박경철 대표.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해에 결성됐다 하여 이름도 남다른 ‘88작목반’ 출신이다.

“한때 우리 작목반에 사과 농가 수가 아주 많았는데, 그동안 다른 품목으로 전환을 많이 하여 사과 농가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전국적으로 사과 값이 폭락한 때가 있었다. 그때 여러 농가가 포도로 품목을 바꿨지만 유풍농원은 사과, 배 농사를 지속했다.

 

노동력 적게 드는

키 낮은 사과 과수원으로 관리

가평군에 접어들면 운악산 포도를 홍보하는 가판대가 곳곳에 눈에 띈다. 여름이 되면 직판장마다 포도를 사려는 차들이 줄을 설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그곳에 유풍농원이 있다. 밖에서 보면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평지에 깔끔하게 조성된 사과 과수원이 펼쳐진다. 긴 세월 바람과 뙤약볕을 견뎌온 30년 수령의 사과나무들이 굵직한 몸뚱이를 자랑한다.

“어린 나무는 ‘쓰가루(아오리)’ 품종 나무를 뽑고 새로 심은 ‘후지’ 사과 나무입니다.”

과수원 초입에 눈에 띄는 나무들은 심은 지 몇 년 안 된 유목들이다. 최근 몇 년간 청사과 계통인 ‘쓰가루’ 사과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어 아예 품종을 갱신했다.

경기 가평군 조종면에 조성된 유풍농원 사과 과수원. 삼십 년 수령의 ‘후지’, ‘홍로’ 사과나무가 식재돼 있다. 부분 초생재배를 하며 키낮은 수형으로 유인해 노동력 투입량을 절감했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주요 사과 품종은 ‘후지’, ‘홍로’다. 올해는 4월 초 개화기에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저온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마음은 아프지만 날씨를 탓하지 않고 꿋꿋이 대처하며 올해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저희 가평군은 한여름에 기온이 38.5℃까지 치솟는가 하면 초봄에도 영하 4~5℃까지 내려가 기도 해 연중 온도차가 매우 큰 지역입니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과수, 채소, 화훼 농사 지도를 담당하는 진용일 작물기술팀장의 설명이다. 올 봄 저온피해는 비록 가슴 아픈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농가를 위로하고 기술 컨설팅을 하고 있다.

가평 사과는 연중 고른 일조량과 큰 기온 차 덕분에 붉은색이 선명하고 과육이 단단하며 당도는 높다.

유풍농원의 또 한 가지 특징이 나무 키가 낮다는 사실이다. 삼십 년 수령에 비해 둥치는 굵으나 키는 2m 남짓이다. 웬만한 작업은 손을 뻗거나 간이 사다리를 타고서 할 수 있다. 높은 수형의 나무에 비해 단위당 생산량은 적지만 작업은 한결 편리하다.

“키 낮은 과수원을 조성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키 높은 과수원에 비해 단위당 생산량은 낮을지 몰라도 작업하기에는 훨씬 낫습니다.”

 

신고·원황·화산배 농사

사과와 혼합 선물세트도 판매

유풍농원에서 재배한 배는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고 식감이 아삭하다.

가평군 일대에서 사과와 배를 동시에 대규모 재배하는 농가는 유풍농원이 유일하다. 이곳의 사과, 배 재배 면적은 각각 8600㎡(2600평)이다. 사과, 배 동시 농사가 힘들진 않을까? 어느 것이 더 경제성 있을까?

“배는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해야 해서 사과 농사보다 손이 더 많이 갑니다.”

사과, 배 농사의 장점은 명절에 혼합 선물세트를 구성해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수용으로 흔히 먹는 신고 배 외에 조생종 원황 배와 만생종 화산 배도 재배한다. 화산 배는 과육이 치밀해 씹는 식감이 뛰어나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대량 구매보다 실속형 소비가 추세라 주부들 눈높이에도 맞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맑은 공기다. 친환경 사과, 배라 하여도 주변에 공장이나 도로가 인접한 농원도 많은데 유풍농원은 다르다. 사방이 깊은 산이고 맑은 계곡이 흐른다.

“가평 지역 과수원 농가의 평균 면적은 약 5000㎡(1500평)에 불과합니다. 산이 많기 때문이지요. 과수원으로 경작할 수 있는 면적 자체가 넓지 않아요.”

유풍농원 사과 과수원에서 가평군농업기술센터 진용일 작물기술팀장(가운데 왼쪽)과 김병준 농촌지도사(맨 왼쪽), 박경철 유풍농원 대표(가운데 오른쪽)와 88작목반 회장(맨 오른쪽)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의 설명이다. 농가당 과수 농사 규모는 다른 주산지에 적은 편이지만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기술 지도와 선도 농자재 보급으로 농가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해마다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과수원에서도 돌발 병해충 발병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북부인 가평군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에서 가장 주의 깊게 예찰하는 병해충은 갈색날개매미충이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 기술지도 공무원들은 틈틈이 과수원을 방문해 월동 병해충 및 유충, 성충 예찰 및 방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온 피해 예방을 위한 미세 살수 시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무턱대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 살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염원이 섞여 있을 경우 과수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물을 가려 쓴다.

유풍농원 토양 관리는 어떻게 할까. 부분 초생 재배를 하며 발효 퇴비를 사용한다. 또한 닭을 놓아 키우는 자연 친화적 과수원이다. 닭들이 유해 병해충을 쪼아 먹는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 가공시설에서 착즙한 사과 주스.

가평군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가공센터를 통해 사과즙도 가공해 판매한다. ‘산들만찬’이라는 공동 브랜드로 출하하는 사과즙이다. 고당도 사과를 착즙하여 맛도 좋고, 돌려따는 방식의 용기로 제작해 유아들이 먹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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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2018-06-04 18:36:27
바람도 쉬어가는 곳, 풍경과 사람이 멋지게 어우러진 마을, 앉아만 있어도 힐링되는 달달한 대보리 입니다
사과, 배 맛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