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부부의 친환경 사과 “진딧물 방제 자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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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부부의 친환경 사과 “진딧물 방제 자신 있어요”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6.27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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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연풍 EM사과농장 박정순·이정주 부부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장인의 대를 이어 농사 중인 괴산연풍 EM사과 농장. 남들처럼 관행 농사를 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친환경 농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친환경 방제를 하며 벌레와 풀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사과, 그리고 자연에 대한 애착 덕분인지 해마다 주문 전화가 늘고 있다.

 

찰옥수수가 영글어 가는 충북 괴산군 연풍면. 오뉴월 뙤약볕 아래 구슬땀 흘리는 농부 부부가 있다. 수십 년 터 잡아온 도시의 일과 농사를 ‘겸업’하고 있는 박정순·이정주 부부다.
“저는 직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와 괴산을 오가며 사과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완전한 귀농을 계획 중입니다.”
가구 자재 수출 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는 박정순 대표는 과수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사과 농사로 인생 2막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하늘은 노력한 사람을 보살펴주는 법. 자연 앞에 겸손한 부부의 노력은 하나둘 결실을 맺고 있다. 

땅에 떨어진 사과로 만든 액비와 쇠비름, 질경이, 민들레를 발효시켜 만든 산야초 액비 가축 퇴비 대신 사과나무에 영양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은행을 삶아 과수원 해충을 천연 방제한다.


 고엽제에 오염된 베트남 토양 
친환경 농사 결심 계기 돼


사업차 베트남 출장이 잦았던 박정순 이사는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된 고엽제의 흔적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딱딱하게 죽은 땅을 보면 언제나 안타까웠다고. 그러던 차에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남들처럼 ‘농협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 했다. 몇 월 며칠에 이런 농약을 주고, 몇 월 며칠에 저런 퇴비를 준다는 식이었다.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사과 농사를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초제에 고엽제 성분이 들어 있잖아요. ‘계속 이렇게 농사하면 안 되겠구나’ 싶어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게 됐어요.”
해가 바뀔 때마다 치솟는 농약 값도 큰 부담이었다. 결국, 친환경 농사를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제는 진딧물, 노린재, 나방류 등 갖은 해충들을 친환경으로 방제하는 법을 터득했다. 잦은 비로 탄저병이 번졌던 지난해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는 봉지 씌우기 기술을 실험 중이다.
“똑같은 크기라도 무농약 사과와 관행 사과를 들어서 무게를 재보면 다르답니다. 무농약 사과는 가벼운데, 관행 사과는 무거워요.”
무농약과 농약 사과는 착색 상태도, 무게도, 심지어 맛도 사뭇 다르다고. 무농약 사과는 먹었을 때 새콤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다음에 달콤한 맛이 따라온다. 당산비가 잘 맞는 덕분이다. 
반면 관행 농법 사과는 처음부터 끝 맛까지 단맛 위주다. 달다고 무조건 좋은 걸까? 이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많은 사과 전문가들이 사과 맛의 등급을 매길 때 당도 그 자체보다는 적정 당산비를 따진다는 것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착색제와 낙과 방지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사과는 색깔과 모양이 다양하며, 더욱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막걸리 트랩은 나방 잡는 파수꾼
돼지감자와 할미꽃뿌리로 혹진딧물 잡아요


괴산연풍 EM사과 농장 곳곳에서 막걸리 트랩을 볼 수 있다. 양반집 담에 청사초롱 매달듯 수많은 나무에 매달린 이 막걸리 트랩은, 알고 보면 나방 잡는 파수꾼이다.
“페트병에 막걸리를 10cm 깊이로 채우고 설탕 3스푼, 그리고 소주컵 1컵 분량의 주정을 넣어서 나무에 매다는데요. 매다는 높이가 중요해요. 어른 눈 높이 정도에 매다는 게 효과가 가장 좋았어요.”
시큼한 막걸리 냄새를 맡고 달려든 나방이 통에 빠져 죽는 원리다. 복숭아순나방 등 사과나무에 피해를 입히는 나방류를 이 방식으로 방제할 수 있다.
고온기에 극성을 부리는 진딧물은 어떻게 잡을까. 가장 애용하는 것은 돼지감자다. 돼지감자와 친환경 자재상에서 판매하는 오일을 일 대 일 비율로 섞어 살포하면 진딧물 유충까지 방제할 수 있어 효과가 좋다고.
퇴비는 직접 만들어 쓴다. 자연적으로 땅에 떨어진 사과를 소금, 부엽토와 섞어 액비로 만들어 살포한다. 또 과수원 땅에 자라는 쇠비름, 질경이, 민들레로 산야초 액비를 만들어 쓴다. 청국장과 당밀을 섞어 만든 EM청국장 퇴비도 땅이 좋아하는 거름이다. 총 면적 6600㎡(2000평)의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사과 품종은 ‘홍로’. ‘후지’, ‘료까’, ‘양광’ 등이다. 거래처 손님들과 회사 동료들이 주요 고객이다. 새콤달콤한 친환경 사과에 반한 손님들이 이제는 ‘올해 사과는 언제 수확하느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다.
과수원 작업장 한편에는 은행 알과 돼지감자가 쌓여 있다. 사과 해충을 잡아줄 보배들이다. 돼지감자는 직접 심기도 했다. 청보리도 심었다.  “저번엔 강소농 행사에도 참가했어요. 꾸지뽕사과즙을 출품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라승용 농촌진흥청장님, 차선세 충북농업기술원장님과 기념 사진도 찍었답니다.”
이정주 대표의 얼굴이 환히 빛난다. 사과 농사에 이어 꾸지뽕 재배도 시작했단다. 꾸지뽕은 몸에 좋지만 생과로 먹기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꾸지뽕사과즙을 만들게 됐다. 사과 수확철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더위와 피로로 심신이 지칠 때, 구연산과 비타민 C가 풍부한 사과로 ‘힐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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