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농부 남편과 바리스타 아내가 이룬 ‘귀농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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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부 남편과 바리스타 아내가 이룬 ‘귀농의 꿈’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7.30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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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애플아일랜드 송기명·장혜연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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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 애플아일랜드 송기명·장혜연 부부

 

귀농 생활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투병 중인 부모님의 과수원 일을 돕다가, 농촌 정착을 결심하고 사과 카페를 차렸다. 남편은 농사짓고, 아내는 카페를 운영한다. 손끝 야무진 아내가 직접 만든 사과 디저트는 SNS에 올라올 만큼 인기다.

 

“사과 판매만으로는 소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6차산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카페 손님이 한 달에 3000명 정도 됩니다.”
한탄강이 지척에 흐르는 경기 포천시 관인면. 남양주와 포천을 잇는 387번 지방도로 옆으로 눈길을 끄는 카페가 있다. 귀농 13년차 송기명·장혜연 부부가 운영하는 관광농원 ‘애플아일랜드’다.
카페에 들어서니 농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인테리어가 감탄을 자아낸다. 벌집을 연상하게 하는 장식장과 ‘인증샷’을 유발하는 소품들. 이 모든 것들을 부부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하고 꾸몄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시간이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한 무리의 젊은 손님들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근처에 ‘화적연’이라는 포천의 명승지가 있어, 이곳을 다녀가는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카페에 들른단다. 비둘기낭 폭포, 포천아트밸리 등 또 다른 포천 명소의 관광객들도 애플아일랜드의 ‘잠정적 고객’들이다.

경기 포천시 관인면 애플아일랜드 과수원에서 사과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꿈에서도 사과 전정한 ‘열혈’남편 곁에
제과제빵·바리스타 자격증 딴 ‘뚝심’아내  

“새벽부터 저녁까지 과수원에 붙어서 쉬지 않고 나무를 돌봤습니다. 주변에서 저보고 ‘그러다 죽는다’고 말릴 정도였어요.”
남편 송기명 씨가 털어놓은 귀농 초반의 생활이다. 장인이 새로 조성한 사과 과수원은 총 면적 1.3ha(4000평)의 일신농원이었다. 논이었던 땅을 밭으로 개간한 뒤 녹비작물을 심어 경운 작업을 했다. 지하부에 유공관 파이프를 설치해 원활한 배수를 유도한, 동남향의 양지 바른 과수원이다.   
재배 품종은 ‘후지’, ‘히로사끼’, ‘시나노스위트’, ‘홍로’와 수분수로 심은 꽃사과다. 중생종과 만생종을 절반씩 총 2700그루 심어 수확 시기를 분산했다.  
귀농 전 화성시에서 재활용 사업을 했던 송기명 씨에게 사과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깨너머로 사과 농사를 익힌 영농 후계자도 아니었기에, 죽을 각오로 농사를 배웠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등 사과 농사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앞장서서 찾아갔다. 그러고 나서 내린 결론은 ‘아무리 좋은 기술도 내 스스로 내 과수원에 맞게 터득해야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밤낮으로 매달린 결과, 꿈에서도 사과나무를 전정할 정도였다. 그만큼 사과 농사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학습했고, 웃자란 가지(도장지)를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정돈된’ 과수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비결 중 하나는 화학 비료와 퇴비를 가급적 살포하지 않는 것이다. 땅 속 질소 성분이 과다하면 사과가 맛이 없어진다는 것은, 사과 농사꾼들 사이엔 ‘공식’처럼 돼있는 사실이다. 송기명 대표 역시 그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햇빛과 바람과 물 위주로 충실하게 농사짓고 있다. 심지어 그 흔한 반사필름 조차 바닥에 깔지 않고도,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매년 가을 수확하고 있다. 
아내 장혜연 씨는 남편이 생산한 사과로 쿠키, 요거트, 주스, 에이드 등 디저트를 만들어 카페에 선보인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자격증도 각각 취득했다.
“쿠키를 만들 때마다 계량 컵과 저울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드시는 손님들 입장에서, 맛이 그때그때 다르면 안 되잖아요.”
애플아일랜드에서 판매하는 사과주스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사과 100%로만 착즙해 만들었다. 맛을 보니 아주 달콤하면서도 뒷맛이 상큼하다. 송기명 대표에게 그 비결을 묻자 “홍로 사과로만 착즙하면 너무 달기만 해서요….”라며, 비법이 있지만 공개는 곤란하단다. 단, 설탕 등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는다는 것은 단언했다.

애플아일랜드는 ‘홍로’, ‘후지’, ‘시나노스위트’, ‘히로사끼’ 품종 등 사과나무 2700그루를 재배하고 있다. 화학 비료와 퇴비 투입을 최소화하고, 과수원 내 원활한 통풍을 제일 원칙으로 농사짓는다.

사과의 모든 것을 한 상자에 담다
입소문 대박 난 ‘사과 종합 선물세트’

카페를 개장한 초기에는 하루 매출이 3만원 남짓하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섣불리 포기하지 않았다. 손님이 뜸하던 어느 겨울날, 부부가 마주 앉아 아이템 회의를 하던 중 어릴 적 크리스마스에 주고받던 과자 선물세트를 떠올렸다. 포장을 풀면서 들뜨던 그 기분. 그 설레는 기분을 손님들에게 선사하자고 부부는 의견을 모았다. 

사과와 잼·칩·주스를 포장한 사과 종합선물세트.


그래서 탄생한 것이 사과 종합 선물세트다. ‘과연 이게 먹힐까?’하고 반신반의하며 20개를 만들었던 사과 종합 세트는 뜻밖의 ‘대박’이 나면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제사상에 올려도 될 만큼 때깔이 고운 사과와, 유기농 설탕을 넣어 만든 사과잼, 바삭바삭 씹히는 사과칩과 비타민 C 풍부한 사과즙을 넣어 포장했는데, 이 전략이 통했던 것. 받는 사람도 ‘성의 있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 수 있게, 동화 풍의 디자인 상자에 손잡이를 부착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애플아일랜드에는 ‘농훈’이 있다. 정직한 먹거리로 정성을 다해 정을 담자는 의미의 ‘3정’이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아버지가 과수원 농사를 총 감독하며 지도하고, 부부는 각각 생산과 가공을 분담하며 협업하는 게 이 농장의 성공 비결이다.
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다. 부부 중심의 가족농인 만큼, 욕심 부리지 않고 하루 최대 40명의 손님만 받고 있다. 9월부터 10월까지 집중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사과 수확과 요리다. 체험 손님들이 직접 사과를 따서 과자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물론 제주도에서도 귀농 벤치마킹을 하러 올 만큼 명물이 됐다.
훗날 자녀들 스스로 물려받고 싶어 할 만큼 매력 있는 6차산업 농장을 만드는 게 부부의 오랜 목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조만간 애플아일랜드 2호점도 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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