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 꿀배로 담근 갓김치, 백화점 바이어도 ‘엄지 척’
상태바
낙안 꿀배로 담근 갓김치, 백화점 바이어도 ‘엄지 척’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6.27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순천시 덕천농장 강재봉·김순남 부부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산도 사람도 순한 그곳, 순천. 낙안읍성에서 불과 1km 남짓한 거리에 덕천농장이 있다. 
닭들이 뛰어노는 이곳은 백화점 ‘큰손’들도 인정한 대한민국 스타팜 과수 농장이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전남 순천시 낙안면. 맑은 물과 황토로 키운 ‘낙안배’는 남도의 대표적인 농특산물이다.
덕천농장 강재봉 대표는 이곳에서 배 농사를 한 지 32년이 됐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과수 농사를 도왔고, 지금은 매실, 단감,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복합 영농인이다. 최근엔 자두와 살구를 교배한 신품종 여름 과일 ‘플럼코트’과수원도 조성했다. 
“15년 전 우연히 배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서울 강남 압구정에 있는 백화점 관계자와 인연이 닿게 됐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백화점 VIP 고객 초청 행사를 개최하고 있어요.”
체험 행사 후 백화점이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덕천농장이 1~3위에 올라 강재봉 대표에게 큰힘이 되고 있다. 체험 손님들이 한번 올 때마다 최소 한두 명씩은 꼭 단골 손님이 된다고 귀띔한다.

배를 갈아 만든 ‘갓 물김치’인기 
기관지 건강에 좋은 배즙·배말랭이도 가공
스타팜 인증 농장답게 덕천농장은 다양한 배 가공품을 생산한다. 그중에서 최근 개발한 ‘갓 물김치’ 인기가 심상찮다. 1kg에 약 만 원을 받고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판매하는데,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고 오직 배만 갈아 만든 갓 김치에요.”
배 갓김치도 백화점에 납품한다. 부인 김순남 씨의 솜씨로 갓과 배즙을 버무려 만드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도라지와 생강을 넣고 만드는 배즙도 연중 꾸준한 수요가 있다. 
“한번은 인천에 사는 분이 ‘배즙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겠다’며 농장까지 찾아왔어요. 물 한방울, 설탕 한 스푼 안 넣고 배, 도라지, 생강만 넣어 만드는 걸 확인하고는 그때부터 단골이 됐지요.”
요즘 소비자들은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지대해 속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기관지에 좋은 배, 도라지와 면역력 향상에 좋은 생강으로 만든 배즙은 감기 예방 효과도 있다. 깎은 배를 동결 건조해서 배 말랭이도 만드는데, 수분은 쏙 빠지고 단맛만 남아 밥 대신 간식으로 먹기 ‘딱’이다.

닭과 지렁이 숨 쉬는 미네랄 농법으로
과수원 땅 살리고 체험 손님들도 만족
덕천농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닭과 병아리들이 반긴다. 농장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닭들은 땅에 사는 지렁이들을 잡아먹고 산다. 이 닭들은 주인이 키운 꿀배도 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순천시내에 유명한 냉면집이 한 군데 있는데요. 거기에 저희 배를 납품하는데, 껍질이 긁힌 배는 선호하지 않아요. 그래서 흠집 배를 골라 닭들한테 줘요.”
닭들의 주요 먹이인 지렁이가 충분하다는 건 그만큼 토양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둘째, 초생 재배를 한다. 셋째, 유기농 인증을 받은 1등급 퇴비만을 사용한다. 
“저는 농가 스스로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사짓기 조금 힘들어도 국민들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죠.”
제초제를 쓰지 않다 보니 일손이 더 많이 들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일념으로 꿋꿋이 토양 보전의 길을 걷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따른 데 대한 하늘의 보답일까. 덕천농장은 몇 년 전부터 배나무 인공 수분도 하지 않는다. 꿀벌이 날아다니며 수정해 주기 때문이다. 4월이면 인공 수분으로 ‘전쟁’을 치르는 여느 농가들과 사뭇 다른 점이다.
자연과 건강 우선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찾아오는 손님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배 수확 체험을 하러 왔다가 농장 풍광에 마음을 빼앗겨 매실, 감까지 덩달아 주문하는 것이다. “어린이들 대상으로 배 수확 체험을 하다가 한동안 중단한 적이 있었어요. 나뭇가지를 막 꺾으니까. 그러다 어느 유치원에서 체험을 하러 왔는데, 한 어린이가 배즙을 받아서는 안 먹고 있는 겁니다. ‘왜 안 먹니’물으니 엄마 갖다 준대요. 그걸 보고 감동 받았어요. 그 뒤로 다시 어린이 손님들을 받고 있어요.”
농장 입구에는 황토방 펜션도 지어서 숙박 손님들을 받고 있다. 굳이 농장 체험이 아니더라도, 낙안읍성에 구경 왔다가 하룻밤 묵어가기 좋을 법하다. 인터뷰 도중에도 부인 김순남 씨는 내내 택배 작업으로 분주했다. 제철인 매실과 배 갓물김치 포장 작업으로 바쁜 손놀림이었다.
“농업인이 스스로 살려고 하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라도 농산물이 앞으로 더 홍보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라도는 농산물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전남스타팜협의회원으로서 스타팜 인증에 대한 자부심도 비쳤다. 순천낙안배영농법인 전 대표 출신으로 낙안 배 홍보도 잊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백 년 넘는 역사를 가진 낙안 배는 뛰어난 당도로 인기인데, 앞으로도 그렇기를 바란다는 당부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