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역사, 성환 개구리참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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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 성환 개구리참외의 부활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6.2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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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예주농원 김인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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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무늬를 닮은 천안의 명물 ‘개구리참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0년대 중반 자취를 감춘 이래 십여 년만이다. 사라져간 우리 옛 과일의 부활에는, 재배 농가의 사명감과 천안배원예농협의 노력이 뒷받침됐다.  

 

1990년대 이전 천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개구리참외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그렇다’고 할 것이다. 또 농사 깨나 지어봤다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개구리참외를 한번쯤 먹어봤을 법하다.   
그만큼 성환 개구리참외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은 과일이다. 1920년대 천안에 살던 
일본인에 의해 개량된 이 품종은 껍질의 무늬가 마치 개구리 같다 하여 ‘개구리참외’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둘투둘한 촉감하며 짙은 녹색 과피도 영락없이 개구리를 닮았다.
요즘 흔히 파는 노란 참외와는 맛도, 식감도 사뭇 다른 개구리참외. 노란 참외가 아삭하고 달짝지근하다면, 개구리참외는 입에서 녹듯이 부드러운 느낌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가 불편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 참외는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덕분에 수도권의 동네 슈퍼에서도 개구리참외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으나, 재배와 유통의 어려움 때문에 공급량이 줄면서 마트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해서 개구리참외를 향한 사람들의 향수마저 없어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이 ‘옛날 과일’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품종 복원 및 유통에 앞장선 천안시농업기술센터와 천안배원예농협 덕분에, 지난해 총 4t이 가량의 개구리참외가 다시 당당하게 마트 진열대에 올랐다.

20년 만에 다시 쓴 
개구리참외 재배 일지

지난달 18일, 천안 직산읍에서 개구리참외를 재배하는 예주농원을 찾아갔다. “마침 오늘이 올해 첫 개구리참외 수확을 한 날이에요.”동행한 천안배원예농협 백기남 차장의 설명이다. 
예주농원은 원래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가다. 개구리참외는 20년 전에 농사하다가 접었다. 재배도, 유통도 까다로운 개구리참외에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과피가 얇아 작은 충격에도 물러지고 상온 보관력이 낮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다시 개구리참외 농사를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차. 농업 유관기관의 격려와 지도 덕분이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와 천안배원예농협은 2015년 개구리참외 품종 복원 사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그 결실을 봤다. 사업 참여 농가들이 수확한 개구리참외를 천안배원예농협이 수매해 하나로마트와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했다.
“올해는 6월 초에 수확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예상보다는 조금 늦어졌지만 개구리참외를 다시 재배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예주농원은 비닐하우스 총 1500㎡(450평)에 개구리참외 모종 1000주를 심었다. 연간 수확량은 3t 이상이다. 개구리참외는 색깔과 크기, 모양을 보고 숙기를 판별하는데, 때로는 수박 만한 대과가 열리기도 한다고 김인숙 대표가 설명한다.

7월 말까지 수확하는 개구리참외
“껍질째 갈아먹으면 더 맛있어요”

개구리참외는 연작 장애를 입기 쉬운 품목이다. 그래서 예주농원은 시금치 등 다른 채소류와 윤작한다. 개구리참외는 일 년 중 봄에 심어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수확한다. 노란 참외와 달리 과일 껍질이 물러서 다룰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 또한 흰가루병과 진딧물 방제 약제를 철저히 살포해야 한다.
다행히 개구리참외는 자가 수정 품목이라 그나마 일손이 덜어지고 있다. 유통 중 상온 후숙에 따른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80% 정도 익었을 때 수확하는 것이 비결이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약 일주일 동안 신선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제가 아는 분이 개구리참외를 껍질째 믹서에 갈아먹었더니 맛있고 색깔도 예쁘다고 하시더군요.” 통째로 갈아먹으면 수박이나 멜론처럼 싱그러운 녹색이 감돌아 식욕을 자극한다. 개구리참외에는 엽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임산부에게 더욱 이롭다고 알려져 있다. 또 소량으로 큰 포만감을 주어 여름철 다이어트 간식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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